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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 [늦은 배웅] 가족 잃고 사회 낙인까지…‘코로나 감옥’ 갇힌 유가족(영상)

 

 

뭇 생명의 소멸엔 슬픔이 뒤따른다. 사랑하는 이의 죽음엔 슬픔이 더 크고 짙다.

 

사람의 죽음을 슬퍼하는 일, ‘애도(哀悼)’. 이 당연한 시간을 빼앗긴 이들이 있다. 임종을 지키지도, 장례를 치르지도, 화장 절차에 함께하지도 못한 사람들. 코로나19 유가족이다.

 

방역지침에 마지막 길 못 보고

애도의 시간마저 빼앗긴 유족

‘코로나 관련자’ 낙인에 또 눈물

모두의 슬픔, 위로와 공감 필요

 

지난해 3월 최재호(가명·65) 씨는 황망하게 어머니를 떠나보냈다. “기침이 난다”는 통화를 끝으로 어머니는 대구의료원으로 옮겨졌고, 일주일 뒤 재가 되어 가족 품으로 돌아왔다.

 

김경숙(63) 씨는 올 1월 어머니가 돌아가신 지 2주 만에 남동생을 잃었다. 코로나 사망자란 딱지가 싫어, 사망진단서엔 ‘폐렴’이라 기록됐다.

 

최미림(30)·다슬(27) 씨 자매는 두 달 전 아버지와 사별했다. 할아버지·할머니·어머니·고모 등 친지들은 이겨 냈지만 건강했던 아버지만 코로나에 쓰러졌다.

 

병약한 어르신들이 모인 장소는 특히 취약했다. 지난해 2월 국내 첫 코호트 격리가 발동된 경북 서린요양원에선 28명이 확진됐고 8명이 세상을 떠났다. 늘 가족 걱정만 하신 이 할아버지, 박카스를 즐기시던 문 할머니, 춤을 좋아하신 정 할아버지…. 가족이나 다름없는 어르신들의 사망에 슬퍼할 겨를도 없이, 요양보호사들은 남은 분들을 지키기 위해 사투를 벌였다.

 

코로나 사태 속 의료공백이나 기저질환으로 숨진 이들의 유가족도 비슷한 아픔을 겪었다. 17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정유엽 군의 부모는 아직 아들을 놓지 못하고 있다. 기저질환 사망자 상당수는 격리 상태로 가족과 작별의 시간을 갖지 못했다.

 

‘코로나 관련자들’은 상실의 아픔을 감내하며 사회적 낙인도 견뎌야 했다. 한 유가족은 “죄인이 된 것처럼 한동안 고개를 들고 다니지 못했다”고 했다.

 

화장장의 장례지도사는 ‘악역 트라우마’에 시달린다. 방역 지침 탓에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까지 유가족의 접근을 막아야 한다.

 

‘코로나 감옥’에 갇힌 채 인내해 온 1년. 백신 덕분에 탈출구가 보이지만 빼앗긴 애도, 슬퍼하지 못한 슬픔은 그대로다. 〈부산일보〉는 코로나의 사회적 아픔을 마주하며, 박혜수 작가와 함께 ‘늦은 배웅’ 10부작 기획보도를 준비했다. 잃은 이들에겐 공감과 위로를, 앓는 사회엔 치유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려 한다.

 

지난해 말 코로나19 집단감염을 겪은 대구 나눔연합의원 최진옥 원장은 “첫 확진자가 심적으로 굉장히 힘들어했는데, ‘미리 경고를 해 준 고마운 존재’라 여기며 내부 구성원들이 위기를 이겨 냈다”며 “앞으로 닥쳐올 다른 바이러스 공격도 남을 탓하지 말고 인류가 함께 따뜻한 마음으로 이겨 내야 한다”고 말했다. 최 원장은 코로나19 완치자다.

 

 

이대진 기자 djrhee@busan.com

 

 

<코로나 사망자 애도 프로젝트 ‘늦은 배웅’ 동참하세요>

 

부산일보사는 박혜수 설치미술가, 부산시립미술관과 함께 코로나 사망자 애도 프로젝트 ‘늦은 배웅’을 진행합니다.

 

코로나로 사망한 고인의 유족, 친구, 지인, 의료 관계자의 고인에 대한 추억과 사연을 모아 함께 애도하고 위로하는 자리를 만들고자 합니다. 보내주신 사연은 박혜수 작가의 애도 프로젝트의 일부로 부산시립미술관에 전시되고, <부산일보>를 통해서도 소개될 예정입니다.

 

사랑했던 가족, 삶의 순간을 함께한 친구·동료를 기억하기 위한 ‘늦은 배웅’에 동참해주세요. 당신의 이야기를 기다리겠습니다.

 

문의 051-740-4256(부산시립미술관), soobox@gmail.com(박혜수 작가)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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