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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신문) 시와 함께 보는 경남의 명소 (39) 남해 다랭이논 암수바위

바위에 걸린 불콰한 태양, 덩달아 얼굴도 붉어진다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맨들맨들 윤이 나는 바위 끝에 불콰하게 물든 태양이 걸렸구요.

따라서 내 얼굴도 붉습니다.

남해 바다에 귀를 씻어내도

다신 예전으로 돌아갈 순 없어요.

 

 

훠어이훠어이

부질없습니다. 코끼리를 생각하지 말라면 코끼리만 생각나죠.

 

 

아무도 밟지 않은 계단에서 내려선 노인이

키를 훌쩍 넘긴 바위 곁에다 울타리를 두르는 동안

나는 그 주변에 서서

한참을 머뭇거립니다. 아니,

어쩌면 코끼리를 생각하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예서 미륵 못 봤소?

노인의 물음은

널따란 바위 한 덩이로 남았습니다.

대답도 하지 않았는데 말이죠.

심지어 눈도 비비지 않았죠.

 

 

훠어이훠어이

소용없습니다. 이젠 코끼리만 생각날 때의 나로는

돌아갈 수 없으니까요.

 

다만 이번엔 귀를 씻어낼 필요는 없겠습니다.

 

 

☞ 남근을 닮은 숫바위, 임신한 여성의 모습으로 누워 있는 암바위로 구성된 암수바위는 그 독특한 모습 때문에 아이를 원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기도를 하는 가천의 명소이다. 그러나 정작 마을 주민들에게 이 바위는 ‘미륵불’ 혹은 ‘미륵바위’라 불리는, 마을을 지키는 수호신이자 주민의 평안을 주는 미륵으로 모시는 영물이다. 마을 양옆으로 냇물이 흘러내린다고 해서 가천이라 이름 붙여진 이 마을의 또 다른 이름은 ‘다랭이마을’이다. 가파른 언덕을 깎아 작은 밭(다랭이)들을 계단식으로 일궈 놓았기 때문에 마을 전체가 큰 계단처럼 보인다. 넓은 남해를 한 눈에 담을 수 있는, 작지만 아름다운 이 마을에는 매년 35만명의 관광객들이 찾아와 그 독특한 정경과 다채로운 색감을 즐기고 있다.

 

시·글= 이강휘 시인, 사진= 김관수 사진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