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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 예술로 신나게 놀아보자! 전주 문화예술교육 공간을 가다

팔복예술공장 꿈꾸는 예술터
전주시립도서관 우주로1216
부산문화재단과 함께 찾아가

 

부산에 문화예술교육 전용공간이 생긴다면 어떤 형태가 좋을까? 부산문화재단은 부산 문화예술교육의 정체성과 방향성 수립을 위해 지난해에 이어 올해 말 <문화예술교육 총서> 3, 4권 출간을 준비 중이다. 부산문화재단 총서 기획팀과 함께 최근 전주의 문화예술교육 공간 두 곳을 탐방했다. 팔복예술공장 꿈꾸는 예술터와 트윈세대 전용공간 우주로1216는 모두 ‘전국 1호’로 다른 지자체의 견학이 이어지고 있는 곳이다. 두 공간에서 고정관념을 깨는 열린 시선과 이용자의 니즈를 적극 수용하는 문화예술교육 공간 운영 철학을 발견할 수 있었다.

 

 

■폐공장, 세대 아우르는 예술놀이터

 

팔복예술공장(덕진구 팔복동)은 전주시가 25년간 방치되어 있던 폐산업시설을 매입해서 만든 복합문화공간이다. 1979년에 건립된 쏘렉스(구 썬전자)는 카세트테이프를 생산하던 공장이었다. 2016년부터 2년에 걸쳐 공간 리모델링 작업을 했고, 2018년 3월 1만 3224㎡ 규모의 팔복예술공장이 문을 열었다. 전주시는 향후 팔복예술공장 인근 부지를 더 확보해서 이 지역을 예술공단화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팔복예술공장은 크게 전주문화재단 사무국과 입주작가 레지던시 시설인 창작 스튜디오, 전시장 등이 있는 A동과 유아예술놀이 전용공간, 꿈터 마루방. 이팝나무도서관 등이 있는 B동으로 나뉜다. 여기에 올 7월 개관한 영상예술터와 대형 실내공간인 이팝나무홀이 있다.

 

 

25년 방치된 폐산업시설 리모델링

2019년 전국 1호 ‘꿈터’ 개관 눈길

생애주기 전반 아우른 프로그램 마련

예술 원시성 회복 위한 체험 제공

 

‘팔복예술공장 꿈꾸는 예술터’(이하 팔복 꿈터)는 2019년에 개관했다. 유휴공간을 활용한 문화예술교육센터인 ‘꿈터’ 전국 1호 공간으로, 지난해 부산 북구가 추진하다 무산된 꿈터의 모델이 되기도 한 곳이다. 팔복 꿈터에서는 문화예술교육을 ‘예술놀이’라고 부른다.

 

팔복 꿈터의 예술놀이은 ‘예술의 원시성 회복’이라는 철학을 가진다. 이미지, 매체, 언어, 사운드, 몸짓, 조형의 6가지 예술의 원소를 활용해 원시적 감각을 회복하고 예술과 공간을 다양하게 경험하도록 한다. 현업 예술가가 강사로 참여해 창작활동을 확장하도록 한다.

 

팔복예술공장에서는 팔복야호예술놀이터라는 이름으로 영유아·아동·청소년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에서 시작해 성인에 이르기까지 생애주기 전반을 아우르는 예술놀이를 진행한다. 성인 프로그램으로는 예술가의 예술교육 확장을 돕는 창작예술학교, 예술인 역량 강화와 시민 문화예술교육을 담당하는 팔복예술대학이 있다. 아이에게 맞는 문화예술교육을 고민하는 부모 교육도 제공한다.

 

 

예술놀이는 전용공간이 있는 B동을 중심으로 진행되지만 사실상 팔복예술공장 내 모든 시설을 꿈터 프로그램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된다. 전시장은 휴관일에 아이들에게 문을 연다. 시끄럽게 떠들면서 전시를 봐도 되고, 작가와 함께하는 전시 체험 프로그램에도 참여한다. 다목적실에서 예술놀이를 할 때는 시계를 뺀다. 작품 완성이 아닌 자신의 속도로 예술을 표현하는 과정에 집중하려는 의도다. A동 옥상이나 야외공간을 활용해 예술놀이에 다양성을 더한다.

 

폐공장이 가진 미완성을 느낌을 적극 활용해, 건물의 벽·바닥 등 모든 곳을 무엇이든 채워 넣을 수 있는 작업 공간으로 사용한다. 가벽이나 이동형 집기를 통해 공간 활용도를 높였다. 꿈터 마루방은 방음벽을 설치한 공간으로 영상 상영이나 몸짓 체험 등 여러 장르의 예술놀이에 사용한다. 다목적 공간인 이팝나무홀은 비가 올 때 야외 예술놀이를 대체하는 공간으로 사용한다. 나무 데크 쪽으로 연결된 통창을 열면 공간 안팎을 모두 활용할 수 있다.

 

 

팔복 꿈터는 교실처럼 틀에 박힌 형태를 만들거나, 구조물을 넣어 용도를 제한하는 대신 가변성과 확장성에 방점을 찍었다. 또한 예술놀이의 흐름이 끊기지 않도록 하는데 집중했다. 야외 놀이터 곳곳에 설치된 수도꼭지, 예술놀이 재료 이동 편의를 제공하는 건물 연결 브릿지, 작품 크기를 제한하지 않을 수 있도록 돕는 폐기물 보관 장소의 확보 같은 것들이 그 예이다.

 

팔복예술공장 예술놀이팀 정희경 주임은 “이곳에서는 과정 중심의 예술놀이를 진행하지만 아이들의 예술성을 보여줄 수 있는 값진 결과물이 자주 탄생한다”며 “공간 안에서 이런 것들이 아카이브 될 수 있게 설계 단계부터 배려한다면 향후 지역 예술교육의 방향과 흐름을 엮어내는데 좋은 자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고 조언했다.

 

 

■ 12~16세 “우리가 주인 되는 공간’

 

초등학교 5학년에서 중학교 3학년까지 트윈세대는 어린이와 청소년 사이에 낀 세대이다. 한창 책을 읽고 사색하며 생각을 키워야 할 나이지만 도서관 어린이실은 어색하고 성인용 자료실은 불편하다. 트윈세대를 위한 전용공간을 공공 장소에 만들어보자는 목소리가 나왔고, ‘전주시립도서관 꽃심’ 3층에 ‘우주로1216’이라는 공간이 만들어졌다.

 

전주시립도서관 꽃심(완산구 중화산동)은 2019년 12월에 개관한 전주시 대표 도서관이다. 이곳은 벽도 문도 열람실도 없는 개방형 도서관이다. 도서관 설계 단계에서부터 현장 사서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 1층에는 어린이를 위한 야호책놀이터, 2층에는 어른을 위한 북카페 수준의 종합자료실을 만들었다. 트윈세대를 위한 3층 전용공간까지 가족 구성원 전 세대가 책을 향유하는 도서관이 됐다.

 

 

전주시립도서관 꽃심 3층에 자리

톡톡존·쿵쿵존·슥슥존·곰곰존…

아동과 청소년에 낀 세대 ‘맞춤 공간’

동네 책방 등 지역문화 접점 역할도

 

우주로1216은 트윈세대를 위한 열린 공간 조성 스페이스T 프로젝트의 후원을 받아 조성됐다. 공간의 이름은 ‘12세부터 16세, 우리가 주인 되는 공간’이라는 의미이다. 트윈세대 전용공간인 만큼 다른 연령대의 사람은 출입할 수 없다. ‘우주인’ 트윈세대를 지켜주고 이들이 필요한 것을 구해주는 관리자인 어른 ‘지구인’ 2명이 지구인 출몰지역에 상주할 뿐이다.

 

공간은 톡톡존, 쿵쿵존, 슥슥존, 곰곰존으로 구성된다. 여기에 성장기를 감안한 간식방 얌얌존을 추가했다. 벽이 없이 각 공간이 연결되며, 트윈세대가 영감·발견의 내적 경험과 창작·만남이라는 외적 경험을 할 수 있게 다양한 콘텐츠가 제공된다.

 

우주로1216의 입구 역할을 하는 톡톡존은 트윈세대가 직접 만든 작품을 전시하고, 대화를 나누는 라운지 공간을 만들었다. 쿵쿵존에서는 천장 공간에 빙 둘러가며 설치된 철봉이 눈에 띈다. 에너지가 넘치는 아이들이 철봉에 매달려 놀거나 음악을 듣는 무대에서 춤을 출 수도 있게 했다. 슥슥존은 무엇이든 만들어 볼 수 있는 공간이다. 영상 제작 장비를 설치한 슥스튜디오도 있다. 곰곰존은 책을 읽거나, 사색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곳이다.

 

우주로1216은 프로그램 운영부터 공간 구성까지 모든 부분에 사용자인 트윈세대 의견을 반영했다. 공간 오픈 전 전주시 트윈세대 500명을 대상으로 무엇을 원하는지를 파악했다. 음악이 나오는 공간, 그물침대, 서가 뒤 비밀의 방 같은 아이디어가 여기서 나왔다. 초등학생 5명, 중학생 10명으로 구성된 트윈운영단은 월 1회 정기모임을 갖고 프로그램 기획이나 공간 운영에 참여한다.

 

 

 

우주로1216은 트윈세대가 ‘친구와 함께, 모험심을 채우고, 자기발견을 하는 공간’으로 기능하는 동시에 동네 예술가·책방 등 지역 문화와 만나는 접점 역할도 한다. 이곳은 주말에는 100명 이상의 아이들이 찾을 정도로 인기가 많다. 이곳은 트윈세대가 책와 가까워지는 연결고리를 만들어주는 공간이다.

 

전주시립도서관 꽃심의 박남미 관장은 “공간을 구성할 때 트윈세대의 마음을 존중하고 수용하는 것을 가장 중시했다”며 “누워 있을 수 있는 공간처럼 고정관념을 깨는 작업으로 접근했다”고 말했다. 박 관장은 “새로 생긴 도서관의 한 층 전체를 트윈세대를 위한 공간으로 기꺼이 내준 전주시민들의 지지가 없었다면 우주로1216 같은 공간은 불가능했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