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우주항공수도를 꿈꾸면서 프랑스 툴루즈를 롤모델로 하는 사천시. 사천시는 지난해 5월 27일 국가기관인 우주항공청이 개청했으며, 올해 임시청사를 대체할 새 청사 부지가 확정되면서 희망의 역사를 쏘아올리고 있다. 우주항공이 갖는 산업적 경쟁력뿐만 아니라 방위산업 등 국가안보적 차원에서도 그 위상이 남다를 것으로 인식되면서 진주혁신도시와 함께 서부경남 소멸위기를 극복할 중심테마로 우주항공에 대한 기대가 여느 때보다 높다. 우주항공의날 국가기념식도 논란 끝에 오는 27일 사천에서 열린다.
우주항공수도 사천의 이륙 준비는 끝났다. 우주항공청 새 청사와 우주항공복합도시특별법 제정으로 조기 비상하는 길만 남았다. 지난 1년과 향후 과제를 짚는다.
신청사 부지 행정절차 더딘 데다
기업유치 등 실질효과 아직 미미
우주항공의날 행사 논란 끝 개최
서부경남 살릴 테마 기대감 여전
국가적 힘 모아야 경쟁력 극대화

◇우주청 개청 1년= 한국판 나사(NASA·미국 항공우주국)로 불리는 우주항공청이 지난해 5월 27일 사천시 사남면에서 업무를 시작했다. 아론비행선박산업 건물을 임대해 임시청사로 쓰고 있는 가운데 지난 2월 사천시 용현면 경남우주항공국가산단(사천지구)을 신청사 입지로 확정했다. 오는 2030년까지 신청사를 신축한다는 계획 아래 실시설계 등 후속 행정절차가 새 정부 출범 이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우주항공청은 올해 1조원대의 예산을 편성, 첨단 항공엔진 국산화, 달 착륙 사업 등 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하는 대형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창원대학교 사천캠퍼스가 올해 새학기 신입생 모집을 시작으로 산학연 네트워크가 가동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기업·교육연구기관 유치, 우주항공복합도시 건설 등이 진행되겠지만 창원국가산단 등 국내외 사례를 보면 10~30년은 걸릴 것으로 보인다. 또 우주항공복합도시 건설은 특별법 제정 등 입법이 뒷받침돼야 한다.
우주개발 진흥법과 시행령이 지난달 23일부터 시행되면서 우주항공기업 유치 등에는 긍정 효과가 기대된다. 동법과 동법 시행령은 우주항공청장이 우주산업 클러스터(경남 등), 항공우주산업 특화단지(사천시) 내 지역을 투자진흥지구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추가됐기 때문이다. 시·도교육감이 투자진흥지구에 자율학교, 특수목적고등학교를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경남도와 사천시는 투자진흥지구가 실질적 효과가 있으려면 세제 지원까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우주항공 창업기업 공장 유치, 과학기술원 부설 우주항공 과학영재학교 설립, 우주항공부품소재진흥원 설립 타당성 용역, 우주항공제조혁신 디지털 모듈공장 구축, 우주탐사기술 시험·개발 전문센터 설립 등 15개 신규사업과 우주환경시험설비 구축 등 7개 계속사업에 필요한 국비를 정부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1회 우주항공의 날= 행사는 오는 27일 사천시 사남면에 위치한 우주항공청 청사 1층에서 오전 10시부터 10시 40분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이날 기념식에서는 우주항공청 비전 동영상 상영과 유공자 포상 등이 있을 예정이다. 도내에서는 사천, 밀양, 김해 등지에서 행사가 열린다. 사천에서는 지난 4일 전국청소년물로켓대회가 열렸으며, 27일 우주항공 음악회, 내달 천체사진전시회가 열린다. 오는 27일 밀양아리랑우주천문대에서 별자리 알아보기, 오는 31일에는 김해천문대에서 화성사진 증정 이벤트가 개최된다. 경남도는 오는 26일 서울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2025 국제 우주산업 콘퍼런스’를 개최한다. 전국적으로는 오는 27일 오후 3시 경기도 과천시 국립과천과학관에서 우주항공주간 선포식(기념행사)이 별도로 개최되는 등 곳곳에서 행사가 마련된다.
◇과제·전망= 이 같은 외형적 변화에도, 우주항공복합도시특별법 제정이 더딘 점, 우주항공청의 연구개발본부를 대전으로 하려는 더불어민주당의 우주청 개정법안 발의, 대전에 있는 우주청 산하기관인 항우연과 천문연의 향후 거취 등 사천시의 경쟁력 극대화를 위해 넘어야 할 산은 많다.
특히 새 우주청 청사 부지는 확정됐지만 실시설계 등 후속 행정절차가 더뎌 11만 사천시민과 340만 경남도민의 초조감이 높다. 6·3대선 이후 새 정부가 출범하면 대외적 변수는 여느 때보다 불안적 요소가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 만큼 사천·진주를 중심으로 하는 경남 지자체간 연대, 경남도의 보다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협력 체계가 요구된다. 대전은 사실상 수도권이라는 점에서 전남 고흥과도 영호남이 연대하는 전략도 반드시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사천의 롤모델인 프랑스 툴루즈가 인구 15만명에서 50만명으로 가는데 30년 이상 걸렸다는 점은 사천시에도 타산지석이 될 전망이다. 툴루즈는 프랑스 국립우주연구센터 산하 우주센터, 국립고등항공우주학교, 미국 보잉과 함께 세계 항공기 시장을 양분하는 에어버스 등이 모여 있어 기업활동·연구개발·인력양성이 모두 가능한 ‘산학연 모델’이 작동하는 우주항공도시다.
박동식 사천시장은 “툴루즈도 인구가 15만명에서 50만명 이상으로 성장하는데 30년 이상 걸렸다”며 “우주항공청 신청사 완공, 앵커기업(선도기업) 유치, 우주항공복합도시 개발로 산학연이 집중되기 시작하면 사천시 성장이 가팔라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유명현 경남도 산업국장은 “우주항공청을 중심으로 경남이 우주·항공·미래모빌리티 분야에서 앞서나갈 발판을 마련했다”며 “창원시 등 동부경남권 중심의 경남 제조업이 사천·진주·하동군 등 서부 경남권까지 확장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