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조금으로 몇백억 받았다고 여기저기 떵떵거리길래 이번엔 진짜 되나 했는데….”
양평군 용문역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는 흑천이 흐른다. 건너편엔 거대한 돌무더기가 있다. 지난달 28일 흑천을 따라 산책하던 주민들에게 돌무더기에 대해 묻자 하나같이 표정이 굳었다.
‘낙석위험 출입금지’라고 크게 적힌 빨간색 현수막이 걸린 지점에서 산 줄기를 따라 고개를 들어보니 수풀로 빼곡한 주변과는 달리 나무 하나 없이 휑한 절벽이 보였다. 이곳은 양평군 용문면 다문리 산에 방치된 폐철도 자갈 채석장 부지다. 주민들에게는 오랜 골칫덩이기도 하다. 1997년께까지 철도 자갈을 채취하다 폐쇄된 후, 흉물스럽게 남아있다.
양평군은 이곳을 탈바꿈해보려 수차례 시도했다. 2003년에는 인공폭포·등산로·산악체험장이 있는 공원으로 조성해보려 했지만 실패했다. 그러다가 2021년 전환점을 맞았다. 경기도가 특별조정교부금(특조금)을 두고 도내 시·군을 대상으로 여는 오디션인 ‘경기 FIRST 정책 공모사업’에서 해당 부지를 활용한 양평군의 ‘라온 에코 포레스트’ 사업이 1등을 해 100억원을 따냈기 때문이다. 주민들의 기대감도 극에 달했다.
양평군의 계획은 폐채석장의 돌무더기를 클라이밍 명소로 개발하고 주변에 집라인·숲 모노레일·숲 트레킹과 같은 레저 시설을 조성하겠다는 것이었다.
당시는 이재명 도지사 시절로, 같은 더불어민주당 소속이었던 정동균 전 양평군수가 총대를 메고 추진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사업은 지난해부로 중단됐다. 막상 사업을 시작하기 위해 안전진단 용역을 해보니 낙석 위험성이 높아 사업을 추진하기 어렵게 된 것이다.
전진선 현 양평군수는 지난해 SNS를 통해 “정밀조사 결과 옛 채석장 암반 전체가 (사업을 계획대로 추진하기엔) 안전성이 부족하다는 판정을 받았고, 안전 확보를 위해선 대규모 보강공사와 막대한 추가비용 발생이 불가피했다. 얼마가 될지 가늠하기도 어려운 추가 비용을 전액 군비로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라 현실적으로 추진이 어렵다”며 사업 중단 결정 소식을 알렸다.
양평군 관계자는 “현재까지 용역 등으로 특조금은 8억8천700만원 가량 집행했다”며 “공모 형식의 오디션을 통해 받은 특조금이기 때문에 다른 사업에 재투자는 안된다는 답변을 경기도로부터 받았다. 나머지 금액은 추후 양평군에 내려올 특조금에서 감액하기로 협의했다”고 말했다.
이번만큼은 폐채석장 개발을 계기로 이 일대가 활력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던 주민들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주민 이동일(63세)씨는 “일단 위험해보이지 않나. 보기만 해도 걱정이 된다”며 “풀이라도 자랄 수 있게 뭐라도 조치를 해서 (폐채석장 부지를) 복원이라도 시켜줬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이른바 도의 특조금 오디션은 특조금 지원에 대한 도지사의 권한을 시·군 발전을 위한 우수한 아이디어 사업을 위해 나누겠다는 ‘일석이조’의 취지였지만, 양평군 사례처럼 결과적으로는 누구를 위한 오디션이었는지 반문하게 되는 사례들마저 있다.
특조금 오디션을 통해 필요성을 인정받은 사업인데도 불구하고, 추진이 어려워진 사례들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특별취재팀
※특별취재팀 = 강기정 차장, 이영지·한규준·김태강 기자(이상 정치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