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 제11·12대 대통령을 지낸 전두환(90) 씨가 23일 지병으로 사망했다. 끝내 5·18 민주화운동 유혈 진압에 대해서는 사과하지 않았다.
8월 혈액암을 진단받은 전 씨는 이날 오전 8시 40분께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에서 숨졌다. 빈소는 이날 오후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졌다. 지난달 26일 12·12 군사 쿠데타 동지 관계인 노태우 전 대통령이 별세한 뒤 28일 만이다.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대통령 피살 사건 당시 국군보안사령관이었던 전 씨는 그해 12월 12일 군부 내 사조직 ‘하나회’를 중심으로 한 신군부 세력과 함께 군사 쿠데타를 일으켰다. 이를 통해 정국을 장악한 뒤 1980년 ‘서울의 봄’으로 상징되는 민주화 바람을 억눌렀고, 특히 광주 5·18 민주화운동 유혈 진압이라는 우리 근대사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그 직후 11대 대통령에 오른 전 씨는 삼청교육대, 언론사 통폐합 등 철권 통치를 이어가다 박종철 고문 치사 사건 등에 분노한 민심이 1987년 ‘6월 항쟁’으로 표출되자 결국 직선제 개헌을 받아들이고 권좌에서 물러났다.
전 씨의 퇴임 후 들끓는 단죄 여론 속에 ‘5공 청문회’가 열렸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역사 바로세우기’에 따라 결국 12·12와 5·18, 부정 축재 등으로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고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이 확정됐지만 수감 2년 만에 특별사면으로 석방됐다. 그럼에도 전 씨는 생전 군사 쿠데타와 5·18 유혈 진압의 책임 등에 대해 인정하거나 사과하지 않았다.
전직 대통령의 사망이지만, 전 씨의 반성 없는 행태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거세다. 노태우 전 대통령과 같은 국가장이 치러질 가능성이 희박하다. 국가보훈처 역시 “내란죄 등으로 이미 실형을 받았기 때문에 국립묘지법상 국립묘지 안장 배제 대상”이라고 밝혔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