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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신문) [프로젝트 ‘창수를 찾아서’ 들여다보기] 그리운 창동을 그리다

창원문화재단 3·15아트센터 기획 프로젝트 ‘창수를 찾아서’
창원문화재단, 뮤지컬 ‘창수책방’ 브랜드 대안 고민
책 출간·커뮤니티 아트전·공연으로 확장해 기획

“기성세대들은 창동과 이선관 시인을 아름답게 기억하고 있었고, 청년들은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오늘의 창동을 살아가고 있어요. 그럼에도 많은 청년들이 서울이나 대도시로 문화예술을 배우기 위해 휴학을 하거나 창원을 떠나는 현실이 안타까웠어요. 이번 작업을 계기로 기성세대들이 기억하는 아름다운 창동의 이야기가 기록되고 청년들에게는 창원에서도 생생한 제작의 현장을 경험할 수 있는 저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창원문화재단 3·15아트센터가 기획한 프로젝트 ‘창수를 찾아서’가 가을의 한 가운데서 아름드리 결실을 맺는다.

 

프로젝트 ‘창수를 찾아서’는 마산 창동거리와 창동을 대표하는 시인 이선관의 작품 세계를 재조명하고, 잊고 있던 지역 문화유산의 가치를 콘텐츠화하는 기회를 마련하기 위해 경남대학교, 꿈꾸는산호작은도서관, 창동예술촌이 협력해 책, 전시, 뮤지컬을 제작하는 재단의 기획사업이다. 경남도와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이 주최하는 ‘2022 시·도 문화예술 기획지원’ 보조금 공모사업에 선정되면서 추진, 경남도와 창원시가 지원하면서 제작에 탄력이 붙었다.

 

이번 프로젝트는 오는 21일 오후 4시 3·15아트센터 제1전시실에서 진행되는 전시회 ‘창수를 찾습니다’ 개막식을 시작으로, 주민 참여 문학 프로그램 ‘내가 찾은 창동, 그리고 이선관 시인’ 과정을 통해 엮어낸 책과 전시회를 25일까지 만나볼 수 있다. 또 28일부터 30일까지 3일간 3·15아트센터 소극장에서는 창작뮤지컬 ‘창수책방’을 무대에 올린다.

 

봄과 여름, 그리고 가을까지 세 번의 계절이 바뀌는 동안 주민과 예술인, 학생, 청년 등 지역사회 다양한 구성원들이 함께 작업해 온 프로젝트 ‘창수를 찾아서’의 제작 이야기를 전한다.

 

 

◇프로젝트 ‘창수를 찾아서’, 출발 배경은?

 

창원문화재단, 뮤지컬 ‘창수책방’ 브랜드 대안 고민
책 출간·커뮤니티 아트전·공연으로 확장해 기획

 

프로젝트 ‘창수를 찾아서’의 시작점은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창원에서 활동하는 손상민 작가의 뮤지컬 대본 ‘창수책방’이 2017년 경남스토리랩 공모전에 당선됐다.

 

창수책방은 마산 창동에 위치한 ‘영록서점’을 모티브로 했다. 영록서점은 첫 번째 주인이 45년 동안 운영하고 이후 주인이 작고하면서 건물 주인이 고인의 뜻을 이어 서점을 맡아 운영하고 있다.

 

대본은 마산 창동의 오래된 헌책방 ‘창수책방’을 운영하는 신씨가 시한부를 선고 받게 되면서 책방을 물려주기 위해 아들 창수를 소환하면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마산을 떠나고픈 젊은 청년인 아들 창수는 책방을 물려받을 생각이 없다. 신씨는 전 재산과 책방을 걸고 ‘이선관 시인 시 낭독회’를 개최하는 묘책을 낸다. 이 대본에는 신씨와 창수뿐만 아니라 마산어시장 생선가게 아지매 말자와 3·15의거를 겪은 형사 출신 노인 춘삼, 휠체어에 의존해야 하는 서원 등 생생하게 살아있는 듯한 창동의 다양한 인물들의 삶을 다룬다.

 

이 대본은 공모전 당선 이후 3년 동안 작품화되지 못하다 2020년 경남대학교 유영재 교수와 학생들의 손에서 무대로 옮겨오게 됐고, 그해 3·15아트센터에서 초연됐다.

 

당시 무대와 홍보·마케팅을 지원했던 창원문화재단에서는 우리 지역을 소재로 한 뮤지컬 ‘창수책방’이 지속 가능한 창원 고유의 브랜드 작품이 될 수 있는 대안을 지속적으로 고민해왔다.

 

 

그 결과 재단은 주민참여 책 출간과 커뮤니티 아트 전시, 뮤지컬 창수책방 공연 제작을 아우르는 연간 사업으로 확장해 프로젝트 ‘창수를 찾아서’를 기획한 것. 프로젝트 ‘창수를 찾아서’의 ‘창수’는 뮤지컬 창수책방의 주인공이자, 창원을 살아가는 오늘날 창원의 젊은 세대이자 정체성을 상징한다.

 

‘창동과 이선관 시인’을 중심으로 책과 전시, 공연 제작을 함께 하는 과정을 통해 창원지역을 살아가는 다양한 세대의 사람들이 모여 이 시대 창동의 정체성을 찾아보는 과정을 함께했다.

 

 

 

◇ 프로젝트 ‘창수를 찾아서’ 1.문학 프로그램 ‘내가 찾은 창동 그리고 이선관 시인’

 

마산 꿈꾸는산호작은도서관, 문학프로그램 운영
중노년 15명 대상, 이선관 시인 작품 세계 조명
창동 담은 사진·캘리그라피, 21일 책으로 선보여

 

 

 

“아주 즐겁게 추억 여행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시간이 흘러도 결코 잊고 싶지 않은 것들이 추억이 돼 가슴 한 켠에 저장돼 있다가 실타래가 풀리듯 술술 풀려 나왔어요. 함께 웃고 때론 아련히 추억에 젖으며 보낸 시간의 기록들이 참 귀하고 고맙죠.”

 

마산 산호동의 꿈꾸는산호작은도서관에서는 창동과 이선관 시인을 기억하는 중노년 세대 주민 15명과 함께 지난 4월부터 16회차로 구성된 문학 프로그램 ‘내가 찾은 창동 그리고 이선관 시인’을 통해 창동의 기억과 추억, 이 시인의 작품세계를 조명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윤은주 꿈꾸는산호작은도서관장의 진행 아래, 프로젝트에 참여한 주민들은 양장점에서 옷을 맞춰 입고 선 보러 갔던 이야기, 아침 출근길에 소매치기를 만난 일화 등 마산 창동에 대한 옛 기억을 떠올리며 이야기로 풀어내고 글로 써내려 가며 울고 웃었다.

 

또 이선관 시인의 시를 함께 읽으며 이 시인의 시 세계와 생애를 조우하고, 창동에 있는 이 시인의 흔적을 찾아다니기도 했다. 창동 골목골목을 거닐며 옛 창동의 맛과 멋을 음미하면서 사진과 캘리그라피로도 남겼다.

 

진행을 맡은 윤 관장에게도 젊은 시절 창동, 이선관 시인은 마음 한 켠 내어준 추억 중 하나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의미가 남달랐다.

 

“대학시절 학보사 기자 생활을 했어요. 당시 문화 단신을 취재하러 다니면서 창동에서 이선관 선생님을 비롯해 지역 예술인들과 자주 교류했었어요. 저 역시 주민 분들과 마찬가지로 추억과 지역의 재발견이라는 의미가 컸던 것 같아요.”

 

윤 관장을 비롯해 문학 프로그램에는 사진작가 김광신, 캘리그라피 작가 하지원이 협력해 프로젝트의 완성도를 높였으며, 당시 창동의 3대 선술집 중 하나였던 ‘성광집’을 운영한 김영자 시인 등이 특강에 참여하기도 했다.

 

해당 결과물은 독립출판사의 참여를 통해 한 권의 책으로 만나볼 수 있으며, 오는 21일 전시 ‘창수를 찾습니다’ 개막식 참가자에게는 책을 증정한다. 아울러 우리지역 전문 시각예술인들의 손길로 커뮤니티 아트 전시회 ‘창수를 찾습니다’에서 공공 설치미술작품(커뮤니티 아트)으로 재창작된다.

 

 

◇ 프로젝트 ‘창수를 찾아서’ 2.커뮤니티 아트 전시회 ‘창수를 찾습니다’

 

창동 사진·이선관 시인 시 제목, 작품으로 구현
전시 결과물 일부는 뮤지컬 ‘창수책방’에 활용

 

 

커뮤니티 아트 전시회 ‘창수를 찾습니다’에서는 마산 창동과 이선관 시인에 대한 다양한 세대들의 수많은 기억과 추억의 조각을 한자리에 모아 꺼내 놓고, 이를 나누고 재조합하는 과정을 만나볼 수 있다.

 

창동예술촌에 입주해있는 양리애 설치미술 작가, 최남배 조각가, 라상호 창동갤러리 관장이 협력하고 경남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기획동아리 I.B 구성원들이 기획과 구성에 참여해 커뮤니티 아트로 생생하게 구현할 예정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창동의 예와 오늘을 담은 사진과 이선관 시인의 시 전집 내 644편의 제목을 비주얼아트로 구현한 타이포그라피, 주민들과 청년들의 단상을 담은 ‘시간의 벽’과 작은 인쇄소를 구현해 스탬프와 레터 프레스를 찍어 마끈 씨실에 종이 날실을 직조해 한 채의 집을 완성해가는 ‘시집: 시로 만든집’ 등 커뮤니티 아트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또 뮤지컬 창수책방에 참여하는 배우들의 제작 노트와 무대 세트에 구현될 미디어 아트의 일부도 전시 공간에 마련돼 있다.

 

 

전시에 참여한 양리애 작가는 “저는 마산 토박이 작가인데 마산 창동 골목에 대한 이야기들을 아카이빙 해 전시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며 “미술계에는 문신 선생님이 계시듯이 문학계에는 이선관 선생님이 계신다. 이번 기회를 통해 새롭게 조명돼 한 인물이 발굴되면 참 좋겠다”고 전했다. 이 전시작품의 결과물 일부는 또 하나의 원소스가 돼 뮤지컬 ‘창수책방’에서 미디어아트 프로젝션 맵핑 등 영상기술이 녹아든 무대 예술의 일부로 활용된다.

 

 

◇ 프로젝트 ‘창수를 찾아서’ 3.창작뮤지컬 ‘창수책방’

 

경남대 유영재 교수·학생 등 막바지 연습 한창
이선관 시인 시에 음 얹힌 곡으로 볼거리 더해

 

 

“초연 당시에는 한정된 예산으로 인해 만들고 싶은 장면이나 이야기하고 싶은 것들을 많이 생략할 수밖에 없었는데, 프로젝트 ‘창수를 찾아서’를 통해 보다 풍부한 미디어아트를 융합하고 뮤지컬 ‘창수책방’에 어울리는 무대 세트가 들어오게 되면서 배우들의 윤곽과 입체감이 보다 뚜렷해졌어요. 이번 공연을 계기로 작품이 꾸준히 무대에 올라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10일 오후 2시 3·15아트센터 아르코 대연습실. 연출을 맡은 경남대학교 유영재 교수를 비롯한 문화콘텐츠학과 학생들, 창원시민 등으로 꾸려진 배우들과 스태프들은 지난 2020년 초연 이후 2년 만에 다시 창작뮤지컬 ‘창수책방’을 무대에 올리기 위한 막바지 연습에 한창이었다. 이날 배우들은 무대 의상을 갖추고 진지하게 연습에 임했다. 유 교수는 동선과 대사, 연기, 노래 어느 하나 빠짐 없이 예리하게 지도해나간다. 초연 때는 창수책방 대본을 무대화시키는 데 중점을 뒀다면 이번 공연에서는 드라마를 보다 강화했다.

 

 

유 교수는 “초연할 때에는 창수가 왜 집을 떠났는지, 그의 엄마는 왜 창수를 버리고 갔는지에 대한 것들이 해결되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 공연에서 그 해답을 찾은 것 같다”며 “대의에 의해서 떠났지만 결국 두 사람의 마음은 여기 창동에 있었다. 창수가 돌아온 건 창동이 우리의 정체성이고, 이곳에 숨 쉬는 심장이 있다는 느낌으로 ‘창동이 우리의 마음의 고향이다’ 라는 부분을 갖고 갔다”고 말했다.

 

극에 삽입된 음악에도 이선관 시인의 시에 음율을 얹힌 곡이나 또 창동과 연관된 곡 등 창동과 이 시인이 베여있다는 점도 하나의 관람 포인트다.

 

 

“지역이 갖고 있는 소재와 브랜드로 어떤 콘텐츠로 가기 위해서는 결국 지역의 정서와 감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번 작품은 ‘놀이’라고 생각합니다. 지역이 갖고 있는 정서를 서로가 공감하고 함께 어울리는 놀이적인 형태가 된 뮤지컬이기 때문이죠. 관람하면서 저게 어린시절 내 모습이고, 내가 창동에서 느꼈던 이런 이야기들에 대해서 쉽게 공감할 수 있을 거예요. 뮤지컬은 눈으로 보고 귀로도 듣지만, 이번에는 반대로 귀로 듣고 눈으로 마지막에 보는 뮤지컬이 되겠습니다. 창동만의 감성을 보고 느끼셨으면 좋겠습니다.”

 

한편 프로젝트 ‘창수를 찾아서’의 책과 전시, 공연 제작 전 과정에는 경남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기획동아리 I.B 멤버들이 기획에 참여했다.

 

프로젝트의 전 과정에 참여한 I.B 멤버 권예림(경남대 3)학생은 “출판, 전시, 공연 등 전반적인 문화 기획에 있어 실무적인 경험을 해보니 막연하기만 했던 기획의 길이 약간 열린 기분이다. 많은 걸 배울 수 있었던 뜻깊은 시간이었다”고 참여 소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