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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일보) [정의종의 정치인사이드] 국민의힘 30대 당수 선출… 이제 이준석의 시간

이준석의 등극, 그 자체가 우리 정치의 변화, 공정이고 시대정신
역대 최고 투표율이 보여주듯 국민의힘에 긍정적 에너지 불어넣어
매주 월요일 열리는 최고위원회의서 달라진 모습 궁금해져

【사람과 술을 좋아하는 풍운의 정치 전문기자의 촉으로 풀어내는 경기·인천 정치 이야기】

당분간 정치권은 '이준석의 시간'이 될 거 같습니다. 한 세대를 뛰어넘는 30대 야당 당수가 나왔으니 기대 못지 않게 격세지감을 느끼는 정치인도 많을 겁니다. 40대 기수론은 들어봤어도 30대 당 대표는 생소한 단어이지요. 그래서 '허니문' 기간이 더 길어질 것 같은 예감입니다. 감히 말하건대 그의 등극은 그 자체가 우리 정치의 변화이고 공정이고 시대 정신으로 부각 되겠지요.

여야를 떠나 이준석은 이번 전당대회 시작부터 국민 주목도가 높았습니다. 강한 젊은 바람이었지요. 시작부터 여론조사 1위를 달리며 돌풍을 이어왔습니다. 어쩌면 이준석 바람은 지난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부터 시작됐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돌풍의 근원은 무엇일까요. 국민의힘을 기준으로 하면 무기력한 야당, 이대로는 안된다는 채찍이었을 것이고, 정권으로 보자면 법치주의와 민주주의 붕괴가 낳은 내로남불에 대한 국민의 반감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 돌풍의 핵은 이준석이었습니다.

 

 

 

이준석 현상이라는 사람도 있습디다. 4·7 재보선에서 국민의힘이 20·30세대의 지지를 이끄는 데는 이준석의 기여도가 컸습니다. 그는 오랜 기간 방송 활동을 해왔습니다. '이대남', 20대 남성이 느끼는 역차별을 자극하며, 젠더 공감대를 만들어 전폭적인 지지를 끌어내기도 했지요.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정치권에 들락거리는 정치 패널의 언어가 아니었습니다. 모르긴 해도 출연료도 연예인 수준은 받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20·30세대를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끌어들인 것도 그의 아이디어였습니다. MZ세대라고 하지요. 새 인물을 원하는 그들의 갈구로, 과거 패러다임에 갇힌 86세대에 대한 반감을 키운 것이지요. 갈라치기라는 지적도 있지만, 인구의 34.7%를 차지하는 20·30세대의 분노는 들끓었습니다.

우리 정치사에 장기 집권한 80년대 학번. 60년대 태생을 86세대라고 부르죠. 나도 그 세대이긴 하지만 그들이 30대였을 때는 386, 40대 때는 486이었다가 이젠 586을 넘어 686까지 권력을 놓지 않고 있습니다. 세대 갈등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 있습니다.

그런 20·30세대는 꼰대의 앞글자를 붙여 '꼰86'이라고 할 정도로 86세대는 자아도취에 빠져 있습니다. 부귀영화를 누리고 있는 꼰대 정치에 MZ세대가 야당의 당수가 됐으니 앞으로 얼마나 흥미진진한 일이 많이 벌어질까요. 앞에서 언급했지만 20·30세대는 인구 중 1천700만명이나 되는 큰 세력입니다.

그 선봉에 이준석이 섰습니다. 서울 과학고와 하버드 경제학과와 컴퓨터 사이언스를 전공했지요. 아마 정치권에 들어오지 않았으면, 아직도 '코딩'(컴퓨터로 프로그램을 만드는 용어)에 빠져 있을 세대입니다.
 
그런 그가 정치권에 들어온 건 10년 전입니다.
기성 정치인들은 그에게 경험과 경륜 부족을 들어 한 참 낮추어 보는 경향이 있지만, 국민들은 그에게 변화를 요구하며 승리의 깃발을 안겨 주었지요. 그게 이번 경선에서 나타난 '이준석 현상'이 아닐까요.

그래서 이준석의 승리는 국민의힘에 굉장한 긍정적 에
너지를 불어넣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역대 최고의 투표율이 보여주듯 말입니다.

 

 

세 대결도 아니었고, 누구의 지략과 꼼수도 통하지 않았다는 게 이번 전대의 특징이었습니다. 잘못 가고 있는 보수정당에 매서운 회초리를 든 것이지요. 경선 과정에서 감정 싸움이 심해 당선 후가 더 걱정이라는 우려도 큽니다. 그러나 이 결과에 순응하지 않으면 당은 존폐위기에 몰릴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호사가들은 가보지 않은 두려움을 토로하며 걱정을 하고 있으나 산전수전 다 겪은 중진들이 이런 사정을 모를 리 없습니다. 경쟁했던 후보들도 하루아침에 감정을 풀 수는 없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선당 후사'의 자세로 돌아올 것이라는 게 중론이지요.

가장 치열한 경쟁을 했던 나경원 후보도 경선 하루 전 기자회견에서 "내일 이후 우리는 하나가 될 것"이라고 결연한 의지를 보였습니다.

이준석 역시 자신의 우월주의에 빠지지 않으려고 꽤 노력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이번 주말을 지나고 나면 이준석의 정치 색깔이 하나씩 나오겠지요.

 

 

 

이준석의 승리는 개인의 승리라기보다 '이준석 현상'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원내정치도 해보지 않았고, 사회 경험도 일천 합니다. 공부 잘한 실력주의 외에 변변한 인생 성과도 없는 그에게 거대한 정당을 맡긴 것은 많은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정권교체를 위한 최선의 카드로 인식했을 것입니다.

이준석이 상품이고, 그 자체가 변화의 상징이었지요. 당장 다음 주부터 여의도 정치권의 모습을 상상해 보십시오. 여당의 송영길, 야당의 이준석을 비추면 586 맏형과 MZ(2030세대) 세대의 대조적인 그림이 만들어지겠지요. '0선 야당 대표'의 외침이 반복될수록 신·구의 차별화는 확연해질 것이고, 세대교체의 신호탄은 더 크게 들릴 것입니다.

 
우리 정치사를 돌이켜 보면

60년대 4·19세대와 6·3 세대에 이어 70년대 민청학년 운동권 세대로 이어왔습니다. 80년대 이후엔 운동권 세대가 지금까지 386→486→586, 심지어 686까지 숫자만 바뀐 채 그 명맥을 이어왔지요. 86세대는 다른 세대에 비해 가장 오랜 기간 정치영역에서 기득권을 유지해 왔고, 최근에는 부동산 투기의 온상으로 전락해 손가락질을 받고 있습니다. 30여 년 전 30대로 정치에 입문한 이들은 이제 기득권화돼 다시 정치에 입문하려는 30·40대를 마냥 어린애 취급하며 깔아뭉개기도 했지요.


그러나 이준석은 86세대에 대한 '안티' 세대인 97(70년대 생으로 90년대 학번)세대를 훌쩍 뛰어넘은 MZ 세대의 대표적 인물입니다. MZ세대는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고, 최신 트렌드와 남과 다른 이색적인 경험을 추구하는 특징을 보인다고 합니다. 집단보다는 개인의 행복을, 소유보다는 공유(렌털이나 중고시장 이용)를 중시합니다.

그래서 이준석의 등장은 대선을 앞두고 야당에 새로운 조직 문화와 정책의 채택에도 엄청난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미 변화는 시작됐는지도 모릅니다. 민주당이 부동산 불법거래 연루 의혹 의원 12명에 대해 탈당을 권유하고 나선 것도 이런 세태의 변화를 읽었다는 해석도 있기 때문이지요. 야당가에서는 민주당이 이제 위기의식을 느끼는 것 같다고 촌평도 있더군요. 부동산 투기에 대한 국민의 분노와 함께 젊은 야당 당수가 치고 나갈 것을 우려해 선제로 강수를 뽑았다는 해석이 전혀 설득력 없는 것은 아닌 듯합니다.

 

 

이준석이 추구하는 정치는 간결합니다.
국민들의 기대가 큰 이유이지요. 기성세대와 달리 이것저것 재지 않고 머뭇거리지 않는 시원한 원칙이 있습니다. 그는 전대 과정에서 "소인배 정치를 안 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그가 얘기한 소인배 정치는 변화무쌍한 유불리를 쫓는 사람으로 규정하더군요. 옳고 그름에 대한 반복적인 고독한 결단에도 철학이 있는 정치를 하겠다고 일갈했습니다. 이런 철학적 가치가 현실정치로 이어질지는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요즘 젊은 사람들의 특성을 고려하면 정의와 공정의 가치에 무게를 둘 것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그 자체만으로보 큰 변화이겠지요.

하나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그는 자신을 정치권에 인도해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감사한다"고 하면서도 "호가호위한 사람들을 배척하지 못해 국정농단에 이르게 한 사태에 대한 '탄핵'은 정당했다"고 언급했습니다.
 
물론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 사태에 대해 '공동지갑론'이나 '경제적 공동체론'을 적용한 데 대해선 이례적이라고 비판했지만, 이런 법리가 문재인 정부와 그 뒤를 따르는 인사들에게도 적용하겠다는 강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당 대표되면 박 전 대통령이 자신을 영입한 것이 정말 잘한 것으로 평가받게 해 최소한의 명예를 회복시켜 주겠다"고 기염을 토해 보수 지지층에 신뢰감을 주기도 했습니다. 이제 실천으로 보여야 할 때입니다.

 

 

이준석 효과에 대한 민주당 등 상대 진영의 분위기는 어떨까요.
본지 취재결과 민주당 내에선 이준석 돌풍에 달갑지 않은 표정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이준석의 돌풍이 야당의 악재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위기감의 배경에는 이준석이 청년층 지지를 급격히 흡수하고, 기존 정치와 선이 다른 청년 입맛에 맞는 정책과 메시지를 낼 경우 난감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한 관계자는 "청년의 마음은 청년이 잘 안다"며 "이준석이라는 거물 청년 정치인을 키워내는 동안 민주당은 뭘 했느냐"는 자성론을 펴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준석의 바람이 야당의 악재가 될 수도 있다는 해석도 있었습니다. 이준석의 리더십으로 거대야당을 끌고 갈 수 없고, 대권 주자인 유승민계의 대표라는 딱지를 쉽게 뗄 수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었습니다.
 
앞에서 언급했지만…
그의 등극으로 우리 정치권에는 지금까지 보지 못한 많은 변화를 몰고 올 것입니다. 선거 홍보물을 보면 짤막했지만 586세대에 대한 혐오가 컸습니다. "오만한 586의 독선과 아집을 부수고, 그들이 독점해온 우리 사회의 많은 권한을 미래세대에게 전달하겠다"고 했지요. 앞에서 잠깐 언급했듯이 미래세대를 깔보는 586에 대한 반감이 묻어 있습니다.

그러면서 30대에 불과한 자신의 존재를 의식한 듯 부족한 경험과 경륜을 인정하고 당내 중진들의 협조를 구하는 대목도 눈에 띄었습니다. 아마도 그는 첫 당직 인사에서 중진을 전진에 배치하는 '탕평인사'를 단행하지 않을까 전망해 봅니다. 경선과정에서 '유승민계'라는 공격을 많이 받았는데 갈등의 씨앗인 유승민계를 전면에 배치하는 우를 범하지는 않겠지요. 그의 정치적 멘토인 정병국 전 의원은 최근 기자와 통화에서 "중진 당직 배치론을 조언했다"고 전했습니다.

 

 

또 홍준표 무소속 의원부터 윤석열 전 검찰총장, 김동연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까지 품을 수 있는 당을 만들겠다고 적시했더군요. 대선 승리를 위한 단일대오를 만들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입니다.

공천 제도 개선에 대해서는 많은 논란이 있었지만, 선출직 공직자들의 공천과정에 기초적인 자격시험을 도입하겠다는 이색 제안을 냈습니다.
 
국민들에게 조금 더 유능한 정당으로 인정받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자세를 보인 것이지요. 이준석은 "젊은 세대는 노량진에서 9급 공무원에 임용되기 위해 2~3년여의 수험기간을 거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면서 "치열한 경쟁 속에서 좁은 문을 헤쳐나가기 위해 노력하는 젊은 세대와 공감하려면 적어도 우리당도 그에 따르는 각고의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을 선명하게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실력주위에 함몰돼 있다는 지적을 의식해서 인지 해당 자격시험의 내용도 구체화했더군요. 컴퓨터 활용, 자료 해석, 독해, 논리, 헌법, 표현 등의 능력에서 정해진 기준선 이상에 도달하면 된다고 했습니다.

당의 주요 당직에 대한 공개경쟁 선발 구상도 밝혔습니다. 당의 대변인과 홍보·기획 등 선거 전문 분야에서 국민들과 깊은 공감대를 형성하겠다는 의지로 읽힙니다.

아마 당장 대표에 취임하면 전략적인 부서에 대해 외부 인사 참여 폭을 넓히지 않을까 싶네요. 그래서 다음 주부터 여의도 정가에는 지금까지 익숙하지 않았던 그림이 자주 등장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이준석 현상으로 경기 ·인천 지역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요.
우선 이준석은 경기도 광주에 뿌리를 둔 '광주 이씨'라고 합니다. 자신의 부모가 화교라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저는 광주 이씨 가문으로 이수성 전 총리와 같은 집안"이라고 했습니다. 당대의 정치인 중에는 이 전 총리 외에도 이주영 전 국회부의장과 강화에서 4선을 지낸 이경재 전 의원, 21대 광주을 총선에서 낙마한 이종구 전 의원도 광주 이씨 집성촌의 일가라고 합니다.

당 대표가 정책과 대선 공약까지 다 챙기지는 못하겠지만, 이 역시 사람이 하는 일이라 누구를 발탁하는지가 가장 큰 관심이지요.

이번 전대 과정에서 보니 이준석의 정치적 멘토로는 5선 출신의 정병국(여주 양평) 전 의원이 가까이에서 조언하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바른정당 대표까지 지낸 인사이긴 하지만 경험이 많지 않은 '0선' 대표의 조언자로서 활약이 기대됩니다. 정 전 의원 자체가 쇄신의 아이콘인 데다 아이디어도 많고, 차기 경기도지사에 거론되는 후보군이어서 도내 정치권에선 더 시선이 끌립니다.

현역 중에는 3선의 유의동(평택을) 의원이 가장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대선을 앞두고 수도권 전략이 필요한 시기인지라 평택 출신인 그에게 사무총장, 정책위의장 등 중책을 맡길 거라는 소문이 파다합니다. 그러나 유 의원 측은 "같은 '유승민계'라는 지적을 받기 싫다. 그래서 당직은 밭고 싶지 않다"고 하더군요.

원외에서는 재선 의원을 지낸 김포 출신의 홍철호 전 의원과 이학재 인천시당 위원장이 인간적으로 가까운 관계입니다. 이들 역시 "준석이가 잘해서 정권교체를 하는 대표가 되는 것을 보고 싶을 뿐"이라며 당직에는 손사래를 쳤습니다.

매주 월요일 마다 열리는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 달라진 모습과 젊은 당 대표의 첫 당무 일정이 궁금해집니다.

/정의종기자 je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