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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일보) [타임머신 여행 '라떼는 말이야']“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 온 국민 울게 만든 138일간의 생방송

1983년 KBS '이산가족을 찾습니다'

 

 

경색된 남북관계 속 국내 이산가족 찾기 기획
당시 새롭지 않은 아이템…90분 정도만 예정

반응 폭발적 방송국 당황…연장·재연장 거듭
강원서도 열기 뜨거워 춘천총국 앞 인파 북적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 얌전한 몸매의 빛나는 눈 고운 마음씨는… .(하략)”

가수 패티김이 저음의 애절한 목소리로 불러 많은 이의 심금을 울린 이 노래. ‘누가 이사람을 모르시나요'. 1983년 진행된 KBS특별생방송 ‘이산 가족을 찾습니다'를 대표하는 노래다. 1964년 라디오 주제곡으로 만들어진 이 노래는 방송이 전하고자 하는 내용과 분위기가 맞아떨어지면서 전 국민의 사랑을 받는 곡이 됐다. 이 노래가 울려 퍼지면 분위기는 이내 숙연해지고, 눈시울은 금세 붉어지기 일쑤였다.

‘이산가족을 찾습니다'는 1,641명의 방송인력이 투입돼 1983년 6월30일 밤 10시15분부터 11월14일 새벽 4시까지 무려 138일, 453시간45분 생방송으로 진행된 세계 방송 역사에서 전례를 찾기 힘든 기념비적인 프로그램이다. 모두 10만952건의 사람 찾기 신청이 이뤄졌고, 절반을 넘은 5만3,536건이 방송에 소개됐다. 이 중에서 1만 189건의 이산가족 상봉이 실제 성사되며 전 세계에 감동을 안기기도 했다. 특별생방송의 기록물 2만522건(녹화 원본테이프, 신청서, PD 업무수첩, 큐시트, 기념음반, 사진 등)은 2015년 유네스코(UNESCO)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되기도 했다. 유네스코는 특히 전쟁과 분단의 참상을 세계에 알린 것은 물론 냉전의 종식과 한반도 긴장완화에 기여한 점, 전 국민의 참여와 공감을 이끌어 낸 점을 높게 평가했다.

영국 그리니치대에서는 방송학 교재로 사용되기도 한 이 엄청난 프로그램은 사실 기획할 때만 해도 이 정도의 파장은 생각하지 못했다고 한다. 대한적십자사가 1971년 ‘1천만 이산가족문제 해결을 위한 남북적십자회담'을 제의해 남북적십자회담이 진행됐고, KBS 라디오가 1973년 10월부터 이산가족 찾기 관련 캠페인을 10년 가깝게 진행해 온 상태였기 때문에 ‘이산가족 찾기'는 사실 전혀 새로운 아이템은 아니었다. 이 방송에 앞서 방영된 ‘추적60분-6.25 무엇이 생각납니까'에서 인터뷰를 한 여성이 전쟁통에 헤어진 자신의 처형같다며 제작진에 걸려온 전화와 생방송으로 진행된 프로그램 ‘낙동강 1천3백리'에서 다부동 전투 전우들을 한자리에 모은 기획을 연계해 방송을 해 보자는 아이디어가 결정적이었다. 여기에 1978년 남북적십자회담이 중단된 후 남북 경색 국면이 1980년대 초반까지 이어지면서 남북 이산가족 찾기에 앞서 대한민국 내에서 이산가족 찾기를 진행해 보자는 생각까지 더해지면서 특별생방송이 성사된 것이다. 말하자면 이벤트성 기획이었던 것이다.

원래 방송시간은 90분 정도였다고 한다. 하지만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대한민국 내에서도 서로 만나지 못하고 있는 이산가족의 수가 엄청나다는 사실을 깨닫는 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방송을 준비한 KBS측도 당황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방송국을 찾는 이산가족의 수가 크게 늘어나자 KBS는 부랴부랴 다음 날 새벽 3시까지 방송을 연장한다. 이어 다시 5일간 방송 연장. 이처럼 방송은 연장에 연장을 거듭한다.

서울 여의도 KBS 본관 근처는 헤어진 가족을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나온 이산가족으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가족의 신상이 담긴 대자보가 방송국과 주변 도로, 벽에 도배됐고 피켓을 든 행렬도 끝없이 이어졌다. 강원도의 이산가족 찾기 열기 또한 뜨거웠다. 한여름 더위 속에서도 KBS춘천방송총국의 언덕길은 사람들로 북적이기 일쑤였다. 방송국 담벼락에는 헤어진 가족을 찾는 문구들로 채워진 종이들이 절박함을 담아 붙여졌고, 행여 장맛비에 씻겨 내려갈까 비닐로 감싼 모습은 한동안 KBS춘천방송총국의 일상이 됐다. ‘이산가족을 찾습니다' 프로그램의 백미는 단연 이산가족 상봉이다. 가족을 만난 이들은 눈물과 함께 만세를 외치며 기쁨을 주체하지 못했고, 주변 사람들은 부러움의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보며 박수와 함께 기쁨을 나눴다.

KBS 특별생방송 ‘이산가족을 찾습니다' 방송은 남북한 이산가족 문제를 국제적 이슈로 부각시키면서 방송 2년 뒤인 1985년 남북한 이산가족 상봉을 성사시키는 데 촉매제 역할을 했다. 이 프로그램은 제6차 세계언론인대회에서 ‘1983년도의 가장 인도적인 프로그램'에 선정되는가 하면, 제24차 골드·머큐리 세계평화협력회의 총회에서는 방송기관 최초로 ‘1984 골드머큐리·애드 호너렘 (AD HONOREM)'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한편 1983년 당시 전국 1,450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개별면접 결과에 따르면 전체 조사 대상자 중 53.9%가 이산가족 찾기 방송을 새벽 1시까지 시청한 적이 있고,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눈물을 흘린 적이 있다는 사람은 88.8%에 달했다고 한다. 그 정도로 온 국민이 감동하며 함께 눈물을 흘린 방송이었다.

오석기·김남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