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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 [신팔도명물] 안동 '백진주 쌀', 맛있는 밥 열풍 속 해마다 품절 대란

2001년 백진주 품종 등록… 경북 안동지역서 철저한 계약재배로 품질 관리 중
백진주 인기 비결, 찹쌀 같은 쪽득한 식감을 찾는 소비자 늘어난 덕분
대형마트 입점 등 판매경로 확대에 농가도 고수익
부산물인 쌀겨까지 미용 원재료로 사용돼… 버릴 것 하나 없는 효자 농산물

 

 

 

"안 먹어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먹어본 사람은 없다."

경북 안동지역에서 재배되는 백진주 쌀은 전국에서도 그 인기가 숙지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주식인 쌀은 해마다 소비량이 줄어드는 상황이지만, 오히려 브랜드의 중요성은 커지고 있다. 적게 먹는 만큼 더 맛있는 쌀, 입맛에 맞는 쌀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예부터 안동은 벼농사가 성행한 지역이었다. 이런 안동에서도 백진주는 명품 쌀로 확고히 자리매김했다.

요즘 타지역에서도 백진주 품종을 재배하는 예도 있지만, 안동지역에서 생산되는 '안동농협 백진주 쌀'만 찾는 소비자가 있을 정도로 전국에서도 독보적인 인지도를 자랑 중이다.

 

 

◆차진 식감과 고소함… 밥공기 속 보물 '백진주'
백진주 쌀의 탄생은 안동농협이 쌀시장 개방에 대비하고 지속 가능한 식량산업 육성과 쌀 생산농가들의 소득 안정에 기여하기 위한 노력에서 시작됐다.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과 안동시농업기술센터가 2001년 '일품벼'의 변이 유기 계통 중에서 선발해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개발한 품종이 바로 백진주다. 안동시농업기술센터 작물계장의 오랜 연구를 통해 안동지역 토양 특성에 가장 적합하도록 종자를 육성했고 수년 동안 병해충 관리와 생산량 관리에 힘을 쏟아 드디어 단일품종의 백진주 쌀로 자리를 잡게 됐다.

백진주 쌀은 일반 쌀보다 쌀알이 작으며 아밀로오스(amylose·녹말의 한 종류) 함량이 9.1%로 낮아 밥을 하면 찹쌀 같은 쫀득한 식감으로 차지고 부드러우며, 고소함을 느낄 수 있다. 백진주라는 품종의 명칭도 흰 쌀알이 뽀얗고 윤기가 흐르는 모습이 마치 진주 같다고 해서 붙여진 것으로 전해진다.

백진주는 현미로 밥을 해도 찰기가 있어 웰빙식으로서 현미식단을 원하는 소비층에 적합한 쌀로 평가받는다. 밥을 지을 때 물에 불리지 않고 일반 쌀보다 물을 10% 정도 적게 사용해야 더욱 맛있으며, 밥이 쉽게 상하지 않고, 식어도 딱딱해지지 않는 것도 특징이다.

백진주가 인기를 끌자 최근 아밀로오스 함량이 높은 '중간찰벼'로 개발된 품종이 잇따라 출시되고 있지만, 여전히 밥쌀 중에서는 최고봉이라는 평가도 받고 있다.

국립식량과학원 관계자는 "요즘 식감이 차진 밥맛을 원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어서 '중간찰벼'의 인기가 좋고 관련 상품도 늘어나는 추세"라며 "백진주가 20여 년간 꾸준히 인기를 누려온 비결은 밥맛에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삼진아웃제 도입… 전량 계약 재배로 품질관리에 만전
백진주 쌀이 인기를 끌면서 타지역에서 백진주를 재배해 출하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원조 안동농협 백진주의 아성은 깨지 못하고 있다. 이런 품질의 비결은 철저한 계약 재배로 품질관리에 만전을 기하기 때문이다.

안동농협은 지난 2002년부터 조합원들과 전량 계약 재배를 통해 백진주 쌀을 생산하고 있다. 계약재배 농가에 대해 생산·수매·출하까지 체계적으로 지원·관리하는 것도 특이하다. 좋은 쌀이 생산될 수 있도록 종자와 비료·영양제·토양개량제 등을 무료로 공급하고, 안동시의 지원을 받아 무인헬기를 구입해 각종 영양제와 친환경제제를 적기에 살포하는 데도 신경을 쓰고 있다.

 

 

고품질 백진주 쌀의 명품화를 위해 농협뿐 아니라 안동시·안동시농업기술센터·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도 힘을 실었다. 재배농가는 안동시농업기술센터 작물담당자로부터 고품질 쌀 생산과 병충해방제, 적기수매를 위한 교육도 주기적으로 받고 있다.

지난 2010년부터는 순도 비율을 높이고 종자 확산을 막고자 농업기술실용화재단과 계약해 종자를 전량 공급받고 있다.

안동농협은 소비자의 신뢰도를 높이고자 볍씨 소독에서부터 수확 시까지의 주요 농작업 내용을 생산 이력 일지에 작성토록 하는 등 생산 이력 추적 관리에도 만전이다.

안동농협은 품질 고급화를 위해 혼입, 미출하, 적정 출하 위반 등을 한 농가에 대해서는 '삼진아웃제'를 적용하고 있다. 수매할 때 농가별로 표본 채취와 DNA(유전물질) 분석을 시행해 다른 품종이 일정비율이상 혼입되면 5년간 계약재배 사업에서 배제한다는 내용이다.

엄격한 생산관리에도 백진주 쌀 생산을 희망하는 농가들은 많다. 계약재배농가에 대한 농협의 다양한 지원책과 높은 수매가를 책정해 농가소득기반 안정화에도 기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안동농협 백진주 쌀 품절 대란… 미용산업에도 뛰어들어
백진주 쌀은 2018년부터 품절 대란을 일으키고 있다. 백진주 쌀의 공급확대를 위한 전 직원의 노력으로 그 위상을 알리게 된 것이다.

먹어본 사람들은 그 맛에 재구매를 하고 맘 카페에서 맛있는 쌀로 공유되기 시작됐다. 특히 '밥 잘 안 먹는 우리 아이 밥 먹게 하는 쌀'로 백진주의 이미지가 대표되면서 매년 품절의 대란을 겪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물량의 확대를 위해 인근지역농협과의 계약재배를 추진 중이다.

농협은 이러한 인지도에 힘을 얻어 해외수출과 대형유통업체 코스트코 등의 입점으로 유통경로를 확대하고 지역농업의 기반으로서 자리 매김하고 있다.

또 앞서 지난 2005년부터는 소비자들이 직접 보고 구매할 수 있도록 즉석 도정코너를 전국 56개 대형마트의 지점에 설치·운영해 인지도를 높였다. 이를 통해 확보된 신뢰도와 브랜드 이미지를 기반으로 전체 매출액의 48%를 온라인(네이버스토어팜, 경이로운몰) 판매로 거두고 있다.

사실상 안동농협 백진주 햅쌀은 오프라인에서는 물량을 구하기도 쉽지 않다. 이를 두고 안동지역에서는 "지역에서 생산되는 쌀을 먹어보지도 못한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온다. 주문이 재고를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또한, 쌀 생산의 부가가치 상승을 위한 부산물의 활용한 미강 마스크팩을 출시해 백진주의 인기를 점차 확대 중이다. 도정과정 발생하는 현미의 6~8% 쌀겨를 활용해서는 쌀겨기름을 짜는 데 이용한다. 철저한 관리로 재배되는 백진주 쌀은 단순히 부산물로 밖에 인식되지 않던 쌀겨마저 미용 산업과 접목해 활용하는 등 버릴 곳 하나 없는 효자 농산물로 통한다.

권순협 안동농협 조합장은 "쌀 가격 폭락에도 백진주는 높은 가격으로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며 "소비자가 신뢰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품질관리와 생산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