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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신문) [위안부 피해 김양주 할머니 별세] 일본 사죄 끝내 못 듣고 하늘로…

98세 일기로 지난 1일 밤 눈 감아

3일 오후 7시 빈소서 추모행사

위안부 피해 생존자 경남 1명뿐

시민모임 “경남역사관 서둘러야”

 

“너무 외롭다.”

 

김양주 할머니는 늘 외로워했다. 어릴 적 아버지의 가정폭력, 그보다 더 심했던 일본군의 인권유린에 일찍이 세상과 단절됐기 때문이다. 위안부 피해 사실이 알려지며 이어진 따뜻한 손길에도 병상 위의 그에게 외로움은 떠나지 않았다. 김 할머니의 소원은 일본의 사죄였다. 줄곧 외쳐 온 외로움은 관심 부족에 대한 호소였을지도 모른다. 김양주 할머니는 지난 1일 밤 일본의 사죄를 끝내 듣지 못하고 98세의 나이로 두 눈을 감았다. 이로써 위안부 피해 생존자는 경남에 단 1명, 전국에는 총 11명이 남게 됐다.

 

 

‘일본군위안부할머니와 함께하는 마산창원진해시민모임’은 지난 1일 오후 8시 58분께 김양주 할머니가 건강 악화로 별세했다고 밝혔다.

 

김양주 할머니는 1924년 2월 7일 전북 진안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가정폭력을 피해 어머니와 함께 마산으로 이주해 어렵게 생활했다. 17살이 되던 1940년 가을 만주로 끌려가 일본군 위안소 생활을 하고 해방 이후 피난민 대열에 끼여 귀환했다.

 

귀향 이후 김 할머니는 위안부 생활을 했다는 낙인 속에 식모살이, 날품팔이 등을 하며 어렵게 삶을 유지해 왔다. 그런 와중에도 돌봐줄 보호자가 없던 아이를 데려다 끝까지 키우기도 했다.

 

김 할머니는 지난 2005년 자신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로 등록하고 본격적으로 경남도내에서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활동에 나섰다. 수요시위를 비롯해 위안부 문제 해결과 관련된 행사에는 기회가 닿을 때마다 빠짐없이 참가했다. 2009년에는 경남도의회에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결의안 채택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 나와 “일본이 사죄만 하면 소원이 없겠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기억은 잊혀지고 증인은 사라진다. 김양주 할머니가 별세하면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 생존자는 경남에는 단 1명, 전국에는 불과 11명이 남았다. 도내 유일한 생존자인 또 다른 할머니는 신원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아흔 살이 넘어 노환으로 신체가 많이 쇠약해져 있다고 전해진다.

 

 

 

김양주 할머니를 오랫동안 보살펴 온 이경희 마창진시민모임 대표는 기억이 잊혀지고 증인이 사라지는 시점에서 경남도내 위안부 피해자들을 기록할 수 있는 공간, 매개체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현재 경남도는 ‘경남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2020년 1차 용역이 진행됐고, 도내 위안부 피해 자료 수집을 위한 2차 용역을 계획 중이다.

 

이 대표는 “일본의 사죄를 받지 못한 상황 속에서 점차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떠나가고 있다”며 “현재 추진 중인 경남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이 경남을 넘어 전국, 전 세계 위안부 문제를 담아 이들의 삶이 기록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어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모두의 문제로 시민사회장으로 장례를 치르기로 했다”며 “시민사회 모두가 장례위원이 되서 할머니의 마지막을 함께 해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김양주 할머니의 빈소는 마산의료원 장례식장 303호에 마련됐으며, 3일 오후 7시 빈소에서 추모행사가 열린다. 발인은 4일 오전 8시로 창원상복공원에 안치될 예정이다.

 

이날 빈소에는 정영애 여성가족부 장관, 하병필 경남도지사 권한대행, 여성단체 관계자, 도민들이 조문했다.

 

김용락 기자 rock@k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