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진해 군항제가 3년 연속 취소됐지만 벚꽃 개화기를 맞은 지난 주말 진해 주요 관광지에는 상춘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창원시가 방역을 위해 여좌천을 차 없는 거리로 운영하는 등 차량 진입이나 주정차를 통제했지만, 도보 이동을 막지 않기 때문에 대표적인 벚꽃 명소인 여좌천과 경화역에는 사람들로 북적이면서 코로나 감염을 우려하는 주민들은 지역감염에 대한 불안감을 토로했다.

27일 오전 11시 창원시 진해구 경화역. 기찻길 양옆으로 자리 잡은 벚나무는 절반가량이 만개했고, 500여명의 방문객들이 벚꽃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거나 손을 잡은 채 걸으며 주말 낮 시간대를 즐기고 있었다. 박수한(52·진주)씨는 “일이 바빠 오랫동안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지 못해 아쉬웠는데 코로나19 초기보다 사람들이 모이는 것에 무서움이 덜해져 찾아왔다”며 “모처럼 바람도 쐬고, 벚꽃도 보니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외국인들도 눈에 띄었다. 이날 진해를 처음으로 찾았다는 테일러(27·여·미국)씨는 “SNS를 통해 진해를 알게 돼 여행을 왔다”며 “머물고 있는 경기도에서는 아직 벚꽃을 볼 수 없는데, 여기서는 볼 수 있어 친구들과 좋은 추억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오후 1시께 주요 벚꽃 관광지인 진해 여좌천도 꽃구경을 나온 시민들로 붐볐다. 연인과 함께 온 박모(29)씨는 “작년엔 코로나19 확산세에 진해를 못 왔지만, 올해는 꼭 여자친구와 벚꽃을 보고 싶어 찾았다”고 말했다.
이날 창원지역 코로나19 확진자가 7000명대를 기록한 가운데 상춘객이 몰리면서 지역주민들은 감염에 대한 불안감을 토로했다.
여좌천 인근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김모(43)씨는 “군항제가 취소돼 매출이 줄었지만, 요즘에 확진자가 많이 나와 취소에 공감한다”며 “여좌천에는 전국에서 사람들이 몰려 감염 위험이 클 것 같다”고 우려했다. 이모(64)씨도 “사람들도 많아져 오랜만에 축제 분위기가 느껴지지만, 한편으로는 걱정된다”며 “토요일 오후부터 상춘객이 몰려 집 주변이 복잡해졌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코로나19 확산 우려와 함께 주차 문제로 불편을 호소하기도 했다. 여좌천 주변에 거주하는 강모(58·여)씨는 “상춘객들이 주택가에 주차해 주민들의 주차 공간이 없어졌다”며 “주차를 통제한다고 사람들이 안 오는 것은 아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한편 창원시는 당초 지난 26일부터 내달 4일까지 진해 군항제를 개최할 예정이었지만 최근 오미크론 유행과 행정안전부의 권고에 결국 올해도 축제를 취소했다. 시는 벚꽃 명소 인근에 화장실 등 편의시설을 설치하지 않고 출입 동선 단순화, 야외 음식물 섭취·불법 노점상 단속 등 종합관리대책을 수립·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창원시 관계자는 “많아지는 상춘객을 대비해 관광지 내 방역수칙을 안내할 인력1200명을 파견했다”며 “주말 같은 경우에는 민원콜센터를 운영해 민원 응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이날 경화역 입구 등에는 마스크 착용 등 방역수칙 준수를 안내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고, 방역담당 공무원들이 관광지를 돌며 마스크를 벗은 방문객들을 상대로 마스크 착용을 당부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창원시에 따르면 지난해 군항제 축제를 취소했지만, 축제 예정 기간(14일) 동안 진해를 방문한 관람객은 10만명에 달했다.
박준혁 수습기자 pjhnh@k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