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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신문) [시가 있는 간이역] 쓸데없는 짓을 하다 - 윤덕

  • 등록 2020.11.26 15:42:53

 

홍매화 허리 자를 기계톱을 들고 꽃잎 지는 걸 아쉬워하고

 

나무 심을 구덩일 파다 꼬물거리는 굼벵일 보고는 왜 어둠을

파먹고 살았는지

물어보기도 하고

 

고로쇠나무를 심다 가지에 흐르는 수액은 몇 바퀴 돌다

내 몸으로 들어올 것인지

헤아려 보기도 하고

 

겨울에 피는 개나리꽃을 보고는 세상이 미쳤다고 지축을

흔들어 깨우기도 하고

 

눈물로 피운 꽃은 붉을 것이라고 눈물샘에 괸 사연을 읊다가

허공을 무지하게 긁기도 하고

 

비 쏟아지는 날 흠뻑 맞던 일처럼 쓸데없는 짓을 하다

 

 

☞ 세상 살아가는 모든 일에는 다 뜻이 있다고들 한다. 그런데 개나리가 겨울꽃을 피우는 것을 보고 ‘세상이 미쳤다’며 언제든 쓴소리를 내지를 수 있었고, 눈물의 아픔도 가슴으로 알고 있었던 시인은 오늘 이러한 삶의 일상을 ‘쓸데없는 짓’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더 크고 굵은 홍매화를 얻기 위한 작업으로 기계톱을 들었음에도 연신 꽃잎이 지는 것을 아쉬워하는 마음 약한 시인은 ‘나무 심을 구덩이를 파다 꼬물거리는 굼벵일’ 통해 무던하게 살아오지 못했던 지난날을 자문(自問)하고, ‘고로쇠나무를 심다 가지에 흐르는 수액’을 몇 년의 시간이 흐르면 마실 수 있는지를 헤아리며 뜻이 남아 있을 생을 기약(期約)하기도 한다.

 

만만치 않은 세월에 대한 반항(反抗)과 반전(反轉)의 ‘쓸데없는 짓’ 앞에서 가마득히 이유도 없이 비를 흠뻑 맞고 섰던 날이 주마등 같이 지나간다. 강신형(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