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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 [2021 통영국제음악제를 다녀와서] 코로나 겨울을 뚫고 통영에 음악의 봄이 만개했다

바스케스 지휘 ‘서주와 추상’으로 개막
‘지붕 위의 첼리스트 카미유 토마 ‘감동’
‘4인 4색’ 젊은 피아니스트 매력에 취해

 

 

통영에 봄이 왔다. 통영국제음악제 개막일인 26일, 2년 만에 관객과 만나는 음악 축제를 축하하듯 벚꽃은 만개했고 날씨는 맑았다. 공연장 문을 열고 나가면 바닷소리와 바닷새 소리가 들리는 곳, 통영국제음악당에는 그렇게 ‘음악의 봄’이 찾아왔다.

 

■윤이상으로 개막하다

 

26일 오후 7시 30분 통영시 도남동 통영국제음악당 콘서트홀. ‘통영이 낳은 현대음악의 거장’ 윤이상(1917~1995) 선생을 기리는 음악제답게 윤이상의 ‘서주와 추상(Fanfare & Memorial, 1979)’으로 축제의 문을 열었다. 쨍한 금관 팡파르로 시작하는 이 곡은 냉전 시대 핵전쟁으로 인류 멸망에 대한 위험을 경고한다. 냉전은 끝났지만 여전한 국가 간의 대립과 갈등, 이기심, 어쩌면 코로나19로 벌어진 현재 상황을 경고하는 소리로도 들렸다.

 

음악 교육 사업 ‘엘 시스테마’가 낳은 베네수엘라 출신의 세계적 지휘자 크리스티안 바스케스의 지휘로 통영페스티벌오케스트라가 화려하게 축제 서막을 알렸다.

 

 

 

당초 피아니스트 루카시 본드라체크가 협연할 예정이었지만 연주자 개인 사정으로 취소되면서 떠오르는 스타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가 무대에 올랐다. 초록빛 드레스를 입고 나타난 김봄소리는 오케스트라와 함께 차이콥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를 멋들어지게 협연했고 객석에서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마지막 곡은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5번으로 70명 규모의 오케스트라가 진가를 발하는 순간이었다. 더 큰 편성의 오케스트라였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현장 관객 평가도 있었지만, 코로나19 상황에서 이 정도 규모의 오케스트라 공연이 흔치 않은 상황에서 충분히 박수를 받을 만했다. 스탈린 혁명 찬양과 정권 비판, 양면적으로 해석되는 이 곡은 현장에서 들었을 때 느껴지는 카타르시스가 큰, 음악 축제에 딱 맞는 선곡으로 관객의 찬사를 끌어냈다.

 

현장에서 만난 조희창 음악평론가는 “변화하는 현실(Changing reality)라는 2021년 통영국제음악제 주제에 맞게 프로그램 구성이 알찼다”면서 “코로나19로 흔들리는 현실 앞에서 음악으로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가 돋보였다”라고 말했다.


 

■음악은 계속된다

 

음악제 둘째 날인 27일 오전 11시, ‘지붕 위의 첼리스트’로 불리는 카미유 토마의 첼로 리사이틀이 열렸다. 그의 첫 내한공연이다. 벨기에 출신의 카미유 토마는 지난해 3월, 코로나19로 봉쇄된 프랑스 파리에서 예정된 공연이 취소되자 지붕 위에 올라 첼로를 연주하는 유튜브 영상으로 화제가 된 신예 스타다.

 

 

피아니스트 박종해와 함께 무대에 오른 토마는 낭만주의 음악으로 공연 전반부를 꾸몄다. 멘델스존, 브람스, 쇼팽으로 이어지는 연주에서 인간의 목소리와 가장 닮은 악기로 불리는 첼로의 따뜻한 소리가 극대화된 연주를 선보였다.

 

후반부 연주한 올리비에 메시앙의 시간의 종말을 위한 사중주 중 ‘예수님의 영원성을 찬양함’은 코로나19 상황에 더욱 상징적으로 들리는 곡이었다. 프랑스 출신의 메시앙이 제2차 세계대전 중 독일군에게 포로로 잡혀 수용소에서 쓴 곡이다. 토마의 드라마틱한 표현성이 돋보였다.

 

쥘 델사르가 편곡한 프랑크의 첼로 소나타 A장조 연주를 마지막으로 무대에서 내려갔지만 관객의 박수는 끊일 줄 몰랐다. 다시 무대에 오른 토마는 “한국 공연은 처음인데 무대에 오를 수 있어서 기쁘고 정말 감동적이다”고 말했다. 앙코르곡으로 쇼스타코비치의 첼로 소나타 2악장, 글룩의 오르페오와 에우우리디체 중 멜로디를 선보여 뜨거운 박수갈채를 받았다.

 

 

27일 오후 봄비가 세차게 내리는 와중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시작한 ‘피아노 마라톤 콘서트’는 열정적인 연주의 연속이었다. ‘피아노계의 아이돌’이라 불릴만한 4명의 피아니스트의 마라톤 연주로 공연 전부터 화제를 모은 공연이다.

 

세계적인 아티스트로 거듭난 젊은 피아니스트 김태형, 김다솔, 박종해, 윤홍천이 ‘4인 4색’ 매력을 극대화했다. 김태형은 슈만의 나비와 스트라빈스키의 ‘페트루슈카’에 의한 3개의 악장 등 2곡 연주로 상반되는 매력을 보여줬다. 장발을 단정하게 묶은 모습으로 무대에 오른 김다솔은 슈베르트 4개의 즉흥곡 연주로 관객의 탄성을 절로 자아내는 연주를 선보였다.

 

박종해는 헨델과 브람스로 이어지는 곡 연주로 온몸이 다 젖을 만큼 열정적인 연주로 공연장을 달아오르게 했다. 3시간에 걸친 마라톤 공연의 마지막은 윤홍천이 장식했다. 슈베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B 플랫 장조 연주로 봄비 내리는 통영의 밤과 어울리는 공연이었다.

 

통영국제음악제는 경남 지역 코로나19 확산과 거장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의 왼손 부상으로 인한 공연 취소 등 악재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공연 취소 위기가 있었다. 하지만 음악의 힘이 위대함을 음악으로써 알렸다. 다음 달 4일까지 관객과 만난다.

 

통영=조영미 기자 mia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