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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일보) 어떡허니… 한창 꽃필 시기, 사라진 꿀벌들

 

3일 오전 파주시 법원읍 한 산자락에 위치한 양봉농가. 10년차 양봉인 이진희(47)씨가 벌통 상단을 열어 소비(벌집) 한 장을 꺼내 보였다. 수천 마리 벌들이 날아오른 것도 잠시, 이씨가 가리키는 팔각 구멍들을 유심히 보니 절반이 넘는 면적에 듬성듬성 빈틈이 역력했다.

이씨는 "원래 벌들이 다 차있어야 하는데 비어 있는 곳도 많고, 알들이 차있어야 하는 곳도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하고 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본래 이날처럼 벚꽃이 만개하고 꽃가루가 휘날리는 봄철이면 꿀벌들은 자기 세력을 모으기 위해 이곳저곳 활개를 치고 다닌다고 한다. 이 시기 '꿀벌 군단'이 얼마나 탄탄하게 조직되는지에 따라 한 달여 뒤 꿀 수확기가 시작되면서 한해 성과가 판가름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3년여 전부터 이씨 농가의 봄맞이는 활기는커녕 침울함만 가득한 상태다. 벌통을 열어볼 때마다 비어 있는 벌집, 죽어 있는 꿀벌 사체들이 속속 발견되고 있다. 150군(벌통 단위)에 이르던 농가 규모는 현재 46군으로 3분의1로 줄었고, 한 해 매출액 기준 3천만원 가량이 감소했다.

이씨는 "아는 양봉인들은 몇 년 전부터 비수기마다 '투잡'을 뛰며 수익을 충당하고 있다"며 "올해는 얼마나 줄게 될지 두렵기만 할 뿐"이라고 호소했다.

이유도 모른채 절반 가까이 실종
벌통은 비어있고 사체 속속 발견
경기 양봉농가 10~20% 영업중단

때 이른 봄기운에 곳곳의 꽃망울이 터지면서 양봉업계 성수기도 성큼 다가오고 있지만, 꿀벌들의 집단 실종이 거듭되어 온 농가들은 여전히 시름을 앓고 있다.

한국양봉협회 경기도지회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도내 벌통 26만여군 중 52%(13만5천여군)에 달하는 꿀벌들이 사라진 것으로 파악됐다. 개체 수로 15억 마리에 가까운 수치다. 이유도 모른 채 아예 사라진 꿀벌들이 절반을 넘은 것인데, 이로 인해 도내 2천600여 곳 양봉농가 가운데 10~20%가 운영을 중단하거나 폐업한 상황이다.

현재 운영 중인 농가들도 정작 일할 벌들이 부족해 한해를 정상적으로 대비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개체 수가 줄어든 것도 문제지만 따뜻한 날씨가 너무 빨리 다가와 그나마 남아있는 꿀벌들도 수분 활동을 할 만큼 충분히 자라지 못한 상황 때문이다. 특히 수도권은 올해 개화 시기가 1922년 관측 이래 두 번째로 빠르게 찾아와 변수가 클 전망이다.

부천에서 11년째 양봉업을 운영하는 A(60) 씨는 "작년에는 4월에 뜬금없이 눈이 내리고 10월에는 대뜸 폭우가 쏟아지면서 벌들이 모두 죽다시피했다. 올해도 변덕스러운 날씨를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설명했다.

한국양봉협회 관계자는 "기후 변화가 해마다 심각해지면서 농가마다 한해 수확량이나 손익이 어떻게 날지 전혀 예상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