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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 한국 최고령 나무 지주대로 연명하는데…땅 주인 “철거해”

산천단 곰솔 설치 지주대 기둥 일부 사유지 침범
토지주 “지주대 철거하거나 토지 사용료 내라”
천연기념물 지정…道 “지주대 철거 시 나무 쓰러져”

 

 

지주대에 의지해 연명 중인 우리나라 최고령 나무 ‘산천단 곰솔’(천연기념물 제160호) 보호를 놓고 논란이 예상된다.

나무가 쓰러지지 않도록 설치된 지주대 기둥 일부가 사유지를 침범했는데, 땅 주인은 지주대를 철거하거나, 설치 때부터 현시점까지의 토지 사용료를 지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문제가 되는 이 나무는 산천단 내 곰솔 8그루 중 일명 ‘곰솔 1호’로 불리며, 8그루 가운데 가장 크고 미관도 가장 빼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수령은 500~600년으로 추정된다.

22일 본지 취재 결과 제주특별자치도 세계유산본부에 따르면 곰솔 1호를 받치는 지주대는 제주시가 문화재 관리를 했던 2000년 초 문화재청의 허가를 받아 설치됐다. 노목이어서 수세가 약해 가지 부러짐을 예방하기 위함이다.

현재 곰솔 1호는 나무 기둥 안이 텅 비고, 기울어진 가지가 계속 자라 지주대 없이는 연명할 수 없는 실정이다.

현장을 살펴 보니 여러 지주대 기둥 중 4개 기둥이 곰솔 1호를 빙 둘러쳐진 울타리 밖으로 나와 있었다.

이 4개 기둥 중 2개 기둥 밑부분과 맞닿은 토지는 사유지인 것으로 확인됐다.

토지주는 지주대 2개 기둥 밑부분과 맞닿은 땅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면서 지주대를 철거하거나 지주대가 설치된 2000년 초부터 현재까지의 토지 사용료를 지급할 것을 지난 3월부터 세계유산본부에 요구하고 있다.

세계유산본부 관계자는 “지주대 설치 당시 사유지를 일부 이용하는 대신 행정당국이 예초 작업, 벤치 설치 등 관리를 꾸준히 하기로 토지주와 암묵적인 합의가 됐지만, 갑자기 지주대 또는 토지 사용료 지급을 요구해 난감한 처지”라고 말했다.

세계유산본부는 지주대 철거 시 나무가 못 버텨 쓰러지는 만큼 사유지 일부 또는 기둥 밑부분이 닿은 토지라도 매입하겠다고 했지만, 토지주는 매각하지 않겠다는 뜻을 확고히 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유산본부 관계자는 “당장 토지를 매입할 수 없는 상황에서 토지 사용료 지급은 행정이 자체적으로 금액을 제시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며 “토지주가 행정소송을 내거나 감정평가사 평가를 받는 등 지급을 위한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천연기념물이 사라지게 놔둘 수 없어 토지주와 지속적으로 연락하며 합의점을 찾고 있다”고 했다.

한편 1964년 천연기념물 제160호로 지정돼 보호받는 산천단 곰솔 8그루의 평균 높이는 19~23m, 평균 둘레는 4.35m다. 전국의 곰솔 중 수령이 가장 많고 크기도 가장 큰 것으로 알려졌다.

곰솔은 보통 바닷가를 따라 자라면서 해송(海松)으로 불리며, 껍질 색이 검다는 뜻의 흑송(黑松)이란 이름도 갖고 있다.

진유한 기자 jyh@je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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