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덤 주인은 20대 여성으로 추정
`지배자=남성' 인식 재고하게 돼
검 일부러 부러뜨린 점도 주목
평창 하리 유적은 개인주택부지에 대한 소규모 발굴조사로 알려졌다. 이 유적에서는 총 8개의 무덤이 확인됐고 그중 2호 돌널무덤에서 청동검이 출토됐다. 무덤 내부에서는 인골 1구가 함께 확인됐고 인골은 20대 여성인 것으로 밝혀졌다.
하리 유적 출토 청동검은 검몸 아랫부분이 둥글게 배가 부른 비파형동검이다. 비파형동검은 청동기시대를 대표하는 문화재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하리 유적 청동검은 검몸 폭이 비교적 좁아 전형적인 비파형동검에서 점차 퇴화하는 형태를 보인다 발굴 당시 검몸 중간 부분이 분리돼 있었고 이 부분을 중심으로 휘어져 있는데 이는 청동검을 구부려 부러뜨리면서 변형된 것으로 보인다. 같이 출토된 인골은 신장 약 160㎝가량의 20대 여성으로 추정된다. 몸을 굽혀 묻은 것으로 보이며 청동검은 이 인골 허리 부분에서 출토됐다. 우리나라에서 인골과 함께 출토퇸 청동검은 하리 유적 출토품이 유일하다. 특히 무덤의 주인이 여성이라는 점과 청동검을 일부러 부러뜨린 점이 주목된다. 청동검은 당시 지배자의 전유물이었다. 이런 점을 고려한다면 이 여성은 당시 집단의 지배자 혹은 그에 상응하는 지위를 가졌을 것이다. 이것은 당시 사회 지배층이 대부분 남성이었다고 알려진 사실을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선사시대 고대 무덤 유적에서는 종종 껴묻거리를 일부러 깨트린 사례가 확인된다. 이런 행위는 장례 중에 행해진 것으로 추정되는데 하리 유적 출토 청동검 역시 장례 중에 부러진 것으로 보인다. 아직 이런 행위에 대한 정확한 이유는 찾지 못했지만 껴묻거리를 깨트려 그 기능을 상실하게 한 점은 죽음과 연관돼 있지 않을까 추측하고 있다.
김대호기자 mantough@kwnews.co.kr <도움말=국립춘천박물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