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원도 대표 문화 프로그램들이 대규모 예산 삭감으로 인해 파행 운영이 우려되고 있다.
국내 최초로 3년마다 지역을 순회하며 개최되는 노마딕(nomadic·유랑하는) 시각예술축제인 ‘강원국제트리엔날레’는 지난해 예산 5분의 1수준으로 올해 축제를 치러야하는 상황이다. 그동안 도내 유휴 공간을 전시 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 시도로 호평을 받은 이 행사는 도립미술관도 갖추지 못한 강원도에서 청소년들에게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고 예술가들을 발굴한 것은 물론 독특한 아이디어와 실험적인 시도로 주목을 받아왔다. 하지만 이제는 예술감독조차 선임할 수 없을 정도의 수준으로 지원 방향이 결정되면서 일각에서는 폐지 수순을 밟고 있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2016년부터 매년 겨울 선보여 온 평창대관령음악제 ‘겨울음악제’의 경우 예산 항목 자체가 사라지면서 폐지됐다. 여름철에 열리는 ‘평창대관령음악제’가 정통 클래식 음악제를 표방했다면 겨울음악제는 다양성과 차별성을 테마로 한 무대로 클래식 팬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높은 예매율을 기록하며, 유튜브 중계도 큰 인기를 끌었지만 서슬퍼런 예산 삭감의 칼날을 피할 수는 없었다.
평창대관령음악제 사정도 녹록치 않기는 마찬가지다. 올해 20주년을 맞았지만 도비는 지난해 16억원에서 10억원으로 오히려 줄었다. 20주년을 기점으로 인력 보강이나 공연장 마련 문제 등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예상됐지만 당장 올해 공연이 제대로 열릴지 여부부터 신경써야 하는 처지다. 아스펜, 잘츠부르크 음악제처럼 여름에는 항상 대관령에 음악이 흐른다는 인식을 줄 수 있는 축제로 성장시키겠다는 그동안의 노력과 계획은 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이에 대해 도 관계자는 “강원트리엔날레와 대관령음악제 모두 예산은 줄었지만 폐지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반드시 많은 예산을 투입해서 치르는 것보다 예산이 줄더라도 적정한 규모에 맞게 진행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홍경한 미술평론가는 “강원도가 트리엔날레를 도민을 위한 문화 향유, 문화 인프라 자산 등의 차원에서 인지한다면 예산을 줄일 수 없을 것”이라며 “독창적이고, 실험적인 행사가 바로 트리엔날레이다. 강원도의 전폭적인 지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영진 음악평론가는 “지금 당장 음악제의 ‘자생’을 얘기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음악제가 차별성을 가질 수 있도록 지자체의 지원이 안정적으로 이어져야 한다” 며 “이를 위해서는 기업 메세나가 차지하는 비중을 높이는 구조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