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후위기로 폭염이 심해지면서 철도 선로까지 변형 위험이 높아져 안전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8월20일자 1면보도)이 제기된 가운데, 선로 변형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서행운전에 대한 새로운 기준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실제 기후변화에 따라 선로의 온도 자체가 급상승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22일 안태준 국회의원이 한국철도공사(KORAIL)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준 경부고속선 철도 선로의 평균 온도는 46.1도에 달했다.
이는 2020년 동월(36.4도)에 비해 5년 만에 10도 가까이 상승한 수준이다.
일반선(경부선) 역시 38.7도에서 44.5도로 평균 온도가 올랐다. 특히 지난 7월 27일 경부선의 경우, 59.1도라는 최고 온도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렇듯 폭염에 따라 철로가 달궈져 안전을 위협하는 상황인데, 정작 대책은 자동살수장치 확충 및 차열성 페인트 도포 등 일시적인 조치에 머물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폭염시 서행운전 기준을 폭염 심화에 맞춰 새롭게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한다.
현행 규정상 일반선은 60도 이상이면 서행운전을 해야한다.
고속선의 경우 자갈도상 구간의 경우 55도 이상이면 서행운전, 콘크리트도상 구간은 65도 이상이어야 서행운전에 들어간다.
지난 2022년과 2023년에는 관련 기준이 강화돼 일반선 철로 온도 기준을 55도로 낮추고 취약개소에 한해서는 50도까지 낮춰 운영한 바 있다. 아울러 고속선은 자갈도상 구간만 53도로 기준을 낮추기도 했다.
문제는 이에 대한 정확한 규정 없이, 그 해의 기온 상황을 보고 판단해 공문 등을 통해 지침을 내리는 방식이어서 기준이 제각각이라는 점이다.
지난 2023년에는 폭염주의보 발생 시에도 서행운전하도록 지침을 내렸지만, 올해는 폭염주의보와는 무관하게 운영됐다.
그렇다보니 연도별 서행운전 횟수에서도 차이가 크다. 폭염에 따른 서행운전은 2022년 219건에서 2023년 1천416건으로 폭증했다.
반면 기준이 낮춰진 2024년은 3건에 그쳤다. 올해는 강화된 기준은 적용됐지만 폭염주의보에 따른 조치는 없어 지난 8월까지 345건으로 선로의 열기와 달리 서행 운전 횟수는 급감했다.
이에 대해 한국철도공사 관계자는 “(지적에 공감하고)온도 기준을 새롭게 설정하기 위해 전문가에게 자문을 받고 있다”며 “현재는 고속선 자갈도상 모든 구간과 일반선 주요 구간을 포함해 총 457개소에서 자동살수장치를 운영해 철로 온도 상승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상기후에 따른 여러가지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