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일보) ‘걷기 좋은 부산’ 무색한 산복도로 ‘골병’ 보행권
피란 수도였던 부산의 역사성이 담긴 열악한 산복도로의 보행권을 이제는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좁고 가파른 계단길이 산복도로의 정체성이지만, 지나치게 걷기 어려운 길은 장기간 주민의 희생을 요구해 왔고 ‘걷기 좋은 도시 부산’이라는 정책과도 맞지 않아 대안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라는 지적이다. 22일 오후 부산 동구 도시철도 1호선 좌천역에서 멀지 않은 증산로 146개 계단 앞. 아래쪽에서 바라본 계단 위쪽 끝은 까마득하게 높다. 촘촘히 박힌 계단 146개를 다 오르는 데 웬만한 성인도 족히 2~3분 정도는 걸린다. 노약자라면 몇 배는 더 걸릴 정도. 단순히 계단이 많은 것만이 문제는 아니다. 발을 내디딜 수 있는 계단 너비는 30cm가 되지 않는다. 부식돼 떨어져 나간 곳의 너비는 20cm 남짓에 불과했다. 웬만한 성인 여자도 겨우 한 발을 디딜 수 있을 정도에 불과해 자칫하면 발을 헛디디기 십상이다. 이날 때마침 비까지 내렸다. 성인 남성이 한 손으로는 우산을 들고, 다른 손으로는 노모를 부축해 계단을 내려가는 모습이 무척 위태로워 보였다. 이 지역에는 고령자가 많은데, 주민들은 수십 년간 위태로운 길을 인내하며 오른 셈이다. 증산로 146개 계단은
- 김준현기자, 양보원기자
- 2023-05-23 09: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