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폭염으로 낙동강에서 녹조 현상이 악화하고 있는 가운데 지역 환경단체들이 자체 현장 실태조사에 나섰다. 3일 오전 낙동강 하류에 있는 김해시 대동면 선착장. 이학영 국회 부의장이 투명한 플라스틱 컵으로 강물을 떠 올리자 진한 녹색빛의 물이 가득 담겼다. 조사단은 허리춤까지 들어가 강바닥 흙을 삽으로 퍼 올렸는데, 흙빛은 이끼색에 가까웠다. 정박한 배들 사이로 강 표면은 짙은 녹색 식물로 뒤덮였고, 공기에는 썩은 풀 냄새가 진동했다. 낙동강네트워크 등 지역 환경단체들은 3일부터 5일까지 자체적인 낙동강 녹조 실태 조사를 진행한다. 환경부와 조사 기준(채수 지점, 위치 등)에서 이견이 계속돼 온 데다, 녹조 내 독성물질 여부에 관한 조사 결과도 기관마다 상반된 바 있기 때문이다. 조사단은 이날 대동 선착장을 시작으로, 경북 칠곡보 선착장까지 상류를 따라 3일간 채수를 이어갈 계획이다. 최근 폭염과 적은 강수로 낙동강 수질지표도 악화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함안군과 창녕군 사이 칠서 지점의 유해 남조류 수는 2주 연속 1㎖당 1만 개를 넘겨 조류경보 ‘경계’ 단계로 상향됐다. 김해시 물금매리 지점 역시 대량의 녹조가 검출되며 경계 단계가 유지되고 있다. 이
최근 도내 노후건물에서 안전사고가 잇따르고 있으나 경남 지역 건축물 97%가 건축물 관리법에 따른 정기 점검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현행 법령이 건물 노후화로 인한 안전사고를 예방하기에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7월 31일 낮 12시 23분께 창원시 성산구 신월동의 한 상가건물에서 외벽 처마 쪽에 달린 콘크리트 구조물이 떨어져 주차된 차량의 창문을 파손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해당 건물은 상가와 주거시설이 복합된 5층짜리 근린생활시설로 1989년 준공됐다. 사고 직후 확인된 건물 외벽은 곳곳이 변색하고 창문과 구조물은 노후화 흔적이 뚜렷했다. 건물 연면적은 1852.41㎡다. 같은 날 오후 10시 31분께 창원시 마산회원구에선 2층짜리 상가 건물 1층 천장이 무너져 1명이 잔해에 깔려 사망하고 3명이 다쳤다. 1987년 준공된 해당 건물은 1층은 상가, 2층은 주택 용도로 쓰였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식 결과 사고 원인은 ‘건물 노후로 인한 부식’으로 나왔다. 건물 연면적은 164.54㎡다. 사고가 있었던 두 건물은 준공 후 30년 이상이 지난 노후건물임에도 법적 정기 점검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2020년 제정된 현행법(
처서(處暑)가 지나도 사그라들 줄 모르는 폭염에 화훼농가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농가는 꽃이 뿌리를 제대로 내리지 못해 시들고, 줄기가 성장하지 못한 상태로 제 시기보다 일찍 만개해 상품성이 떨어지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27일 오전 9시께 찾은 국내 최대 규모인 김해 대동 화훼단지. 이른 시간임에도 유리로 된 하우스 내부 온도는 35℃를 가리켰다. 하우스 내부를 가득 채운 올라야 꽃은 하얀 꽃잎을 피우기도 전에 노랗게 말라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한편에는 잎을 피우지 못하고 말라 죽은 꽃들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33년째 화훼농가를 운영하는 안채호(60)씨는 “오뉴월 이른 시기부터 나타난 폭염이 처서를 지나서까지 이어지니 꽃들의 상태가 좋지 않다”며 “하우스 내부 온도가 한낮에는 45℃가량까지 오르니 원래는 10일이면 뿌리를 내릴 꽃들이 제대로 활착하지 못하고, 양분을 흡수하지 못해 줄기와 잎이 말라서 죽고 있다”고 했다. 올해 김해시는 지난 6월 27일 첫 폭염주의보가 발령된 이후 51일간 폭염특보가 발효됐다. 이는 지난해 경남 지역 평균 폭염특보 44.9일을 넘어선 수치다. 지난 53년간 경남 지역 평균 폭염특보 일수는 14.0일이다. 안씨는 “함께
일부 노후 아파트에 옥상으로 향하는 통로가 없거나 사다리뿐이어서 저층 화재 시 옥상을 대피처로 활용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오전 10시께 창원시 성산구 용호동의 한 아파트. 옥상에 오르려면 약 2m 높이의 사다리를 타야 하는데, 건장한 성인 남성이 이용하기에도 쉽지 않았다. 안전장치가 없어 추락할 경우 바로 옆 계단으로 떨어질 위험도 커 보였다. 이 아파트는 엘리베이터가 없는 5층 건물로, 다섯 개 라인 중 세 곳은 옥상으로 향하는 통로조차 없었다. 완강기 또한 설치돼 있지 않아 저층에서 화재가 발생해 계단이 봉쇄될 경우 사실상 대피로가 없는 셈이다. 이 아파트에서 거주하는 오모(42)씨는 “연로한 모친과 유치원생인 아들과 함께 살고 있는데, 위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가족들을 데리고 옥상으로 올라가기가 불가능해 보인다”며 “특히 우리 라인은 옥상으로 향하는 통로 자체가 없어 아래층에서 불이 난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지난 2016년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이 개정된 이후 준공된 30세대 이상 공동주택은 화재 시 옥상을 대피로로 활용하기 위한 자동개폐장치 설치 등이 의무화돼 있다. 그러나 해당 아파트는 1987년 사
“폭우가 휩쓸고 간 자리는 아직도 그대로인데…, 아무리 치워도 늙은이 혼자 힘으로는 어림도 없습니다.” 지난달 중순 극한호우로 막대한 인명·재산 피해를 입은 지 한 달, 산청군에는 아직도 수마의 흔적이 역력했다. 수해를 입은 초창기만 해도 많으면 하루 1000명이 넘는 자원봉사자들이 복구현장을 찾았지만, 열흘 전부터는 발길이 줄면서 복구에 속도가 더딘 상황이다. 지난 14일 찾은 산청군 피해지역은 도로 곳곳이 흙과 돌무더기로 뒤덮였고 전봇대는 반쯤 드러누워 있었다. 도로 일부는 균열로 통행이 제한됐고, 산사태로 토사가 흘러내린 경사로는 2차 피해를 막기 위한 흙 포대가 즐비했다. 굴착기가 도로를 바쁘게 오가며 흙을 퍼 날랐지만 마을을 가득 채운 흙더미와 잔해는 그대로인 듯 보였다. 지난달 16~20일 사이 산청군에는 793.5㎜ 폭우가 쏟아지면서 14명이 소중한 목숨을 잃었다. 1명은 아직 실종 상태다. 산청읍 병정마을은 호우에 따른 산사태로 여러 채의 집이 뼈대만 남기고 무너졌다. 마을에서 만난 박찬균(71)씨는 “집 안은 어느 정도 치웠지만 아직도 벽에 흙이 묻어 있고, 마당은 손도 거의 못 댄 상태다”며 “집 뒤편에 있는 나무들은 산사태에 밀려 휘어진
지난달 31일 밤 천장이 무너져 사망자가 발생한 마산회원구 양덕동 상가 건물이 준공된 지 50년 가까이 됐음에도 현행 법령상 정기점검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노후 건축물 관리 제도의 허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3일 오전 10시께 창원 마산회원구 양덕동의 한 상가. 지난달 31일 밤사이 1층 천장이 무너져 내린 이곳에는 현장을 가려 놓은 방수막 사이로 가구와 생활용품 잔해들이 보였다. 또 건물 안쪽으로 회색 콘크리트가 가루가 된 채 흙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잔해 옆에 마련된 탁자에는 사망자의 넋을 기리기 위한 술상이 차려져 있었다. 인근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장호동(55)씨는 “사고 당시 건물이 큰 소리도 내지 않고 그대로 폭삭 주저앉았다”며 “사망자는 담배를 사러 자주 들러 안면이 있던 분이기에 마음이 좋지 않다”고 전했다. 사고는 지난달 31일 오후 10시 46분경 발생했다. 당시 건물 내부에는 총 5명이 있었으며, 1명은 붕괴 직후 자력으로 탈출했고, 2층에 머물던 가족 3명은 부상을 입은 채 구조됐다. 그러나 1층에서 중국 식품 소매점을 운영하던 50대 A씨는 4시간여에 걸친 수색 끝에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산청군에 내린 폭우로 수년 치 수확물을 잃은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23일 오전 딸기농장이 밀집한 산청군 신안면. 지난 폭우로 빼곡하게 즐비한 비닐하우스들은 폭우에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훼손됐다. 하우스 뼈대는 휘어서 흙과 뒤엉켰고, 비닐은 갈기갈기 찢겨 있다. 농장을 관리하기 위해 세운 가건물들이 뒤집혀 있기도 했고, 한 트럭은 논 가운데 거꾸로 처박혀 있었다. 하우스가 무너져 내리거나 내부 작물들이 휩쓸려가지 않은 곳들도 피해가 막심하긴 마찬가지다. 이곳에서 20년가량 딸기 농사를 짓고 있는 김향숙(63)씨의 하우스 15동 중 한 곳은 외형이 크게 손상되진 않았지만 안에 심긴 모종들은 흙이 묻은 채 잎이 축 늘어져 있었다. “비가 비닐하우스 천장까지 다 들어찼는데, 10월 말부터 내년 5월 초까지 예정된 수확을 못 하게 됐다”며 “모종까지 전부 잃으면 수년간 농사를 할 수 없게 되는데, 아직 물과 전기가 안 나와 한 동 겨우 살아남은 모종들도 살리기 어려울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인근에서 딸기와 망고 농장을 운영하는 유승현(55)씨는 “8월 말 정도부터 딸기 정식(모종을 옮겨 심는 일)을 할 예정이었는데, 내년 농사까지 싹 말아먹
경남도 18개 시군 중 12곳에서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역사랑상품권을 지류형(종이형)으로 발급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실물화폐 사용률이 높은 지역 전통시장은 소비 진작 혜택을 누리기 어렵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오는 21일부터 신청 가능한 민생회복지원금은 신용·체크카드, 선불카드, 지역사랑상품권 형태로 받을 수 있다. 그 중 지역사랑상품권은 지류형과 모바일형, 카드형으로 나뉘는데, 경남 18개 시군 중 창원·진주·통영·사천·김해·밀양·거제·양산·함안·산청·거창·합천 등 12개 시군은 지류형을 발급하지 않는다. 이에 전통시장에서는 지류형 없이는 민생회복쿠폰의 혜택을 누릴 수 없다는 불만 목소리가 나온다. 16일 오전 창원시 의창구 지귀시장에서 어묵을 팔고 있던 김동백(60)씨는 “시장을 찾는 이용객들은 대부분 60대 이상의 고령자라 모바일 형태의 쿠폰을 사용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20여년째 장사를 하고 있다면서 “상인들도 모바일 결제 시스템을 경험해 보지 않은 분들이 다수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상인 이모(32)씨는 “소비자들은 대부분 전통시장에서 모바일 형태의 상품권을 쓰기 어렵다고 인지하고 있어,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시장 밖에서 쓸 것 같다”며 “그렇게
산청 대형산불이 발생한 지 100일이 지났다. 삶의 터전이던 숲은 잿더미로 변했지만 그곳엔 여전히 사람들이 있다. 장마 시작되며 흙·돌멩이 흘러내려 “비 올 때마다 위험” 직접 방책 세워 집 착공 시작했지만 복구 하세월 “급한 사람부터 살 곳 만들어줘야” ◇나무 없는 산에 비가 내리면= 지난 25일 오후 중태마을은 피해목들을 베어내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마을 입구에서부터 불에 그슬려 새까맣게 탄 소나무들이 트럭에 실려 나왔다. 뒷산을 가득 메웠던 나무들은 밑동만이 남았다. 기자는 약 100일 전 중학생 때부터 살던 집이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무너져 내리는 것을 허탈하게 바라보던 최순철(61)씨를 기억한다. 그의 집이 있던 곳은 피해목을 쌓아 놓는 공간이 됐다. 초록빛은 온데간데없고 회색빛 땅에 나무 밑동만 박힌 언덕 아래로 주민 정모(67)씨의 집이 있었다. 그는 근심 가득한 눈빛으로 산능성이를 바라봤다. 황량한 산을 바라보던 그의 입에서 산사태에 대한 근심이 쏟아졌다. 정 씨는 “얼마 전 장마가 시작되며 주말에 많은 비가 왔을 때 마을 전체에 대피령이 내려졌다”며 “작년까진 비가 많이 오더라도 이런 일이 없었는데, 산불로 지반이 약해져 산사태가 우
지난 3월 산청군에서 발생한 대형산불이 28일로 100일을 맞는다. 4명의 목숨과 3397㏊의 숲을 앗아간 그날 현장을 취재했던 기자는 매캐한 내음과 황량하게 타버린 마을에 대한 기억을 더듬으며 참혹했던 화마의 현장을 다시 찾았다. 불길 휩쓴 산등성이 앙상한 나무들로 뒤덮여 벌채목 쌓여 상처 여전 탄내 자욱했던 땅에선 풀내음·새순 돋아나고 멧돼지·고라니 돌아와 “푸른빛 띠지만 회복 아직 예전 모습 되찾으려면 땅 체질부터 바꿔나가야” ◇여전한 잿빛과 트라우마 위에도 초록이 핀다= 지난 25일 산청군 시천면 외공마을. 석 달 전 불길이 휩쓸고 간 산등성이엔 가지만 앙상하게 남은 나무들로 뒤덮여 있다. 산으로 이어지는 마을 오르막길 돌담은 여전히 까맣게 그을려 있었다. 집 마당에 있는 수도꼭지는 불에 녹아 뒤엉킨 비닐이 칭칭 감겨 있고, 흔적 없이 사라진 집 마당의 타다 만 감나무는 밑동만 남았다. 함께 마을을 둘러보던 이장 김원중(52)씨는 “그날 이후 마을 회관 스피커를 켜기만 해도 어르신들은 깜짝깜짝 놀란다”며 여전히 남아있는 그날의 충격을 전했다. 화마가 휩쓸고 간 인근의 중태마을. 중태천을 따라 일자로 길게 뻗은 마을엔 벌채한 피해목이 수북하게 쌓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