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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 자본주의 현실을 보고 인류 미래를 질문하다

부산현대미술관 동시대를 보는 전시 셋
자본주의 재현 시도하는 ‘신실한 실패’
자본주의 위기 짚어보는 ‘경이로운 전환’
다음 세대 위한 대안 모색 ‘그 후, 그 뒤,’

 

부산현대미술관에서 시대를 조망하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자본주의 재현을 시도하는 ‘신실한 실패: 재현 불가능한 재현'은 2월 6일, 자본주의의 위기를 짚어보는 ‘경이로운 전환’은 3월 20일, 다음 세대를 위한 대안을 모색하는 ‘그 후, 그 뒤,’는 3월 1일까지 전시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현재와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다양한 작품으로 만날 수 있다.

 

 

 

자본주의 증감 운동이 삶에 미치는 영향

 

잭슨 홍·재커리 폼왈트 비판적 접근 돋봬

 

 

■추상화된 자본주의

 

‘신실한 실패: 재현 불가능한 재현’은 눈에 보이지 않는 자본을 판매하는 시대를 보여준다. 잭슨 홍 작가와 재커리 폼왈트 작가는 단채널·다채널 영상, 사진, 설치, 조각 등을 통해 자본의 증감 운동이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을 표현한다.

 

잭슨 홍은 생산과 소비의 순환 회로를 좌우하는 디자인과 결과물인 상품이 가지는 정체성을 비판적으로 읽어낸다. ‘아레나: 조수로부터의 탈출’은 유명 세탁 세제 플라스틱 용기를 가져와 인간 위생을 위해 만든 세제가 인간 생태계를 위협하는 모순을 지적한다. ‘13개의 공’을 재구성한 신작 ‘아레나’, 재고 처리 판촉 방법을 적용한 ‘하나 구입하시면 하나 더’ 등으로 상품-시장 세계의 표면이 가진 본질을 보여주고 이면의 추상성을 드러낸다.

 

 

재커리 폼왈트는 영국 왕립증권거래소 건물이 담긴 풍경 사진을 분석한 ‘자본의 자리’로 추상적이면서 비물질적 형태로 움직이는 자본 운동의 속성을 보여준다. 중국 선전증권거래소 건설 현장을 저속 촬영한 영상 ‘언서포티드 트랜짓’을 통해 자본은 축적되지만, 막상 그것을 이룬 인간의 노동은 외면당하는 현실을 고발한다.

 

 

 

초고층 아파트·고속열차 속 동전 세우기

 

끝없는 상승 욕구·화폐 맹신 ‘모순’ 드러내

 

 

■상승 그리고 낙하

 

‘경이로운 전환’은 주식·가상화폐·부동산 투자 열풍과 노동의 가치 하락 사이에서 발생하는 자본주의 체제의 모순을 살펴보는 전시다. 강민기, 강태훈, 권은비, 김정근, 이승훈, 임영주, 저우위정, 호루이안 작가가 13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부산 출신 다큐멘터리 감독 김정근은 ‘19, 20, 21’로 기계를 사용하는 인간이 아니라, 기계의 일부가 되고 기계 앞에 왜소해지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승훈의 ‘틸-업’은 해운대 마린시티 초고층 아파트를 아래에서 위로 촬영한 흑백 영상에 끝을 모르는 상승 욕구를 빗댔다.

 

 

싱가포르 작가 호루이안 ‘중국 고속 열차의 궁극적인 동전 실험’은 유튜브에서 유행했던 고속열차 속 동전 세우기 챌린지에서 영감을 얻었다. 2유로짜리 동전이 쓰러지지 않는 모습을 포착한 비디오는 3D 시뮬레이션으로 제작한 허구로, 화폐에 대한 맹목적 믿음을 표현한다. 대만의 저우위정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일대기를 다룬 ‘직업의 이력-루치에테’를 통해 대만 사회경제 상황과 변화를 읽어낸다.

 

 

관람객 배우 참여 연극적 설치 작품 ‘눈길’

 

플라스틱이 암석으로…생태계 위기 각성

 

 

■미술관 속 해파리

 

‘그 후, 그 뒤,’는 기후변화 시대에 생명을 지탱하는 바다 환경에 주목한다. 지금과 같은 환경오염을 지속했을 때 해양 환경과 인류의 미래에 대해 질문한다. 김아영, 리미니 프로토콜, 장한나, 존 아캄프라 작가가 참여한다. VR(가상현실), 연극, 설치작품 등이 어우러져 미술관 관람의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

 

전시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리미니 프로토콜의 ‘승> <승’이다. 기후 위기에 직면한 인간과 해파리의 생존 대결 구도를 연극적 요소로 전달하는 설치 작품이다. 관람객은 직접 배우 역할을 하게 된다. 실제 살아있는 해파리가 등장하는 작품은 씨라이프 부산아쿠아리움의 기술 자문을 받았다.

 

존 아캄프라는 생태 재난과 징후를 10개국에서 촬영한 자료를 엮은 6채널 영상 설치작 ‘보라’를 선보인다. 김아영은 부산 기장과 오륙도 부근 해저에 있는 가상의 ‘수리솔 수중 연구소’를 배경으로 탄소배출권, 지속가능한 에너지에 대한 문제의식을 VR로 전달한다.

 

 

장한나는 버려진 플라스틱이 풍화작용을 거쳐 새로운 암석이 된 모습을 작품 ‘뉴락’에 담아낸다. ‘신 생태계’는 이렇게 해변에 떠밀려 온 합성 인공물이 지층의 일부가 되어 있음을 표현한다. 플라스틱을 수집해 기포발생기와 수질정화기가 있는 수조에 넣어 아주 기묘한 생태계를 만들어냈다. 환경운동가로 활동하는 작가의 시선을 통해 지금 인류의 행위가 훗날 어떤 형태로 발굴될 것이지 생각하게 된다. 인류세 시대를 돌아보고 다음 세대를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을 각성하는 전시이다.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