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어디인고?” “… …” “답답하구나. 여기가 어디더냐?” “예~ 제주 땅 어등포라 하옵니다.” “뭣이라? 제주?” 청천벽력이었다. 호송 책임자인 별장(別將)이 옆에서 뭐라고 설명을 하는 듯했지만 전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결국은 여기까지 오고야 말았구나.’ 망연자실한 왕은 혼자 뇌까린다. 열 몇 시간 여 험난한 뱃길, 속이 완전히 뒤집어지며 죽는 줄 알았다. 강화 교동도를 출발할 때만 해도 전에 갔던 태안으로 다시 보내지는 줄 알았다. 그러나 그게 아니었다. 시간이 많이 길어지는 걸로 보아 멀리, 아주 멀리 남해의 어디 자그마한 섬으로 보내지는가 싶어 깊이 절망했다. 남해는 아득히 멀다. 한양에서 멀어질수록 왕좌 복귀의 꿈도 멀어지는 것이다. 머리엔 두건을 씌웠고, 주변에 휘장까지 쳤으니 배에 탄 동안 왕의 눈에 들어온 바깥 풍경은 일절 없었다. 이번의 이배(移配)는 단단히 비밀에 붙여진 모양이라 생각하며 드디어 도착해 내린 곳, 말로만 들어왔던 그 제주라는 것이다. “내가 어찌 여기 왔느냐. 어찌 여기까지 왔느냐.” 혼자 읊조린 말이었는데 마중 나와 엎드려 있는 제주목사는 쓸데없는 대답을 뱉아낸다. “임금이 덕으로 다스리지 아니하면 구중궁궐이
정지효 작가가 우리가 알지 못했던 아름답고 매력적인 남도를 일 년 동안 구석구석 찾아다니며 여행기를 남겼다. 그 여행기가 담긴 책은 바로 <12 MONTH NAMDO TRAVEL: 열두 달 남도 여행>(라이트라이프)이다. 정 작가는 이 책을 “이번 주말에 어디 갈까?”, 주위에서 가볍게 던진 질문에 막힘없이 답을 줄 수 있는 남도 여행 가이드 책이라고 정의했다. KBS TV 방송작가이자 여행작가로 활동 중인 정 작가는 다양한 여행 프로그램을 제작하면서 보고 듣고 느꼈던 남도 여행지의 매력을 한 권에 담기 위해 노력했다. 정지효 작가에 따르면 많은 이들은 자신이 살고 있는 곳이 세상의 중심인 줄 알고 산다.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이 모여 사는 수도권 사람은 꽃밭이 된 전남 신안의 섬이나 보배 섬 진도가 품은 작은 섬 둘레길 등 알지 못하는 게 너무 많다. 수도권 외에도 옆에 사는 전북 사람들도 전남의 모든 것을 알기는 어렵다. 이에 정지효 작가는 책을 통해 많은 사람이 아름다운 바다, 멋진 산, 오랜 역사가 깃든 마을까지 무엇 하나 빠질 것 없는 완벽한 여행지 전남을 알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책을 펴냈다. 실제 이 책은 서울이나 경상도 쪽에서 찾는 독
경주에는 최근 어린이들을 데리고 가기에 좋은 새로운 관광 시설이 여러 개 생겼다. ‘미디어파크 정글의 법칙’과 ‘근대사박물관 추억의 달동네’도 그런 곳이다. 정글의 법칙은 빛과 영상을 이용해 환상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공간이다. 비행기를 타고 가다 밀림에 추락하는 바람에 경험하는 모험을 주제로 하는 몰입형 영상 공간이다. 해변, 재규어의 숲, 신전, 월 아트 포토존, 심해, 플럭스 등으로 구성돼 있다. 영상을 모두 다 보는 데에는 1시간 정도 걸린다. 어른들의 눈높이에는 다소 못 미친다고 볼 수도 있지만 어린이들에게는 매우 재미있는 추억을 심어줄 수 있다. 추억의 달동네(사진)는 언덕을 1960~70년대 분위기로 꾸며놓은 곳이다. 언덕 골목길을 따라 걸으면서 봉건 사회관, 학교길, 다방 거리, 7080 상가, 저자 거리, 군 막사 등을 둘러볼 수 있다. 다소 유치한 내용도 포함돼 있지만, 어린이들에게 어른들이 살던 과거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한 번쯤 둘러볼 만한 곳이다. 남태우 선임기자 leo@busan.com
경북 영천에는 아파트 단지와 각종 상업·업무시설이 들어선 도심 한복판에 사시사철 계절의 흐름을 만끽하면서 쾌적한 휴식을 즐기고 체험학습 등을 할 수 있는 힐링 공간이 있다. 지역내 최대 주거 밀집지역인 망정동에 위치한 우로지 생태공원이 주인공이다. 도심에 나홀로 남아 있던 우로지는 2007년 생태공원 조성을 시작으로 2020년 명소화 사업에 이르기까지 13여 년에 걸쳐 변신을 거듭해왔다. 그 결과, 현재는 지역의 랜드마크 공원으로서 코로나19로 지친 시민들은 물론 외지 관광객들에게 새로운 명품 휴식 공간으로 각광받고 있다. ◆평범했던 저수지가 도심속 생태공원으로 우로지는 11만5천㎡ 규모로 주변에는 아파트 단지와 산업단지가 있으며 남동쪽으로 농경지가 드넓게 펼쳐져 주택·공장·자연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생태공원 조성 및 명소화 사업을 통해 우로지 둘레에는 386주의 왕벚나무를 비롯해 메타세콰이어, 소나무, 백련 등 9종의 수생식물이 자라고 있다. 또 1천560m의 황토 포장 탐방로와 산책길, 180m의 저수지 관찰 데크, 팔각정자 등도 설치돼 도심속에서 자연 환경을 체험해 볼 수 있다. 2020년에는 사업비 53억원을 투입해 복합문화공간으로 업그레이드했다.
세종의 명물 350년 수령 은행나무가 천연기념물이 된다. 문화재청은 3일 세종시 기념물이자 자연유산인 '연기 세종리 은행나무'를 '세종 세종리 은행나무'라는 명칭으로 국가지정문화재 천연기념물로 지정 예고했다. 세종 연기면 세종리 일원에는 고려말 충신이자 무신인 임난수(1342-1407)의 사당(세종시 향토문화유산 숭모각)과 그 앞에 암수 한 쌍의 은행나무가 있다. 임난수 가문에 전하는 '부안 임씨세보' 목판도(1674년)의 부조사우도에 사당의 전면에 상당한 규모의 은행나무 한 쌍과 행정(杏亭)에 대한 기록과 은행나무 그림이 전해져 세종리 은행나무의 수령이 최소 347년 이상임을 추정할 수 있다. 세종리 은행나무는 암수 2그루가 사당 앞에 나란히 자라 단목으로 지정된 은행나무와 차이가 있다. 참고로, 2그루가 지정된 천연기념물로는 당진 면천 은행나무 1건이 있다. 동쪽의 수나무는 높이 20m 근원(나무의 지표경계부 둘레) 높이 둘레 6.9m 수관폭은 동-서 20.3m 남-북 20.9m이며, 서쪽의 암나무는 높이 19m 근원높이 둘레 5.4m 수관폭은 동-서 13.5m 남-북 14.3m에 달한다. 수나무는 수관이 용틀임 모양으로 방사형으로 넓게 퍼져 있고, 암나
넓고 광활한 우주, 신비로운 천문 현상을 예술로 표현한 작품들이 대전을 수놓는다. 대전일보와 한국천문연구원, CNCITY마음에너지재단이 공동 주최하는 천문우주 예술 융합 전시회 '우주와 예술이 만날 때 : ABC(Art, Black Tiger, Cosmos)展'이 5월 31일까지 3개월간 대전일보 1층 랩마스(Lab MARs) 아트갤러리와 동구 소제동 마당집 17호에서 만날 수 있다. 임인년(壬寅年)을 맞아 '검은 호랑이해 우리나라 하늘 그리고 우주'를 주제로 한 이번 전시는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된 호랑이해 주요 천문현상을 소개하는 작품들을 선보인다. '우리 선조들이 호랑이를 통해 본 우주는 어떤 모습이었을까'라는 아이디어에서 착안한 이번 전시는 최근 과학적 성과로 알게 된 실체의 모습과 과거 선조들이 묘사했던 호랑이의 모습 등을 접목해 지금도 우리가 공감할 수 있는 표현과 최근의 이미지들이 함께 어우러지도록 구성했다. 신비한 천문현상을 반짝이는 유리에 담아낸 이영재 작가의 유리공예 17점과 제29회 천문연 천체사진공모전 대상 수상작인 공양식 작가의 '니오와이즈 혜성' 등 아름다운 우주를 수채화처럼 담아낸 사진도 눈에 담을 수 있다. CNCITY마음에너지재단은
무등산 생태계가 겨울을 지나 봄이 찾아왔음을 알렸다. 2일 국립공원공단 무등산국립공원사무소에 따르면 무등산 생태계 모니터링을 통해 봄의 전령사인 복수초(왼쪽)와 변산바람꽃(오른쪽)의 개화, 큰산개구리의 산란이 확인됐다. 복수초는 지난 2월 8일께, 변산바람꽃은 2월 16일 개화하면서 봄이 왔음을 알렸다. 봄의 전량사로 불리는 복수초는 지난해 포근한 날씨의 영향으로 일찍 개화했지만, 올해의 경우 평년(2월 중순)과 비슷한 시기에 개화했다. 아울러 국내 서식하는 양서류 가운데 산란 시기가 가장 빠른 큰산개구리는 산간 또는 하천에서 서식하다가 봄이 되면 저습지 또는 논 등에서 산란하는데, 무등산 큰산개구리는 지난 2월 20일 평두메습지에서 산란이 확인됐다.최관수 무등산국립공원사무소 자원보전과장은 “겨울을 견디고 봄이 찾아온 무등산처럼 국민들의 마음에도 봄이 왔으면 한다”며 “앞으로도 무등산이 국민들의 쉼터가 될 수 있도록 생태계 보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
광주시립교향악단은 오는 24일 오후 7시 30분 ‘실내악 시리즈 I, Andante Cantabile’를 유·스퀘어문화관 금호아트홀에서 공연한다.광주시향 실내악 시리즈는 코로나19의 확산으로 2020년 광주문화예술회관 온라인 공연 ‘안방예술극장’으로 시작했다. 2020년 14회, 지난해 10회를 광주시향 유튜브를 통해 온라인 공연으로 선보였는데 올해는 상반기와 하반기 2회 공연을 공연장에서 즐길 수 있도록 준비했다.이번 실내악 시리즈에는 악장 이종만, 제2바이올린 이수연, 비올라 엄광용, 첼로 이후성, 클라리넷 주민혁까지 다섯 명의 광주시향 단원들이 참여한다. 공연은 차이콥스키의 ‘현악4중주 1번’으로 시작한다. 특히 2악장 ‘안단테 칸타빌레’ 는 슬라브 특유의 애잔한 아름다움이 가득한 곡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차이콥스키의 명성을 드높이는 걸작으로 손꼽힌다.후반부에는 브람스의 ‘클라리넷 5중주’를 연주한다. 이 곡은 모차르트의 ‘클라리넷 5중주’ 이후 그 형식의 절정에서 최고의 아름다움을 구현한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또한 쓸쓸한 분위기와 삶에 대한 회의가 엿보이는 등 비극적인 악상이 많이 나타난다. 네 대의 현악기 사이에서 홀로 노래하는 클라리넷은 브
행운의 여신은 앞머리가 무성하고 뒷머리가 없다. 지나가 버렸을 때 다시 붙잡지 못하도록 하는 행운의 속성을 뜻한다. 그의 또 다른 이름은 '기회'이다. 이러한 기회를 잡는 것은 준비된 자들의 몫임이 분명하다. 현지시간으로 지난 25일 뉴욕 카네기 홀에서 빈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협연을 펼친 조성진의 이야기이다. 그동안 기다려왔던 빈필 데뷔 무대는 말 그대로 갑작스럽게 성사됐다. 이날 공연은 당초 발레리 게르기예프의 지휘와 피아니스트 데니스 마추예프의 협연이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이들이 지난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강제 합병 당시 지지성명을 냈던 사실이 문제가 됐다. 또 이번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이후 러시아 연주자들의 출연이 줄 취소되고 있는 상황에서 '친 푸틴'인 이들은 공연에서 배제됐다. 우크라 침공 '친 푸틴' 연주자들 제외 공연 전날 연락받아 '리허설' 시간 촉박 지휘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의 야닉 네제 세겡이 맡았다. 조성진은 공연 전날 자정 무렵 연락을 받고 곧바로 뉴욕행 비행기를 탔다.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을 마지막으로 연주한 지 3년이 됐고, 빈필과의 협연도 처음이었다. 서로 맞춰볼 리허설
코로나19로 멈춰버린 일상에 ‘연극’이라는 활력이 불어온다. ‘연극가치, 일상같이!’를 주제로 오는16일부터 14일간 ‘제40회 경상남도연극제’가 열린다. 이번 연극제는 16일 오후 6시 함안문화원에서의 개막식을 시작으로 29일 오후 7시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폐막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레퍼토리의 경남 연극을 만나볼 수 있다. 경연에 참여하는 극단은 경남연극협회 12개 지부 13개 극단으로, 참가 극단들은 최고의 무대를 펼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13편의 참가작들을 지면으로 미리 들여다본다. △대암 이태준(한원식 작/손민규 연출) 함안 ‘아시랑’, 17일 오후 7시 30분, 함안문화예술회관 함안 출신 독립운동가인 이태준 선생의 일화를 재구성한 연극이다. 일제강점기 시절 민족혼을 말살시키려는 일본의 만행에 분노를 느낀 이태준은 독립 의지를 다지며 중국으로 망명해 몽골로 향한다. 이후 12만루블의 독립자금을 전달하는 중책을 맡은 이태준. 이 중 8만루블은 의열단 김원봉에게 무사히 전달했는데, 과연 일제의 눈을 피해 나머지 4만루블도 안전하게 전달할 수 있을까? △이웃집 쌀통(김란이 작/김동원 연출) 창원 ‘나비’, 18일 오후 7시 30분, 함안문화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