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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신문) 영화광들이 쏘아 올린 작은 영화

미디어랩 독감경보, 지역단편영화제 ‘영화로운 경남생활’ 수료작 상영
도민 11명 참가 두 달간 이론 강의·시나리오 작성·촬영 등 진행
댓글알바·시간 소재 단편영화 ‘미정’·‘9:59’ 두 편 만들어

“영화를 좋아하는 평범한 사람이지만, 영화를 볼 때마다 나도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매일 밤 꿈 속에서라도 영화감독이 되는 상상의 나래를 펼쳤는데, 이렇게 도전해보니 즐거웠어요.”

 

경남에서 문화예술을 향유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종합예술인 영화는 더더욱 그렇다. 문학을 좋아하면 글을 쓰고 음악을 좋아하면 노래를 부를 순 있지만, 영화는 좋아해도 스스로 실현하기 어려운 분야다.

 

경남 영화 제작 환경은 특히 더 척박하다. 그 속에서 영화 제작에 관심 있는 도민들을 위해 마련된 프로그램이 최근 두 번째 발걸음을 끝냈다. 지난 30일 오후 7시 30분 마산 스페이스 하비에서 ‘지역단편영화제 - 영화로운 경남생활’이 열렸다. 미디어랩 독감경보가 주최·주관하는 ‘영화로운 경남생활’은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의 ‘2022 경남영화영상활성화사업’에 선정돼 11월 초부터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프로그램에 참가한 11명의 도민은 20대 대학생부터 50대 직장인까지 구성돼 있다.

 

 

이들은 두 달간 이론강의와 함께 시나리오 작성, 촬영, 편집과정을 직접 하며 ‘미정’과 ‘9:59’ 등 총 2편의 단편영화를 만들어냈다. 이날 영화제 및 수료식이 끝나고 단편영화 ‘미정’(함께 팀)을 제작한 박고운(31·회사원·감독) 씨와 장은주(44·뮤지컬 배우·각본) 씨, 단편영화 ‘9:59’(전체관람가 팀)를 만든 이윤경(54·논술지도·감독) 씨와 차주원(25·대학생·각본) 씨를 만나 소회를 들었다.

 

첫 작품 ‘미정’은 댓글알바 일을 하며 전화·인터넷 등 기계만으로 사회와 연결된 주인공 미정이 직접 세상과 마주하겠다고 결심하는 과정을 담은 영화다. 은주 씨가 각본을 짜고 미정 역을 연기했다. 은주 씨는 “처음에는 공연에 어울리는 각본이었는데 멘토 선생님 덕분에 영화스럽게 짜여졌다”며 “직접 연기를 했는데 본업인 뮤지컬은 액션 사인이 오면 바로 연기를 하면 됐지만 영화는 3초 정도 텀을 주지 않으면 편집할 때 고생한다는 점 등을 배웠다”고 말했다. 감독을 맡은 고운 씨는 영상에 대한 관심과 촬영에 대한 호기심에 참여했다. 그는 “경남에서 볼 수 없었던 좋은 프로그램에 참가해 잊지 못할 경험을 했다”며 “또 다른 경험하지 못한 도민들을 위해 지속적으로 사업이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두 번째 작품 ‘9:59’는 9시 59분에서 더 이상 시간이 가지 않는 미스터리한 상황을 담은 영화다. 감독을 맡은 윤경 씨는 꿈꾸던 영화감독을 할 수 있게 돼 보람찬 순간이었다고 한다. 윤경 씨는 “사소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방향성을 잡아주는 감독의 역할을 알게 됐고 최대한 그 역할을 수행한 것 같아 뿌듯하다”고 표현했다. 시나리오를 작성한 주원 씨는 완성된 작품에 굉장히 만족해했다. 그는 “팀원들끼리 이야기하다가 공포, 미스터리 쪽으로 방향이 잡혔다”며 “음향도 맡았는데 룸톤(촬영장 내 자연 음향)이 정말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주원 씨는 인터뷰 과정에서 영화 촬영감독이 되고 싶다고 고백했다. 그는 “지역사회에서 영화 제작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과 함께 영화 제작을 하고 있는 것 자체가 꿈에 조금 더 다가갈 수 있는 기회로 느껴져 좋았다”고 언급했다. 프로그램을 기획한 장보경 미디어랩 독감경보 감독은 “좋은 작품보다도 영화 제작을 시작한 것에 의의를 두고 앞으로도 참가자들이 영화 창작 활동을 이어갔으면 좋겠다”며 “경남에도 많은 영화사, 영화감독들이 있는데 온오프라인으로 관심이 이어진다면 지역에서도 좋은 영화가 꾸준히 나오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