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작가 카렐 차페크(1890~1938)는 “인간은 손바닥만 한 정원이라도 가져야한다. 우리가 무엇을 딛고 있는지 알기 위해선 작은 화단 하나는 가꾸며 살아야한다”라고 했다. 요즘 ‘국가 정원’부터 ‘옥상 정원’ ‘베란다 정원’ ‘한 평 정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정원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또한 개인이 수 십 년 동안 가꿔온 ‘민간정원’은 ‘코로나 엔데믹’ 시대에 도시인들의 불안감과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치유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효심으로 60여년 가꾼 ‘초암(草岩) 정원’ “어린 날에는 ‘낳아주신 어머니’가 한없이 그리웠고, 어른이 되어서는 ‘키워주신 어머니’가 한없이 고마웠습니다. 60여 년간 저와 교감하고 대화를 하며 키운 나무들입니다. 나무 하나하나마다 애틋함과 사랑이 깃들어 있습니다.” 청람(靑藍) 김재기(83) 전 광주은행 상임감사는 20대부터 현재까지 60여 년 동안 고향인 보성군 득량면 오봉리 초암마을 고택 내에 나무를 심고 가꿔오고 있다. 애초부터 유원지나 관광지, 정원으로 꾸밀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럼에도 오랜 시간동안 쉼 없이 나무를 심은 까닭은 오로지 ‘낳아주신 어머니’와 ‘키워주신 어머니’, 두 분 어머니를 위한 효심(孝心)때
보성은 ‘녹차수도’를 표방하는 다향(茶鄕)이자 의향(義鄕), 예향(藝鄕)이다. 사계절 푸르른 녹차밭과 해수녹차센터, 제암산 자연휴양림 등 힐링 명소가 여행자들의 발길을 이끈다. 한여름, 불볕더위를 이기는 보성 녹차밭과 제암산 자연휴양림, 율포 해수욕장으로 ‘치유’와 ‘쉼’ 여행을 떠나보자! 보성 녹차밭과 바닷가에서 한여름을 맞으며 여행자의 심신은 푸르게 물든다. 다원·휴양림 초록바다에서 힐링 한줄기 바람, 한 뼘의 그늘이 아쉬운 요즘이다. 바람기 한 점 없는 푹푹 찌는 날씨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땡볕 아래 조금만 걸어도 절로 땀방울이 주르르 흘러내린다. 도시속 폭염을 피해 초록바다를 찾아 나선다. 보성 녹차밭이다. 흔히 ‘대한다원’으로 불리는 대한다업(주) 보성다원은 보성군 보성읍 봉산리 산기슭에 자리하고 있다. 좌우로 도열한 삼나무 숲길을 지나 다원 입구에 다다르면 초록바다가 눈앞에 펼쳐진다. 산비탈에 수없이 등고선을 그은 듯 굽이치는, 수채화 같은 초록물결이다. 제법 가파른 중앙계단을 천천히 올라 중앙전망대에서 숨을 고른다. 계단식 녹차밭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뷰 포인트이자 포토 존이다. 혼자 여행을 온 청년이 스마트 폰을 미니 삼각대
강진은 ‘남도답사 일번지’ ‘감성여행 일번지’이다. 최근에는 ‘한국의 나폴리’로 불리는 미항(美港) 마량항과 가우도가 핫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다. ‘강진에서 일주일 살기’와 ‘F·U·S·O’ 체험프로그램도 인기가 높다. 한여름, 강진으로 감성·힐링 여행을 떠나보자! ◇영랑과 다산의 발자취 따라가는 남도답사=“구비진 돌담을 도라서 도라서/ 달이 흐른다 놀이 흐른다/ 하이얀 그림자/ 은실을 스르르 스르르 모라서/ 꿈밭에 봄마음 가고가고 또간다.” 강진의 공기에는 서정이 흐른다. 강진 출신 영랑 김윤식(1903~1950) 시인의 시구 같은…. 1935년 초판본 ‘영랑시집’에 실린 당시 표기대로 음미해본다. 곧게 뻗은 국도를 따라 풀치터널을 통과해 강진 땅에 들어선 여행자들은 ‘월남사지 3층 석탑’(보물 298호)과 다원(茶園), 별서정원 ‘백운동 원림’(국가지정문화재 명승 115호), 천년고찰 무위사를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월출산 자락에 조성된 차밭은 짙은 초록의 향연(饗宴)을 펼치는 듯하다. 눈을 시원하게 하고, 마음마저 초록빛깔로 물들인다. 요즘 호남의 3대 원림으로 손꼽히는 ‘백운동 원림’을 찾는 여행자들의 발길이 부쩍 늘었다. 올봄 들어 방역당국의 ‘사회
시인은 신작시집 ‘어린 왕자로부터 새드 무비’에 사인을 하며 산 모양을 먼저 그리고 녹색 칠을 한 후 ‘먼 산빛같은 마음으로’라고 적었다. 지리산자락에 살고 있는 시인의 거처 ‘심원재’(心遠齋)가 품고 있는 의미이기도 하다. 지난해 9월 ‘조태일 문학상’과 ‘임화 문학예술상’을 수상한 박남준(65) 시인의 시 세계와 ‘나누는 삶’에 대해 들었다. ◇생명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지리산 시인’=박남준 시인이 사는 집 당호(堂號)는 ‘심원재’(心遠齋)이다. 당호는 전주에서 고전을 공부할 때 사부님이 도연명의 ‘음주(飮酒)’ 20수 시편 가운데 5번째 시편에서 글귀를 따와 지었다고 한다. ‘마음이 멀어지면 사는 곳도 자연히 외딴 곳이 된다오’(心遠地自偏)라는 대목이다. 대문 대신 비파나무와 산수유 나무가 수문장처럼 좌우측에 서있는 입구를 지나면 푸른색 지붕을 인 농가 처마에 걸린 수백 개의 곶감들이 붉은 꽃등을 켠 듯 환하다. 한편에는 겨울을 날 나무 장작이 차곡차곡 쟁여져 있다. 이순(耳順·60)을 지난 연륜만큼 시인의 머리에는 서리가 앉았지만 그의 얼굴은 ‘어린 왕자’처럼 해맑기만 하다. 시인은 손수 만든 발효차를 권했다. 잠시 자리를 비운 시인은 차와 함께 곁들
판소리 ‘수궁가(水宮歌)’ 한 대목인 ‘범 내려온다’가 새로운 국악의 열풍을 불러오고 있다. 유튜브에서 ‘밴드 이날치’와 소리꾼 이희문, MZ세대 국악인 유태평양·김준수·고영열, ‘전방위 예술가’ 이자람의 소리를 찾아 들어보라. 그러면 일명 ‘조선 팝’으로 불리는 새로운 국악의 흥과 멋, 신명에 매료될 것이다. ◇밴드 이날치, ‘범 내려온다’로 ‘1일1범’ 열풍=“범 내려온다 범이 내려온다/ 송림 깊은 골로 대한 짐생이 내려온다/ 몸은 얼쑹덜쑹 꼬리는 잔뜩/ 한발이 넘고 누에머리를 흔들며…” 판소리 ‘수궁가(水宮歌)’의 한 대목. 별주부가 용왕의 병을 낫게 할 특효약(토끼간)을 구해오라는 사명을 띠고 ‘고생고생 끝에’ 뭍에 올라온다. 얼마 후 별주부가 토끼를 발견하고 반가운 마음에 ‘토생원~’하려다 (수만리를 아래턱으로 밀고 나온터라) 그만 ‘호생원~’이라고 불러 버리는 장면이다. 난생 처음 ‘생원’이라는 소리를 들은 호랑이는 좋아라고 소나무 숲속에서 내려온다. 밴드 이날치의 가락과 현대무용단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Ambiguous Dance Company)의 안무로 판소리 ‘수궁가’ 중 ‘범 내려온다’는 새로운 생명력을 얻었다. 리듬감 실린 신명난 노래와
각박하고 빠르게 돌아가는 현대 사회에서 유배문화와 전남 유배지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손암 정약전과 다산 정약용 형제, 추사 김정희, 우봉 조희룡, 원교 이광사 등은 당대에 죄인으로 신안 흑산도와 강진, 제주도, 임자도, 신지도 등 유배지에서 온갖 고초를 겪었다. 하지만 수백 년이 흐른 요즘에는 역경 속에서도 학문·예술세계의 넓이와 폭을 확장한 역사인물로 재평가받고 있다. ◇신유박해로 정약전·약용 형제 귀양길=“내가 아는 지식과 너의 물고기 지식을 바꾸자!” 지난 3월 개봉한 영화 ‘자산어보’(감독 이준익)에서 손암 정약전(1758~1816)은 청년어부 ‘창대’(장덕순)에게 이렇게 말한다. 손암은 우이도 진리에서 9년, 흑산도 사리에서 7년을 지내다 세상을 떠났다. 그렇지만 그는 유배지에서 좌절하지 않았다. 서당을 열어 마을 주민들의 자제들을 가르쳤고, 실학자의 입장에서 흑산도(玆山) 바다에서 서식하는 물고기와 해양생물을 관찰했다. 그리고 토착민인 창대의 도움을 받아 흑산 해역에 서식하는 어족(魚族)을 정리한 ‘자산어보’(玆山魚譜)를 1814년에 완성해 후세에 남겼다. 유배지와 유배문화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임금과 권력으로부터 버림받았지
<이건용, 오페라 ‘박하사탕’>이 지난달 27~28일 서울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정식 초연됐다. 5·18 광주 민주화 운동 40주년을 기념해 광주 문예회관과 국립극장이 공동 제작한 작품이다. 청년시절 끌어안은 ‘광주’의 아픔과 사랑을 오페라 ‘박하사탕’에 녹여낸 한국 창작음악계의 거장 이건용(한국예술종합학교 명예교수) 작곡가를 만나 음악인생과 작품세계에 대해 들었다. ◇‘80년 5월 광주’를 소재로 한 오페라 초연=“…그러나 사람은, 삶은 그렇게 비천하지 않습니다. 사람에게는 생명이 있으니까. 그것이 제가 80년 5월 광주에서 본 것입니다. 그것은 그 후 40년 동안 저에게 인간에 대한 희망을 환기해주고 생명의 힘을 확인해 주는 원천 같은 것이었습니다. 작곡가로서 그 빚을 이번에 갚습니다.” 작곡가 이건용(74)은 오페라 ‘박하사탕’ 작곡을 마친 후 ‘작곡노트’에 이렇게 적었다. 그리고 악보 첫 페이지에 육필로 헌사(獻辭)를 썼다. ‘이 작품을 1980년 5월 어둠의 세력으로부터 빛의 고을을 지킨 광주시민들에게 바친다.’ 30대 청년시절부터 지금까지 40여년 동안 ‘80년 5월 광주’를 가슴속에 품어왔던 한 작곡가의 예술적 집념과 진정성이 한 문
광주 디자인비엔날레와 전남 국제 수묵 비엔날레가 개막했다. 국제 미술 전람회인 ‘아트광주 21’도 10월 개최를 앞두고 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열리는 미술 관련 축제에 맞춰 ‘예술과 관광’이 어우러지는 주변 여행지를 소개한다. ◇‘근대문화의 보물창고’ 양림동=광주 양림동은 100여 년 미국 선교사들이 가장 먼저 들어온 ‘광주의 개화 일 번지’이자 근대사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근대문화의 보물창고’이다. 양림동 투어는 크게 ▲건축투어 ▲예술 투어 ▲선교 투어로 나눠 할 수 있다. 우선 양림동에는 근대기에 세워진 전통 한옥과 양옥이 어우러져 있다. 1899년 지어진 ‘이장우 가옥’(광주시 민속문화재 제1호)과 1920년대 건립된 ‘우일선 선교사 자택’(광주시 기념물 제15호), 오웬 기념각(광주시 유형문화재 제26호) 등이 대표적이다. 또한 양림동은 예술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공간이다. ‘한희원 미술관’과 ‘이이남 스튜디오’, ‘이강하 미술관’, ‘양림 미술관’, ‘호랑가시나무 아트 폴리곤’과 같은 예술 공간이 산재해 있다. 지난해 11월 개관한 ‘이이남 스튜디오’는 미디어 아티스트 이이남 작가의 작품 감상과 함께 커피·차를 음미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