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려한 불꽃이 추위를 뚫고 형형색색으로 피어올랐다. 불꽃이 사방으로 퍼져나갈 때마다 지켜보던 시민들은 탄성을 자아냈다. 다만 영하로 떨어진 기온과 이태원 참사 영향 등으로 행사는 3년 전보단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에서 행사가 진행됐다.
17일 오후 ‘제17회 부산불꽃축제’가 광안리 해수욕장 일대에서 열렸다. 한파로 인해 바닷가 앞에 마련된 관람석은 한산한 모습이었다. 강풍에 테이블보가 날리기도 했다. 추운 날씨 탓에 시민들은 미리 자리를 잡아놓기보다는 시간에 맞춰 행사장에 도착했다. 종합상황실에선 한파에 주의해야 함을 알리는 안내방송이 주기적으로 흘러나왔다.
오후 6시부터 진행된 사전 행사인 ‘불꽃 토크쇼’에서는 시민들의 사연이 소개됐다. KNN 라디오를 진행하는 라기오·노승혜 MC가 진행을 맡았다. 자폐성 발달장애를 앓고 있는 딸에게 보내는 어머니의 편지, 불꽃축제 첫 회에 태어나 하늘로 간 딸에게 전하는 어머니의 편지가 감동을 선사했다. 참석한 주인공들의 신청곡에 맞춰 작은 불꽃쇼도 함께 펼쳐졌다.
본격적인 불꽃쇼는 오후 7시 중국 업체인 ‘써니(SUNNY)’의 작품으로 막을 올렸다. 중국 특유의 웅장하고 화려한 연출이 특징인 써니는 ‘세상을 물들이다, 희망으로 가득 찬 부산’을 콘셉트로 15분간 밤하늘을 수놓았다.
메인 행사인 ‘부산멀티 불꽃쇼’는 오후 7시 25분께 시작됐다. 올해 주제는 ‘불꽃으로 부산을 노래하는 감동의 하모니’로 광안리해수욕장·이기대·동백섬을 세 가지 포인트로 정해 다양한 불꽃이 밤하늘을 채웠다. 내레이션은 부산 출신 배우 정우 씨가 맡았다. 잔나비의 ‘작전명 청춘!’을 테마곡으로 힘차게 막을 연 멀티 불꽃쇼는 싸이·임영웅·아이유·YB의 친숙한 곡과 함께 절정을 맞았다. 25인치 대형 불꽃과 국내 최장 길이 나이아가라 불꽃은 감탄을 자아냈다. 특히 올해는 2030 부산세계박람회 성공유치 노고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담아 5분간 ‘커튼콜 불꽃쇼’도 마련됐다.


이번 축제는 유료 좌석과 무료 좌석을 포함하여 총 70만 5200명의 시민이 불꽃을 관람했다. 54만 9000명의 부산 시민들이 광안리를 찾았으며, 선박 160여 척에서 3200명의 시민이 해상 관람을 했다. 남구를 찾은 시민은 7만 3500명이었으며, 해운대구엔 7만 9500명이 찾았다.
세계적인 행사인 만큼 광안리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도 많았다. 관광 안내소는 불꽃축제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로 붐볐다. 싱가포르에서 온 사안지 팡(60·여) 씨는 “휴가를 맞이해서 항구가 있는 부산을 찾았다”며 “한국에서 4년을 공부한 딸이 부산 불꽃축제를 추천해 줘서 방문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부산으로 가족 여행을 온 몽골 가족도 만나볼 수 있었다. 부산대학교 정보컴퓨터학과에 재학 중인 널기 텐지스(22·남) 씨는 “광안리에서 불꽃축제가 열린다고 해서 가족들을 초대했다. 몽골에서 볼 수 없는 큰 불꽃축제를 보게 돼서 정말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 축제는 별다른 사고 없이 마무리됐다. 이태원 참사로 인해 안전 관리에 만전을 기했다는 게 주최 측의 설명이다. 이번 축제를 위해 남부경찰서 1450명·해운대경찰서 약 300명의 경찰 인력이 투입됐으며 수영구청에서도 529명의 직원이 안전 관리를 위해 현장에 나섰다. 오후 6시부터 광남로 대중교통 11개 노선을 전면 통제하고 전국 최초로 ‘혼잡안전관리차량’이 투입되기도 했다.
한편 17일 행사 시간인 오후 6시부터 8시까지 112에는 총 102여 건의 신고가 들어왔다. 행사장 주변 교통불편 93건, 도로통제문의 6건, 기타 2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