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군에서 산소부족 물덩어리(빈산소수괴)로 인한 가리비·굴 양식장 집단 폐사로 100억원 상당의 피해가 발생한 데 이어 진해만에서도 폐사가 잇따르고 있다.
10일 오후 창원시 마산합포구 구산면 수정리 해안 홍합 양식장. 크레인이 바닷속의 밧줄을 끌어올리자 매달린 홍합들은 수심이 깊은 곳부터 절반가량 입을 벌린 채 폐사해 있다.

창원시는 이날 진해만 해역에 산소부족 물덩어리로 인한 두 건의 양식장 폐사 피해 신고가 집계됐다고 밝혔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덕동동 막개도 양식장 2개 어장 0.59㏊에서 각각 50%, 67.8%가량의 홍합이 폐사하는 피해가 발생했다.
박경민(67) 옥계어촌계장은 “지난 몇 년간 산소부족 물덩어리 피해가 커지고 있어 홍합을 양식하는 줄의 길이도 많이 줄인 상태”라며 “지난해에는 산소부족 물덩어리 현상이 심하지 않고 고수온으로 인한 피해가 커서 대부분 어민들이 고수온 피해 관련 보험만 들어놓아 폐사가 발생해도 신고하지 않고 있는 양식장들이 많다”고 말했다.
진해만 일대 수정리 등 어패류 양식장에서 8월 중순께부터 폐사 피해가 나타나기 시작했고, 이달 들어서는 양식장 수심 4m 이하의 아랫단부터 본격적인 집단 폐사가 발생하고 있다.

산소부족 물덩어리는 바닷물에 녹아있는 산소 농도가 1ℓ당 3㎎ 이하인 물덩어리로, 어패류의 호흡 활동을 방해해 수산업에 피해를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립수산과학원이 지난 2~3일 진해만과 마산만 일대 현장을 관측한 자료에 따르면, 진해만 산소부족 물덩어리는 가장 뚜렷하게 발생하는 지점에서 1ℓ당 0.35㎎의 산소 농도로 나타났다. 또 수심 7m 아래에서부터 두께 3~8m 정도를 유지하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여름철 표층 수온이 급격하게 오르면서 표층과 저층의 수온 차이가 커지면 산소부족 물덩어리 세력이 빠르게 나타날 수 있다는 연구를 지난 6월 공개했다. 현재 진해만 인근 표층 수온은 24~25℃이고, 저층 수온은 20℃가량으로 4~5℃ 차이를 보이고 있다.
앞서 최근 고성 가리비·굴 양식장 35곳에서 산소부족 물덩어리로 인한 집단 폐사로 100억원 상당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진해만 서부해역을 중심으로 산소부족 물덩어리가 유지되고, 발생 범위가 확장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박성은 국립수산과학원 연구사는 “경남지역에 주말부터 강수 예보가 있어 빗물을 타고 육상에서 바다로 유기물질이 유입되면 바닷속 산소 소모가 늘어날 수 있다”며 “이에 당분간 산소부족 물덩어리 세력은 지금과 같은 수준을 유지하거나 더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