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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 [단독] 초량지하차도 참사 전 ‘저수 용량’ 확장, ‘화’ 키웠다

 

 

지난해 7월 폭우로 시민 3명이 숨진 부산 초량지하차도 참사가 발생(부산일보 지난해 7월 27일 1면 보도 등)하기 전에 부산 동구청이 해당 지하차도의 ‘기본 저수용량’을 오히려 키운 것으로 확인됐다. 참사 3년 전 지하차도 보수공사를 하면서 배수구 높이를 높이는 바람에 1차 배수가 어려워진 것이다. 이런 조치가 참사에도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2017년 침수 예방 보수공사

배수구 높이 60㎝로 높여

폭우 시 차도로 빗물 몰려들어

배수펌프 2대 증설 효과 ‘반감’

동구청 “결정적 침수 원인 아니다”

 

8일 〈부산일보〉 취재진이 확보한 ‘초량 제 1·2지하차도 침수 예방을 위한 기술진단 및 실시설계용역’에 따르면, 동구청은 이 용역에 따라 2017년 기존 20마력급 배수펌프 2대를, 30마력급 2대와 50마력급 1대로 교체해 펌프 용량을 높였다. 당시 배수구 높이를 거의 바닥에서 60cm로 높이는 공사도 함께 진행했다.

 

지하차도 배수 시스템은 1차로 배수구로 물이 빠져서 집수관에 모여 하수관으로 흘러 들어가면 펌프가 그 물을 퍼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배수구가 도로 바닥과 가까워야 배수가 잘 되는데 동구청은 이 배수구의 높이를 높여 기본 저수용량을 늘린 셈이다. 배수구를 바닥보다 높게 두는 것은 물과 함께 흘러들어온 이물질로 인해 배수구가 막히는 것을 줄이기 위함이다. 비가 적게 올 경우에는 도로 입구의 배수로에서 감당이 되지만, 강수량이 많을 경우 지하차도 쪽으로 빗물이 몰려들 수밖에 없다. 이 공사로 인해 배수구가 높아지면서 물이 60cm가 차야 배수가 비로소 이뤄지는 구조가 됐다. 침수 사고 당시 펌프 용량이 작아 물을 제대로 처리할 수 없기도 했지만, 물이 60cm 높이까지 찰 동안 아무런 배수 시스템이 가동되지 않게 되면서 참사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문제점은 지난해 12월 동구의회에서도 제기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동구청은 배수구 높이가 사고의 결정적인 원인은 아니라고 해명한다. 동구청 건설과 관계자는 "지하차도 구조상 밑으로 파면 구조물을 깨뜨려야 해 측구시설을 위로 높였다"며 "차 높이보다 물이 더 차면 물이 빠질 수 있도록 차량바퀴 높이를 고려해 설계를 했다"고 밝혔다. 최형욱 동구청장도 "당시 부산역이 침수될 정도로 강수량이 많았던 시기였고 배수가 늦어질 수는 있겠으나 결정적인 침수의 원인은 아니라고 본다"며 "배수 지연이 핵심 원인이라면 진작 국과수에서 발표를 하지 않았겠나"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저수용량을 늘리면서까지 해당 시공을 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말한다. 부산과학기술대 토목과 정진교 교수는 “배수구는 상시 청소해 관리할 수 있지만 배수구 높이가 높아져 배수 기능이 약해지면 물이 빠지는 속도가 늦어져 침수 위험은 더 커진다”며 “현재 초량지하차도는 펌프가 있다 해도 유도 배수가 늦어질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다른 지자체에서는 배수구의 폭을 늘리는 등 고이는 물의 양을 줄이는 쪽으로 시공을 했다. 2019년 부산 남구청은 배수 시설 개선공사를 통해 대남지하차도 내 배수구 폭을 15cm에서 25cm로 넓혔다. 지속적으로 물이 고이는 현상이 재난 때 배수 속도를 늦추는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남구청 관계자는 “물이 상시적으로 고여 있으면 침수로 바로 이어지지 않아도 도로와 타이어 사이 물이 고이는 수막 현상 때문에 차량 바퀴가 헛돌아 사고 위험도 크다”고 말했다.

 

폭우가 내릴 경우 차량 통행을 차단하는 것이 급선무이고 지하차도로 쏟아지는 물은 신속하게 배수를 해야 하는데, 초량지하차도의 경우 공사로 인해 기본 저수량이 많아져 배수에 부담이 커진 것이다. 동구의회 배인한 의원은 “물이 빨리 찼다는 것이 초량지하차도 참사의 핵심”이라면서 “60cm가 넘어야 물이 빠지는 현 설계에서는 같은 사고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공사 이후 부산시가 2019년에 진행한 용역에서 해당 지하차도는 또 다시 ‘도시침수 위험지역’으로 선정됐다. 용역이 진행되는 중에 지난해 3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