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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 [르포] "육지발전소보다 우수" "수중 생태계 교란"…수상태양광 직접 가보니

 

 

'수상 태양광, 야누스의 얼굴인가.'

 

수상 태양광을 바라보는 주민들의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 환경 문제에 취약한 산지와 건물 태양광의 단점을 보완할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과 함께 미관을 저해하고 수중 생태계를 교란할 수 있다는 부정적인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수상 태양광 설치 현장 가보니

 

21일 오후 수상 태양광에 설치된 경북 예천 운암지. 좁다란 제방을 따라 걷다보면 물 위에 설치된 태양광 시설이 보인다. 저수지 안에는 일반 승용차 500대 이상이 들어갈 정도로 넓은 면적을 자랑하는 태양광이 2개로 나뉘어 설치돼 있다. 마치 바다 양식장을 연상케 한다.

 

인근 한 주민은 "인근 금당지와 운암지는 일제 강점기부터 아름다운 경치를 보여 찾는 이가 많은데, 최근 방문객들 사이에서 '태양광 때문에 경치를 다 버렸다'는 말들이 종종 나온다"고 푸념했다.

 

 

 

같은 날 찾은 상주 공검면 오태저수지. 넓은 저수지 수면 위에는 마치 양식장이나 미확인비행물체(UFO)처럼 보이는 직사각형 모양의 회색빛 물체 3개가 떠 있었다. 제방길을 따라 가까이 다가가니 회색빛 물체의 면적이 점점 더 커보였다. 1개당 면적이 축구장 면적을 넘는다고 하니, 축구장 3개가 종합경기장처럼 떠 있는 셈이다. 이 곳은 지난 2015년 10월 LG CNS가 3㎿ 규모로 준공한 상주 수상태양광발전소다.

 

135만 m² 넓이의 이 저수지에는 전체 면적의 2.2%인 3만 m²에 3㎿급 태양광 모듈이 설치돼 있다. 인근 이안면의 지평저수지 역시 3㎿급으로 LG CNS가 전체 저수지 61만 m² 중 약 5%인 3만 m² 수면에 태양광발전시스템을 건설했다.

 

상주시에 따르면 오태저수지의 경우 연간 8억원 정도의 수익을 올리는 것으로 추정된다. 사업비가 84억원 정도 들어갔으니 10년 정도 지나면 손익분기점에 도달한다.

 

임야나 농지에 설치돼 산림이 훼손되거나 토사유출 우려가 있는 다른 태양광발전소와 비교할 때 그다지 불편한 느낌은 없었다. 선박이 닻을 내리고 정박해있는 것과 비슷한 모습이기도 했는데, 이날 바람이 좀 센 편이었는데도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상주시 관계자는 "오태 수상태양광은 저수지면적의 2%정도에 불과해 환경오염 및 주민피해 민원은 거의 없다"고 했다.

 

육지 태양광발전소의 경우 법적으로 거주지와 발전소가 일정 거리 이상 떨어져야 하는 '이격거리 규제'가 있지만, 수상 태양광은 친환경적이기 때문에 이런 규제도 없다.

 

현장에서 만난 한 주민은 수상태양광에 대해 "오히려 그늘이 생기고 좋지요. 나쁠게 뭐 있어요"하고 답했다.

 

 

◆수중 생태계에 악영향 우려도

 

수상태양광은 빛을 모아 전기를 만드는 태양광 패널을 물 위에 띄워 발전하는 시설이다. 관련 업체들은 수상태양광은 쇠기둥을 땅에 박아 고정하는 것이 아닌, 부력체를 단 패널만 물 위에 띄워 놓기 때문에 수중 생물들이 산란을 위해 모여들어 자연을 훼손하지 않는 친환경 에너지 생산 방식이라고 주장한다.

 

의성군의 수상 태양광발전소는 안계면의 개천지(2㎿)와 구천면의 조성지(2.7㎿) 등 두 곳의 대형 저수지에 설치돼 있다.

 

개천지와 조성지의 수상 태양광발전소는 의성수상태양광㈜가 한국농어촌공사 의성군위지사와 계약을 맺고 운영하고 있다.

 

저수지 수상 태양광 설치에 따라 반경 5㎞ 이내 주민들에게는 지난 2018년부터 발전소주변지역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전력산업기금을 지원하고 있다. 개천지 주변 농민들에게 연간 1천680만원을, 조성지 인근 농민들에게 연간 2천만원을 주고 있는 것이다.

 

두 곳의 대형 저수지 주변에서 농사를 짓는 농민들은 "수상 태양광발전소가 설치된 이후부터 물에서 냄새가 나고, 시설 아래에는 물의 색깔도 검게 변하고 있다"며 수질과 수 생태계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안계면 개천지 인근에서 농사를 짓는 농민 A씨는 "개천지에 발전소를 설치한 이후부터 기온이 올라가는 7, 8월이면 저수지 물에서 악취 비슷한 냄새가 난다"고 했다.

 

농민 B씨도 "개천지에 발전소를 설치하기 전에는 가뭄 등으로 몇 년에 한 번씩 저수지 물을 뺀 적이 있으나, 발전소 설치 이후에는 한 번도 물을 뺀 적이 없다"고 했다.

 

가뭄이 계속 돼 농민들이 개천지 물을 내려달라고 한국농어촌공사 의성지사에 건의해도 물을 아껴야 한다는 이유로 농민들의 건의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의성 구천면 조성지 인근 농민들도 수상태양광에 대해 못마땅하다는 반응이다.

 

인근 농민 C씨는 "조성지에 태양광발전소를 건설하기 전에는 농민들이 극렬하게 반대했으나, 한국농어촌공사 의성지사는 이를 무시하고 수상 태양광발전소 건설을 강행했다"면서 "이 때문인지 발전소가 설치된 조성지 중간 부분에는 햇볕이 투과되지 않아 물 색깔이 검게 변하는 등 환경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했다.

 

안동 풍산읍 만운저수지도 태양광 시설로 수질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이 곳은 714가구가 하루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전기를 생산하는 수상 태양광이 설치돼 있다.

 

10년 이상 매년 만운지를 방문한다는 D씨는 "수상태양광 발전시설이 설치되기 전에는 늦봄이나 여름에 날이 더워지더라도 부유물이 많이 생기는 편은 아니었지만, 지금은 뿌리가 있는 물이끼가 많이 보인다"며 "바람을 타고 흘러야 할 물이 저수지 중간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 탓에 유속이 줄어들고 고인 물이 썩는 것과 같은 악영향을 주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희대 기자 hdlee11@imaeil.com 고도현 기자 dory@imaeil.com 임상준 기자 news@imaeil.com 김영진 기자 solive@imaeil.com 윤영민 기자 yun1011@i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