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태형의 시시각각] ⑫ 문무대왕릉 & 만파식적
경북 경주시 양북면 봉길리 앞바다. 찾을 때마다 먼 발치서 마주했던 교과서 속 바위섬, 1천300여 년 전 문무대왕릉 속살이 궁금했습니다. 동서 35m, 남북 36m 크기의 대왕암. 사방으로 통하는 물길 한가운데에 길이 3.75m 너비 2.47m, 20t 무게의 뚜껑돌을 능(陵)을 상징하듯 정확히 남북으로 놓았습니다. 19년 전 경주문화재연구소·KBS 공동조사에서 바닷물이 동(오른쪽)에서 서로 쉬 들고 나도록 서쪽 물길을 15cm 더 낮게 하고, 물속 뚜껑돌 자리 주변 암반을 정으로 다듬은 흔적이 확인됐습니다. 왕의 분골을 모시는 왕릉을 조성했음에도 갈매기가 쉬는, 암초덩어리로 보이는 것은 자연을 존중해 인공을 절제한 덕분입니다. 용이 된 왕은 이 섬에 대나무를 내어 아들 신문왕에게 피리 만파식적을 만들어 불게 하니 나라 근심·걱정이 모두 사라졌습니다. 고구려·백제 유민을 다독여 통일신라로 국론을 모으니 통합의 지혜가 아닐 수 없습니다. 흑백으로 치닫는 사회, 혼돈의 요즘입니다. 아이는 아이대로, 어른은 어른대로 이쪽 아니면 저쪽으로 갈라치기를 강요하는 뉴스마다, 댓글마다 통합의 언어가 사라졌습니다. 통합의 상징 만파식적(萬波息笛) 설화가 깃든 대왕암. 오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