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맑음강릉 20.4℃
  • 맑음서울 27.6℃
  • 맑음인천 23.7℃
  • 맑음원주 27.4℃
  • 맑음수원 26.6℃
  • 맑음청주 28.3℃
  • 맑음대전 28.8℃
  • 맑음포항 27.1℃
  • 맑음대구 30.8℃
  • 맑음전주 28.9℃
  • 맑음울산 24.2℃
  • 맑음창원 29.0℃
  • 맑음광주 29.2℃
  • 맑음부산 23.4℃
  • 맑음순천 28.3℃
  • 맑음홍성(예) 27.3℃
  • 맑음제주 22.4℃
  • 맑음김해시 28.3℃
  • 맑음구미 30.4℃
기상청 제공
메뉴

(매일신문) 대구 건설시장 한겨울…사업비 오르고 미분양 속출, 재개발·재건축도 차질

러에 의존 시멘트용 유연탄, 우크라 사태로 수급에 비상
장기화 땐 공사비 인상 요인…골재·유가도 올라 부담 가중
후분양, 신규 공급 일정 연기 등으로 버티는 중

 

 

꽃피는 봄이 왔건만 여전히 찬바람이 세게 불어 등골이 시리다. 지역 건설업계와 주택 시장 얘기다. 안팎으로 여건이 좋지 않은 탓에 고민이 더 크다. 미분양이 늘어 고민인 데다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원자재 가격이 상승, 공사 현장에 비상이 걸렸다. 사업비가 늘다 보니 재개발, 재건축 움직임도 굼뜨다.

 

 

◆대내외 여건 악화로 현장은 울상

 

대구 도심을 지나다 보면 아파트 공사 현장이 쉽게 눈에 띈다. 건설업이 활기를 띠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원자재비가 상승, 사업비가 늘고 있는 데다 짓고 나서 분양하는 것도 문제다. 이미 대구는 미분양 물량이 많아 고민인 상황이어서다.

 

원자재비 탓에 현장에선 한숨을 내쉬고 있다. 시멘트를 제조하는 데 쓰는 수입 유연탄의 70%는 러시아산인데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로 유연탄 수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태. 덩달아 시멘트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이 뿐 아니다. 시멘트에다 골재 가격 인상, 유가 인상에 따른 운반비 상승 등으로 레미콘 업계도 초비상이다. 레미콘은 시멘트에다 골재, 물 등을 섞어 만든다. 레미콘에서 골재가 차지하는 배합 비중은 통상 80% 정도. 건자재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골재 가격은 1㎥당 1만5천원으로 3개월 만에 7% 이상 올랐다. 시멘트에다 골재 가격까지 오르니 레미콘 업체들의 부담이 커졌다.

 

이런 부분을 반영, 공사비가 늘면 재개발이나 재건축 사업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최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해 건축 1.5%, 토목 3%의 공사비 인상 요인이 있을 거라는 예측을 내놓기도 했다.

 

이러다 보면 대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시행사와 시공사 사이에 원자재비 상승에 따른 공사비 조정 문제를 두고 갈등이 생길 수도 있다. 시행사로선 애초 정해진 몫보다 적은 수익에 만족해야 하는 상황에 몰릴 수도 있다는 말이다. 수도권 일부에선 이미 그런 마찰이 생기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A시행사 관계자는 "일단 재개발, 재건축 사업이 첫 삽을 뜬 뒤 대기업인 시공사가 시행사에 공사비를 다시 조정하자고 할 경우 상대적으로 작은 시행사로선 끌려 다닐 우려도 있다"며 "아직 지역에선 이런 움직임이 수면 위로 드러나진 않았다. 하지만 이럴 우려가 있는 만큼 재개발, 재건축 사업이 위축될 수 있다"고 했다.

 

지역 B건설사 관계자는 "현재도 3.3㎡당 건축 단가는 480만~490만원 수준으로 높은데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 530만원대를 넘을 수도 있다"며 "사업비가 늘 수밖에 없고, 그 영향은 분양가에 미친다. 미분양이 많은 상황에서 분양가를 계속 높이기도 어렵다. 결국 개발 사업 자체가 진행되기 쉽지 않다는 얘기"라고 했다.

 

 

◆후분양, 분양 일정 연기 등으로 연명

 

날씨는 이미 따뜻한데 건설 경기, 부동산 시장에는 좀처럼 온기가 돌지 않고 있다. 유가 등 원자재 가격과 운송비 상승, 세계 주요국의 경제 정책 긴축 기조, 물가 상승으로 인한 소비 심리 위축 등 부정적 영향을 미칠 요소들이 적지 않다.

 

시장도 마냥 손을 놓고 있는 건 아니다. 일정 정도 건물을 올린 뒤 분양하는 후분양제를 앞세워 고객을 끌어들이려는 기업도 있다. 후분양제는 금융 비용에 대한 부담이 커 상당한 규모의 자금력을 갖춘 건설기업만 추진할 수 있는 시도다. 이 때문에 시행사와 시공사의 신뢰성, 시공 능력이 필수라고들 한다.

 

수요자 입장에선 자금 부족, 시공사 부도 등으로 공사가 지연될 위험이 거의 없어 계약 후 빠르게 입주할 수 있다는 게 장점. 단지 배치와 주변 여건을 확인하기도 좋다. 다만 일반화된 선분양 아파트 경우보다 분양가가 높은 건 부담이다.

 

지역 분양 광고대행사 애드메이저에 따르면 현재 대구에서 선시공 후분양 방식으로 진행되는 아파트는 14개 단지, 5천124가구다. 이 가운데 10개 단지가 수성구에 몰려 있다. 후분양 경우 선분양보다 시행사의 금융 부담이 큰 만큼 시장성 등을 고려해 빠르게 분양할 수 있는 곳을 택한 것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대구에선 최근 신규 분양 물량을 찾기 쉽지 않다. 이맘때는 분양 시장이 최대 성수기지만 올해 상황은 사뭇 다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신규 분양에 나선 단지들의 청약 성적표가 저조, 미분양이 많은 탓이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지난달 초까지 청약 접수를 한 11곳 중 10개 단지가 미분양이다.

 

지역 C 분양업체 관계자는 "이미 여러 건설사가 하반기로 분양 일정을 미룰 생각인 걸로 보인다. 저조한 성적표를 받을까 우려해 분양을 미루는 것"이라며 "정권이 바뀌면 부동산 규제가 완화, 소비 심리가 살아날 거라는 기대 심리도 작용한 듯하다"고 했다.

 

그러나 이런 시도만으로 난국을 헤쳐 나가기엔 역부족이라는 목소리가 많다. 지역 D 건설업체 관계자는 "정부와 지자체의 정책이 뒤를 받쳐주지 않으면 미봉책이 불과할 뿐, 위기를 돌파할 수단은 되지 못한다"며 "조정대상지역 해제, 대출 규제 완화 등과 같은 주장이 계속 나오는 이유"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