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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일보) 프랑스국립기록원 한국한지 존재 확인

 

[문화]전체기사 문화일반 문학ㆍ출판 전시ㆍ공연 영화ㆍ연극 문화재ㆍ학술 종교 방송ㆍ연예

삽화=정윤성 기자

 

프랑스 국립기록원이 고려시대 한지로 추정되는 문서를 보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고려가 중국 원(元)나라 간섭을 받던 13세기, 고려왕이 원 황제에게 공물로 바친 종이가 프랑스왕에게 전달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이 문서를 두고는 전주에서 제작한 한지일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오면서 관심이 집중된다.

 

한지와 한복, 한옥, 한식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인 단체 ‘한스리그’(공동대표: 손주경, 천상묵)는 지난 2019년 프랑스국립기록원에서 한지로 추정되는 문서가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8일 한스리그 관계자는 “전주시와 2017년부터 바티칸 비밀수장고에 있던 교황 요한 22세-충숙왕 서신(1333년), 고종 황제-교황 비오 10세(1904년) 서신을 한지로 복본하는 과정에서 연락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문서가 한지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은 프랑스에 있는 아시아 박물관인 기메(Guimet) 박물관장과 바티칸기록원에서 고문서를 담당하는 엔리코 플라이아니 박사가 제기했다”고 덧붙였다.

 

기록원에 따르면, 문서는 1289년 원나라 황제 쿠빌라이의 일족인 몽골족이 지배하는 일칸국(바그다드 위치)의 왕이 프랑스 왕에게 보낸 서신이다.

 

 

고려 충렬왕(1264~1308년)이 쿠빌라이에게 조공으로 바친 종이를 일칸국에 교역물품으로 보낸 것으로 보인다. 이후 일칸국 왕이 고려 종이를 프랑스 왕에게 보낸 서신으로 활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고려사>와 <고려사절요>, <고반여사> 등과 같은 사료는 추정을 뒷받침한다. 이들 사료에는 고려가 원나라에 ‘고려종이’를 공물로 바친 사실이 나와 있다.

특히 중국사람의 취미를 설명한 명나라 사료인 <고반여사>는 원나라가 종이를 공납받은 것에 만족하지 않고 기술자를 징발해 현지에서 직접 제조하게 했다는 기록까지 있다.

당시 일칸국 성직자가 원나라를 오갔다는 사료는 고려 한지가 일칸국에 전달됐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경교 사제인 라반 바사우마(Rabban Bar Sauma)는 1287년 바그다드, 북경, 아비뇽 교황청 등을 다니며 일칸국의 사자(使者) 역할을 했다.

실제 프랑스 기록원이 가진 문서에도 ‘Papier Coreen’으로 적혀있어, 고려 한지임을 추정케 한다.
 

 

넓게는 전주에서 제조된 한지라는 추정까지 나온다. 고려시대 전주와 진안은 종이, 먹, 벼루 등을 생산했던 부곡으로 편입됐기 때문이다.

한스리그 관계자는 “전주한지라는 추정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며 “몽골문서 내용을 계속 추적해왔던 하버드대 엔칭도서관과 한국 동양사학계, 전주 한지 전문가 등과의 공동연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