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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일보) [김용호 전북도립국악원 학예실장의 전통문화 바라보기] 강암 송성용의 “괴석도”

강암 선생의 괴석도에는 괴석을 그린 모습이 기이하고 의미가 깊다 하겠지만 괴석과 함께 어우러진 강암의 문장이 더욱 작품을 빛나게 한다. 괴석의 자태와 글이 조화롭게 표현되어 무심코 지나쳤던 석물의 존재감을 다시금 돌이켜 본다. 한문으로 된 문장의 내용을 살펴보면,

“명당이나 커다란 집을 지을 때 쓰일 것이라고는 감히 바라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다듬잇돌이나 맷돌이 될 수도 없었다. 단지 사람들이 감상용으로 눈여겨 돌아 보아주는 돌이 되고 싶었다. 하찮은 벌레인 이처럼 작은 것도 수레바퀴처럼 볼 수 있는 안목으로 이 돌을 본다면 마치 태화봉이 불끈 솟아오르고 안개와 노을이 용솟음치는 것처럼 보여서 사람들로 하여금 옷깃을 여미고 그곳으로 달려가고 싶게 만들 것이다. -중략- ”

보잘것없는 석물도 예로부터 쓰임이 많았다. 집을 짓기 위해 중요한 도구로 사용되었으며, 생활을 위한 방편의 수용으로도 크고 작은 돌은 활용되었다. 때론 전쟁터의 도구로도 사용되었으니 모든 석물은 강암 선생의 글처럼 태화봉처럼 솟고 안개와 노을같이 용솟음쳤으리라. 돌의 쓰임은 그렇게 역사를 잇고 전해지며 의미를 부여하게 된다. 돌은 몸을 고치는 약재로 쓰였으며 마음의 수양을 위한 악기의 재료로도 사용되었다. 이 두 가지의 특별한 역할은 매우 지대하며 부여하는 의미가 크다.

석물은 예로부터 견고함, 영속성 때문에 한의학에서 많은 관심과 연구로 그 효능이 전해져 온다. 한의학의 본초학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남아 있는데 대표적 의서인 <동의보감>에 약으로 쓰인 돌의 종류는 무려 55가지라 말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백반, 공청, 석담, 자석, 초석, 소금은 연단술이나 의학에 중시했던 약의 종류라 논했다. 주사와 웅황은 마음을 안정시켜 주는 효용이 있으며 운모와 종유석은 몸을 튼튼하게 하고 원기를 북돋는다 했다. 눈병에는 공청, 인후병엔 붕사 등 참으로 신박한 옥석이 아닐 수 없다. 세상의 많은 돌은 이처럼 사람의 몸을 고치는 도구로 사용되었으니 괴석도에 나온 강암 선생의 글이 무색하지 않은 이유가 그 하나다.

예로부터 전통 악기를 만드는 재료에는 8종의 재료가 사용되었는데 그 역사적 사료는 <증보문헌비고>에 있다. 악기의 재료를 모두 8가지 재료, 8음이라 칭하고 금, 석, 사, 죽, 포, 토, 혁, 목이라 했다. 그중 돌로 재료를 쓴 것은 석부라 불렀으며 종류로는 편경과 특경이 있다. 편경은 선왕의 제사인 제례악에 쓰여 그 활용도와 음악적 근엄함은 타 재료 군과 비해 함축된 의미가 컸다. 또한, 그러한 석부의 악기를 옮기다 파손이 되면 태장을 맞고 귀향살이형까지 받았다고 하니 돌로 만든 전통악기의 존재감은 괴석도에 나온 문장처럼 크며 영화롭기까지 하다. 악기의 소리는 영롱하되 크지 않으며 간사하지 않고 그 소리는 근엄하다. 울림 소리의 장중함이 마음을 움직이니 먹는 약재의 효능보다 미약하지 않았으리라.

이렇듯 괴석도의 문장처럼 무심코 지나친 하찮은 돌도 하나하나 역할과 명분이 있고 그 쓰임새가 있으니 모든 만물은 본분과 저마다의 활용에 따라 세상을 움직이고 역사를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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