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 간 무력 충돌로 촉발된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국내 외환시장과 물가를 동시에 흔들고 있다. 원·달러 환율도 급등했다가 하루 만에 큰 폭으로 밀리는 등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수입물가와 에너지 가격 상승 우려도 확대되는 모습이다.
5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8.1원 내린 1468.1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야간 거래에서 한때 1500원을 넘어서며 급등했던 환율은 하루 만에 약 40원 밀리며 환율 변동성이 크게 확대됐다. 중동 정세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만큼 외환시장 불안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환율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수입물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달러 결제 비중이 높은 수입 식품 가격이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대전지역의 경우 수입 과일 가격 상승이 두드러진다. 이날 대전에 유통된 망고는 1개에 5483원으로 전년 대비 28.02% 상승했고, 바나나는 100g당 378원으로 1년 전보다 18.9% 올랐다. 고환율 여파로 수입 식품 가격 전반에 상승 압력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국제유가 역시 중동 긴장 고조의 영향을 받고 있다. 이란이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원유 공급 차질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 특성상 유가 상승은 물가와 경상수지에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름값도 빠르게 오르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대전 평균 휘발유 가격은 ℓ당 1846.66원으로 하루 새 56.66원 상승했다. 지난달 28일(1678원)과 비교하면 닷새 만에 약 10.05% 급등한 수준이다.
유가 상승세가 장기화할 경우 전 세계적으로 고물가와 고금리, 경기 둔화 압력이 동시에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강달러 현상이 이어질 경우 원화 약세가 심화되며 환율이 다시 상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현대경제연구원은 연평균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수준을 유지할 경우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3%포인트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정부도 사태 장기화 가능성에 대비해 에너지 수급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정부 비축량 117.1일분과 민간 비축량 104.1일분을 합치면 약 208일, 즉 7개월가량 사용할 수 있는 물량이 확보된 상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현재까지 국내 에너지 수급에는 직접적인 차질이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중동 정세 불안과 국제유가 상승 등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자 위기관리 매뉴얼에 따라 에너지·자원 위기경보 '관심' 단계를 발령했다.
이와 관련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임시 국무회의에서 "중동지역의 위기가 고조되면서 글로벌 경제안보 환경이 많이 악화됐다"며 "원유·가스·나프타 등 에너지 수급 안정과 수입처 다각화 방안을 신속히 마련하라"고 관계 부처에 주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