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1회 전주세계소리축제(조직위원장 김한)가 지난 16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에서 기록의 힘을 느낄 수 있는 개막 공연 <백 년의 서사>를 선보이며 축제의 시작을 알렸다.
개막 공연을 통해 올해 소리축제의 색깔을 압축적으로 표현했다. 과거와 현대, 아날로그와 디지털 등의 만남이 모두 담겨 있었다. 시공간을 초월한 무대가 펼쳐졌다. 과거의 예술을 소환해 현재와 견주고 자극하며 협력하는 모습으로 관객과 마주했다. 조선시대 고음반을 디지털로 옮기고 지역의 젊은 소리꾼, 호남 우도 장단과 고깔춤, 시나위 연주, 탈춤, 디지털 음향 기술 등을 접목해 새로운 예술을 만들어냈다.
무대 위에는 레코드 판이 돌아가고 100년의 시간 동안 시대를 풍미한 김창환, 송만갑, 이동백, 김창룡, 정정렬 명창 등 국창이라 불렸던 전설들이 딥페이크 기술과 만나 살아 움직였다. 이들의 소리까지 복원해 젊은 예술가들이 국창과 함께 어우러지는 모습을 연출했다.
젊은 예술가에는 소리극단 도채비, 우도 콜렉티브, 이아람(대금)·황민왕(퍼커션)·오정수(기타), 디지털 시나위, 천하제일탈공작소, 배우 박현욱·이창현, 페스티벌소리합창단 등이 이름을 올렸다. 과거와 현대의 만남은 독특하고 신기했다. 100년의 시간 동안 시대를 풍미한 판소리 5명창이 고음반 속에서 펄펄 살아나고, 국창이라 불렸던 전설들에 현재의 예술을 덧대기 때문에 실험적인 시도로 보였다.
기록을 통해 잊히지 않는 예술의 감동을 선사했다. 하지만 100년 전 소리를 복원하다 보니 음질이 뚜렷하지 않아 관객들은 공연 초반에 고개를 갸우뚱하는 모습을 보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가만히 앉아 있어도 흥이 나는 장단과 무대에 엉덩이를 들썩이기도 하고 박수를 치며 장단을 맞추기도 했다. 이후 공연이 끝나고 관객들의 환호 소리와 박수가 이어졌다.
소리축제 박재천 집행위원장은 "100년 전 기록된 우리 문화자산들이 어떻게 올곧고 참신하게 존재할 수 있었고, 지금까지도 그 영역이 확장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해 <백 년의 서사>를 기획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