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여당 소속 대전·충남 의원들과 행정통합 논의에 나섰다. 행정통합 시기와 5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 영향에 촉각이 모이는 가운데 공론화 마무리 단계에 있는 경남·부산 행정통합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관심이 쏠린다.

이재명 대통령은 18일 대전·충남에 지역구를 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오찬을 함께했다.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대전·충남 행정통합의 필요성과 함께 통합을 조속히 마무리해야 한다는 뜻을 전했다. 대통령실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이 대통령이 “지방정부의 통합이 쉽지 않지만 복잡한 정치적 이해관계를 넘어서는 정책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했고, “다가오는 지방선거에 통합된 자치단체의 새로운 장을 뽑을 수 있게 중앙정부 차원에서 실질적이고 실효적인 행정 조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참석자들도 적극적인 논의와 신속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관련법 발의와 지역 주민 의견을 수렴할 방안에 대한 논의를 이어갔다고 밝혔다.

대전·충남 통합은 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 특히 지난 5일 충남 지역 타운홀 미팅에선 “대전·충남을 모범적으로 통합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지역 주민들 의견을 직접 묻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또 “대한민국의 생존 전략으로 지역 균형 발전이 중요하다. 그러려면 지역의 성장 발전 거점이 있어야 한다”며 “세계적인 추세를 보더라도 광역화가 일반적인 경로다. 자잘하게 쪼개져 가지고는 (지역의) 경쟁력을 갖기가 어렵다”고도 했다.

대전·충남 행정통합은 국민의힘 소속의 대전시장과 충남지사가 함께 추진해온 내용이다. 두 단체장은 지난해 11월 행정통합을 선언했고 국민의힘 의원들이 특별 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민주당 의원들은 졸속 추진, 공론화 부족, 교육자치 훼손 등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통합에 반발해왔고 법안은 계류된 상태다.

대통령실에서는 지역 의견을 경청하기 위한 취지라며 확대 해석에 선을 그었으나, 이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추진 구상을 밝혔고 또 이날 지역 의원들과 논의에 나서면서 통합론 불씨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대전·충남을 비롯해 경남·부산, 대구·경북 등 지역에서 야당 소속 단체장들이 추진해온 행정통합이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인 ‘5극3특’ 등 균형발전 정책과 맞물려 정부 주도로 추진되면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속도로 진행될 것이란 관측이다.

결국 행정통합 가능성과 함께 행정통합이 내년 6월 지방선거 전에 마무리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통합 여부에 따라 내년 지방선거 출마 선거구가 갈리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대전·충남의 경우 야당은 통합 추진으로 수성 의지를 다지는 반면 여당은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을 후보로 내세워 탈환을 시도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통합 시기와 상관없이 경남·부산을 포함해 기존 행정통합을 추진해오던 지역에서는 행정통합이 선거 핵심이슈로 떠오르게 될 것으로 보인다.

경남·부산에서는 행정통합 공론화 마무리 단계가 진행 중이다. 이달 ‘찾아가는 경남·부산 행정통합 설명회’를 끝내고 행정통합 선호를 묻는 여론조사 진행을 앞두고 있다. 이르면 내년 1월 초 여론조사 결과가 공개되고 그 결과에 따라 행정통합 여부를 최종적으로 가리게 된다.

경남·부산이 행정통합을 하겠다고 결정한다면, 정부까지 나선 대전·충남 행정통합의 영향으로 경남·부산의 행정 통합에도 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크다.

이때는 지방선거 시기와 맞물려 지방선거 판도도 크게 요동칠 수 있다. 경남·부산 역시 대전·충남과 마찬가지로 단체장이 모두 야당인 국민의힘 소속이고 여당인 민주당이 강력한 탈환 의지를 가진 지역이다.

반대로 내년 지방선거와 여야의 정치셈법으로 행정통합이 속도를 내지 못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 대통령은 지난 8일 지방시대위원회 보고회에서 “행정통합 문제든 연합 문제든 꼭 마지막에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에 발목이 잡히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에 김경수 지방시대위원장도 행정통합을 장기 과제라고 이야기하면서, 행정통합은 시일이 걸리고 어려운 문제이기 때문에 먼저 사업을 함께할 수 있는 연합을 만들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