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애인 무성한 눈꺼풀 감았다 뜨는 사이 초록의 연못에서 머리를 감는 나무, 나무들이 휘파람 불면서 머리를 들어 올릴 때 묘비처럼 우뚝 서 있는 당신을 보았습니다 백 년 아니 몇백 년을 같이 살아도 기척을 늦게 알아챈 나는, 혹은 당신은 너무 오래된 애인입니다 동그랗게 몸을 말아 자다 깬 짐승 새끼처럼, 그런 마음으로 밖을 보면 눈동자도, 눈동자에 담긴 구름도 초록빛으로 물들겠지요 그러면 그때 이미 숲이 되어 번진 서늘한 그림자, 당신이 있겠지요 우렁우렁 여름밤 천둥처럼 초록도 한참 깊어가겠습니다 ☞ 사람도, 나무도 오래되면 편안한 느낌을 주는데 고성군 마암면의 장산숲이 그렇다. 사계절이 다 아름다운 숲이다. 각종 활엽수가 주종을 이루고 있어 그늘과 바람이 좋다. 이팝나무, 소태나무, 서어나무, 검팽나무, 느티나무 등등 무성한 나뭇잎이 초록의 물결을 이룬다. 나무는 언제나 옳다. 퇴계 선생의 제자였던 천산재 허천수선생이 연못을 만들고 나무를 심어 노산정이라 짓고 즐기던 곳이라 한다. 그 당시에는 연못에 낚시터도 있었을 만큼 규모가 꽤 컸으나 지금은 많이 작아진 것이라고. 1987년 지방기념물 제86호로 지정되었다. 숲 맞은편에 있는 허씨 고택도 있으니 꼭
억새 -이서린 1. 그것이 고독한 흰 늑대였는지 뒤돌아보던 머리 흰 사내였는지 2. 모질고 건조한 바람은 눈물도 피도 증발시켜 세상은 버석거리며 목쉰 소리를 낸다 삶이란 살아내는 것 흔들리지 않기란 형벌 같은 것 지나가는 입김이나 휘파람에도 온몸으로 반응하고 지는 해에조차 환하게 웃다 무수한 나비 떼로 날아올라 눈꽃처럼 사라지는 3. 천지가 달과 고요에 휩싸인 밤 출렁이는 물결 속 형형한 눈빛으로 돌아와 장엄한 바다를 펼쳐 보이며 목놓아 우는 억새 억새 저, 사내 ☞겨울 끝과 봄 사이. 간월재는 여전히 등산객이 많다. 경남 양산과 울산에 걸쳐져 있는 신불산, 간월산은 영축산과 재약산이 이어져 있어 산을 오르는 사람이면 한 번쯤 등산 코스로 잡는 곳. 영남 알프스로 불려 등산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이들도 많이 찾아 자연을 즐기다 간다. 간월재는 해발 약 900m지만 거의 600m 정도까지는 차가 올라갈 수 있다. 걷는 것에 자신이 없어도 반 이상을 차로 갈 수 있으니, 관절이 안 좋은 사람도 너무 걱정하지 마시길. 경사가 완만한 편이니 운동화에 일상복 차림으로도 간월재를 오르는 사람도 많이 있다. 간월재의 억새 군락지는 탄성을 자아낸다. 달빛을 받으면 눈부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