국립김해박물관(관장 윤형원)은 오는 10월 25일부터 11월 29일까지 매주 수요일 성인강좌 ‘제26기 가야학아카데미'를 운영한다. 이번 강좌는 가야고분군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기념해 가야고분군에 담긴 세계유산적 가치를 살펴볼 수 있는 ‘가야, 세계유산이 되다’란 주제로 진행된다. 6개 강좌로 구성되며, △가야 고고학 특강(김세기, 대구한의대학교 명예교수) △고대 동아시아 가야연맹을 실증하는 ‘가야고분군’(하승철, 가야고분군 세계유산등재추진단 조사연구실장) △유네스코 세계유산 석굴암과 불국사의 문화적 의의(주경미, 동양미술연구소장) △고구려 세계유산 고분벽화에 담긴 철학적 세계관(최종택, 고려대학교 문화유산융합학부 교수) △백제의 세계유산(이귀영, 백제세계유산센터장) △세계유산으로 본 유럽의 선사시대(유용욱, 충남대학교 고고학과 교수)의 세부 주제로 진행된다. 이번 강좌는 우리의 역사 문화에 관심 있는 누구나 무료로 참여할 수 있다. 참여를 원하는 이는 10월 15일(일)까지 국립김해박물관 누리집과 박물관 전시실 안내데스크에서 온라인 및 현장 접수할 수 있다. 박물관 관계자는 “이번 강의를 통해 유네스코 세계유산의 의의를 이해하고, 세계유산으로서 가야고분
8년 만에 7편을 묶었다. 배이유 소설가의 두 번째 소설집 <밤의 망루>(알렙)는 시적 경사의 문장으로 탐미적이다. ‘빛이 환하다. 빛의 내부로 들어가고 싶다.’(159쪽) 그의 문장은 세계의 아름다움뿐 아니라 통찰의 아름다움도 탐한다. ‘아무래도 이승보다 저승의 힘이 센 거 같아… 아니, 삶이 힘이 더 세’(195쪽). 단편 ‘홍천’은 굽이굽이 휘감겨 흐르는 아름다운 강원도 홍천강의 이미지로 채워져 있다. 아름다움에 죽음을 교차시킨다. 서로 얼굴을 모르는 남녀 4명이 강원도 홍천으로 가서 동반 자살을 하려는 것이다. 방에서 착화탄에 불을 붙이려는 순간, 어디서 로망스 선율이 흐르고 한 명이 “마지막으로 서로에게 하루를 선물하는 건 어때요”라고 말을 꺼낸다. ‘하루의 선물’, 그들은 홍천강에서 래프팅을 하게 된다. 그들의 창백한 피돌기에 약동하는 강물의 흐름이 흘러들어가고, ‘그날 뜻하지 않은 물길의 여정은 그들을 다시 삶으로 되돌려 놓았다’. 삶의 실체가 사소하게 보이는 모든 우연과 필연의 작용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작가는 그중 한 명이 삶의 강을 건너가버렸다고 마지막에 살짝 균열을 내놓는다. 탐미적인 그의 문장들은 과연 세계는 그렇게 아름다울까
베트남 전쟁 참전 경험을 바탕으로 장편소설 <하얀 전쟁> 등을 쓴 소설가 겸 번역가 안정효 씨가 1일 별세했다. 향년 82세. 암으로 투병하던 고인은 이날 오후 3시께 서울 시내의 한 병원에서 숨을 거뒀다. 1941년 서울에서 태어난 고인은 서강대 영문학과를 졸업했으며 1964년부터 영자 신문 <코리아 헤럴드> 문화부 기자로 일하다가 군에 입대했다. 베트남 전쟁에 참전한 경험을 바탕으로 1985년 계간 <실천문학>에 ‘전쟁과 도시’(‘하얀 전쟁’)를 발표하면서 등단했고, <은마는 오지 않는다> <헐리우드 키드의 생애> <미늘> 등 24권의 소설과 다양한 수필을 남겼다. 번역가로도 왕성히 활동한 고인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백년 동안의 고독>을 <문학사상>에 번역 연재한 것을 비롯해 130권에 달하는 번역서를 펴냈다. 최근까지도 번역에 매달려온 고인은 지난 4월 영국 작가 그레이엄 그린의 베트남 전쟁을 다룬 장편소설 <조용한 미국인>을 번역 출간하는 등 왕성한 의욕을 보여왔다. 유족은 부인 박광자 여사(충남대 명예교수)와 딸 미란, 소근 씨가 있다. 빈소는
시대를 꿰뚫는 역사 인식과 실천적 활동으로 큰 족적을 남긴 역사학자 강만길 고려대 명예교수가 23일 별세했다. 향년 90세. 1933년 경남 마산에서 태어난 고인은 고려대 역사학과를 졸업한 뒤 같은 학교에서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박사학위 논문을 토대로 1973년 출간한 책이 <조선 후기 상업자본의 발달>이었다. 그는 1959년부터 국사편찬위원회에서 일하다 1967년 모교 교수로 임용돼 학생들을 가르쳤다. 1980년 광주항쟁 직후엔 항의집회 성명서 작성과 김대중으로부터의 학생선동자금 수수 혐의 등으로 신군부에 의해 구금되었다가 고려대에서 해직됐으나, 4년 뒤 복직했다. 고인은 우리 근현대사에 중요한 발자취를 남긴 진보 역사학자로 평가 받는다. 그는 사학계가 민족주의와 분단체제론에 관심을 기울일 무렵인 1978년 창비를 통해 대표작 <분단시대의 역사인식>을 펴내 ‘분단시대’라는 개념을 강조했다. 이 책에서 그는 분단 시대를 외면할 게 아니라 현실로 직시해야 하며 역사학이 분단시대 극복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의 주장은 1980년대 이후 인문·사회과학 등을 사로잡았다. 고인은 역사학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서 실천적 활동을 펼친
“보물인 범어사 대웅전은 부산 지역의 최고 건축문화재다. 국보로서 손색이 없어 국보 승격을 충분히 기대할 수 있다.” 범어사 성보박물관이 최근 출간한 200쪽의 학술도록 Ⅰ <불국토를 조각하다, 범어사 대웅전>에서 주목되는 부분이다. 1편의 특별기고(청원 스님)와 5편의 전문가 논고는 범어사 대웅전에 대한 종합적인 내용을 담았다. 서치상 부산대 명예교수는 “범어사 대웅전은 1658년에 중창됐다는 분명한 기록을 갖고 있다”며 “전국적으로도 1658년의 절대연대를 가진 목조건축의 수는 손꼽을 정도여서 국보로서 손색이 없다”고 말한다. “대웅전은 고려 때 수덕사 대웅전(1308)에서 조선 말기 경복궁 근정전(1870)으로 이어지는 긴 여정의 중간 위치라는 점에서 바로크를 앞두고서 마지막 정점에 선 고전주의의 꽃에 비유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범어사 대웅전은 임란 폐허 위에 세운 시대 산물로서 ‘조선 중기의 전형적 건축’으로 꼽힌다고 한다. 피폐한 전후에는 건물을 작고 소박하게 지을 수밖에 없었다. 대웅전 건물의 소형화, 막돌 그대로를 주춧돌로 사용한 ‘덤벙초석’, 가장 간단한 실용적인 ‘맞배지붕’, 화려함을 배제한 ‘교살창호’가 그런 시대 맥락을 드러낸
최백호는 예술가다. 이건 아는 사람은 안다. 그의 섬세한 감성을 동시대에 누릴 수 있다는 것은 큰 복이다. 그는 부산 출신이기도 하다. <잃어버린 것에 대하여>는 1950년 기장 출생의 그가 낸 첫 산문집이다. 한 번 그의 콘서트에 가서 느낀 것은 그의 노랫말이 그의 온몸의 표현이라는 거였다. 귓등을 스쳐 흘러가버리는 노랫말이 아니라 그의 생이 진실하게 실린 무엇이라는 느낌이었다. 그런 그가 쓴 이 산문집의 글도 그의 삶과 내면이 그대로 느껴진다. 38편의 글이 실렸다. 다른 사람들은 그를 두고 간이 크다, 고 하지만 자신은 소심하기 짝이 없단다. 무대에 서서 기타를 들지 않을 때는 손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모를 정도였다고 한다. 그런데 어느 날, 신기하게도 노래에만 집중하고 있을 때 손이 머리 위까지 올라가 열창하고 있더라는 거다. 그는 노래할 때 사실 작두를 탄단다. 음악이라는 아주 예민하고 날카로운 작두를 탈 수밖에 없단다. 스무두세 살 힘든 무명가수 시절, 최백호는 부산의 어느 음악감상실의 인기 DJ이자 친구인 홍수진이 “이거 당신이 좋아할 거야”라며 잭 케루악의 <노상에서>라는 책을 주더란다. 비트와 히피의 근원이 된 케루악의 경
법보종찰 해인총림 해인사 주지 현응 스님이 성추문 의혹에 휘말려 최근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17일 확인됐다. 현응 스님은 임기 8개월을 남기고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해인총림 해인사는 16일 임시임회를 열고 성 추문 의혹이 일고 있는 현응 스님을 산문출송(山門黜送)하기로 결의했다. 산문출송은 승려가 큰 죄를 지었을 경우 해당 절에서 내쫓는 제도다. 이는 조계종단의 공식적인 징계가 아니기 때문에 사태의 진위 여부에 따라 종단 호법부 차원의 조사와 징계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현응 스님은 1994년 조계종 종단 개혁 당시 개혁 세력의 ‘두뇌’로 불렸던 주역 중 한 명이었으며, 해인사 주지를 거쳐 2009년부터 조계종 승려 교육을 총괄하는 교육원장을 10년간 맡았고, 2019년 8월부터 다시 해인사 주지를 맡은 조계종 주요 인사여서 이번 사태로 인한 불교계의 충격이 적지 않다. 이와 함께 해인사는 16일 임시임의 때 현응 스님에 이은 차기 주지로 유나(선원의 주요 소임자) 원타 스님을 총무원에 추천하기로 했다. 총림법에 따르면 총림 주지는 임회의 심의를 거쳐 방장이 추천하며 총무원장이 임명한다. 앞서 ‘해인사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문화재청은 31일 동아대박물관이 소장 중인 ‘대방광불화엄경소 권88’을 보물로 지정 예고했다. 이 불교기록유산은 총 120권으로 이루어진 <대방광불화엄경소>의 권88에 해당하는 자료로, 대각국사 의천이 송나라에 주문 제작해 고려 선종 4년인 1087년 고려사회에 들어온 <대방광불화엄경소> 120권 목판 중 해당 경판을 찍은 유일한 인출본이다. 조선시대인 1424년(세종 6)에 일본이 여러 차례 대장경판을 요구할 때 다른 경판들과 함께 일본에 하사했으므로, 이 간행본은 국내에서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는 귀중본이다. 지정 예고 대상은 판본 및 인쇄 상태로 보아 고려시대인 12세기에 간행된 것으로 보이며, 동일판본 가운데 유일하게 알려진 권차이다. 또한 보존 상태가 우수하고 조선 중국 일본 삼국의 불교 교류 양상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있는 자료다. 이와 함께 문화재청은 31일 ‘익산 미륵사지 서탑 출토 사리장엄구’를 국보로 지정 예고했으며, ‘대방광불화엄경소 권88’ 등 7건을 보물로 지정 예고했다. 30일간의 예고 기간 중 각계의 의견을 수렴·검토하고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국가지정문화재(국보․보물)로 지정할 예정이다.
〈부산일보〉가 지역사의 심층이자 한국 고대사에서 빠뜨릴 수 없는 가야사의 큰 얼개를 그리는 데 나선다. 통상 가야사를 수식하는 ‘미지’와 ‘잊힌’의 장막을 걷어내고 그 실체에 한발 더 다가서기 위해서다. 〈부산일보〉는 2004~2006년 소설가 최인호의 역사추리소설 〈제4의 제국〉, 2017년 일본과 인도를 현지 취재한 기획 ‘잊힌 왕국 가야를 깨운다’ 등을 통해 가야사에 대한 시민적 관심을 크게 확장시켜 왔다. 이런 가운데 특히 근년 가야사 복원 사업이 활발해졌으며, 이를 가야사 전체 맥락 속에서 정리하는 것이 시급하다. 지난 문재인 정부 때 국정과제로 진행된 ‘가야사 연구 복원 사업’에 지원된 예산은 모두 3005억 원이다. 이는 앞서 가야사 복원 사업을 크게 벌인 김대중 정부 때 예산 규모(1297억 원)의 2.3배가 넘는 수준이다. 근년 가야는 대단한 주목을 받았다. 먼저 가야 유물에 대한 보물 지정이 크게 달라졌다. 복천동 고분군 출토 ‘청동 칠두령’ ‘철제 갑옷 일괄’ 등 가야 유물 총 12건이 2019~2020년 보물로 지정됐다. 최근 보물로 지정 예고된 ‘함안 말이산 45호분 출토 상형도기’까지 포함하면 13건에 달한다. 이는 1971년 이후
문화재청은 14일 경남 하동군‘지리산 쌍계사와 불일폭포 일원’을 국가지정문화재 명승으로 지정 예고했다. ‘지리산 쌍계사와 불일폭포 일원’은 예로부터 시인묵객들이 수많은 시문, 여행기 등을 남긴 저명한 명승지다. 길이 60m에 달하는 거대한 불일폭포는 주변 기암괴석, 계곡, 식생이 어우러져 웅장하면서도 빼어난 절경을 자랑한다. 폭포 아래 소(沼)에 살던 용이 승천하면서 청학봉과 백학봉을 만들고 그 사이로 물이 흘러 폭포가 되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고려시대 보조국사 지눌(1158-1210)이 수도하며 머문 일원을 그의 시호 ‘불일보조(佛日普照)’를 따라 불일폭포, 불일평전, 불일암이라 부르게 되었다. 불일사상의 요람인 쌍계사는 724년(신라 성덕왕 23년)에 옥천사로 창건하고 정강왕 때 ‘쌍계사’로 이름을 바꾸었다. 임진왜란 때 소실됐으나 1632년 중건해 지금에 이른다. 통일신라시대 최치원은 쌍계사 가람을 ‘호리병 속의 별천지(壺中別有天)’로 묘사했다. 일주문부터 대웅전까지 점차 확장되는 별천지 같은 사찰 영역이 호리병 형태를 닮았다는 것이다. 고려시대 이인로의 <파한집(破閑集)>에서는 쌍계석문(雙磎石門)과 청학동을 최치원의 신선사상이 깃든 이상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