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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 [안용모 신비의 북극을 가다] <8> 키루나행 야간열차의 로망

스칸디나비아 최북단 기차여행, 시골·얼어붙은 호수·침엽수림…
15시간 여정 북유럽 낭만 누려…식당 칸 화사한 인테리어 눈길

 

 

◆ 아름다운 자연 속 물의도시 스톡홀름을 떠나며

 

낭만 가득한 스톡홀름의 아름다움과 박물관들을 뒤로하고 키루나행 야간열차를 타기위해 총총 걸음으로 지하철을 타고 중앙역으로 향했다.

 

스톡홀름 중앙역은 전국각지로 향하는 열차, 지하철, 국제선 고속열차까지 거의 모든 스웨덴의 철도편이 집중되는 곳이다.

 

다른 유럽국가들의 고풍스러운 중앙역들과는 다른 깔끔하고 모던한 내부가 인상적이다. 여행자들로 분주할 대합실은 높고 넓은 공간으로 차분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홀 중앙에 지네같이 생긴 의자가 멋진 디자인으로 눈길을 끈다. 계단 위 2층에는 철도승객라운지가 예쁜 디자인으로 여행자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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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톡홀름에서 북극권 환상의 설국도시 키루나(Kiruna)까지 가는 방법은 국내선 항공편이나 열차편중 하나를 고민하게 된다. 시간적인 제약으로 비행기를 선택 할 수도 있지만, 철도 마니아인 여행자는 야간열차 편을 미리 예약했다.

 

야간열차의 장점은 이동하면서 숙박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여행경비가 절약된다. 또 출발지에서 밤에 출발해 목적지에 아침 일찍 도착하기 때문에 일정을 꽉 채워 소화할 수 있다. 무엇보다 배낭여행의 로망은 바로 흔들리는 야간열차 안에서의 하룻밤이 아닐까.

 

열차에서 아침을 맞이하는 일출과 이국적인 풍경의 아름다움이 야간열차여행의 로망이다.

 

 

중앙역에서 오후6시에 출발하는 열차편을 타고 15시간여를 달려 다음날 오전 9시에 도착하는 이동시간이 긴 것이 단점이기도 하지만 북유럽 야간열차의 낭만을 누려볼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설렌다.

 

플랫폼에는 스칸디나비아 최북단 키루나행 야간열차가 긴 여정을 갈 여행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대부분 겨울 황금시즌에 설국풍광을 즐기기 위해 저마다 커다란 배낭에 폼 매트리스를 질끈 동여맨 백 패커(Backpacker)들이다. 플랫폼에서 기다리는데 폭설 때문인지 1시간 출발지연이란다.

 

여행자들이 기차에 갖는 느낌과 플랫폼은 특별한 장소다. 까마득히 뻗은 철로에 서면 누구나 야릇한 기분에 휩싸이고 만다. 여행자들은 이곳에서 다른 곳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묘한 감정들이 뭉글뭉글 피어오르는 것을 느낀다.

 

어떤 장소도 플랫폼처럼 여행자의 마음을 건드리지는 못한다. 플랫폼은 추억, 이별, 떠남, 만남 그리고 미래의 시간들과도 마주하는 곳이다. 대합실에서 만난 이탈리아 여행자와 함께 북극에 대한 이야기로 지루할 틈이 없다. 기차를 타면 여행자는 아름다운 풍경과 새로운 친구를 만난다. 야간열차는 단순한 공간이동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는 이유다.

 

 

 

◆ 추억의 키루나행 야간열차

 

플랫폼으로 들어오는 키루나행 야간열차의 차량은 은색차체와 빨간 출입문이 눈에 확 들어온다. 객차한쪽에 Sovvagn(침대차)라는 표기가 보인다. 보통 유럽의 야간열차들은 전 차량이 침대칸이 아니라 일반 좌석이 있는 객차도 있기 때문에 이런 구별은 필수다.

 

1등석, 2등석에 따라, 또한 좌석 서비스와 시설에 따라 가격도 각각 다르다. 1인, 2인 침대칸에서 6인실 캐빈 까지 다양한 쿠셋칸을 선택할 수 있다. 여행자는 3인실 쿠셋을 예약 했다. 의자처럼 되어 있는 등받이를 내리고 고정시키면 침대가 된다. 스웨덴 사람 특유의 디자인 감각을 느낄 수 있는 멋진 열차는 기차를 미치도록 좋아하는 여행자에게는 안성맞춤이다.

 

배낭정리와 엽서도 쓰며, 오랜만에 여유로운 시간을 즐기는 동안 스톡홀름을 출발한 야간열차는 긴 기적을 울리며 동쪽 해안도로를 따라 북으로 달린다. 차창밖으로 마을과 숲 그리고 눈에 덮인 시골 역들과 얼어붙은 호수와 빽빽한 침엽수림이 병풍처럼 도배된 전형적인 북유럽 풍경이 이어진다.

 

15시간을 달리는 기차여행은 한층 들뜨고 설레기 시작한다. 야간열차는 여행자에게는 왠지 모르게 청춘스럽고 낭만적이기까지 한다. 누군가 첫사랑은 재회하지 말고 추억으로 간직하는 것이 좋다던데 어딘가 모르게 그런 느낌마저 들었다.

 

여행자도 몰랐던 내 안에 남아있는 낭만이 신기하고 설레이며, 추억에 잠기기도 한다. 그렇게 달리는 기차침대에 누워 창밖을 바라보는 느낌이 색다른 여행의 맛이다.

 

 

 

야간열차는 일반 열차 칸과 침대 객실 칸 그리고 식당 칸으로 연결되어 있다. 유럽 장거리 열차의 필수품인 식당 칸은 침대칸과는 다른 따뜻하고 화사한 인테리어가 돋보인다. 식당 칸에서는 계절에 따라 특별히 선별된 음식들도 만날 수 있다. 바 형식의 테이블과 4명이 한 테이블을 사용하는 자리가 있다.

 

창밖을 보니 스톡홀름에서는 보이지 않던 눈이 많이 보인다. 열차는 북쪽으로 갈수록 휘날리는 눈 때문에 어두워지는 하늘이 하얗게 보이고, 해가 일찍 기울고 그림자도 없다. 점점 북쪽으로 갈수록 창밖의 풍경과 색채는 아름답다.

 

차창 밖은 눈에 덮인 나무들과 흰색 캔버스가 파노라마처럼 이어지고 있다. 점점 북쪽으로 간다는 것을 실감했다. 하지만 극지방에 가까워질수록 창밖에 펼쳐지는 광경을 보면서 야간열차의 매력에 푹 빠져버렸다.

 

창밖의 풍경은 이미 현실과 멀어진 꿈속의 신비한 자연속의 동화가 펼쳐지고 있다. 저 멀리 흡사 겨울왕국을 떠올리게 하는 파노라마 같은 설국 창문에 기대고 3시간정도 창밖만 바라보았다.

 

밤하늘의 적막함을 뚫고 달리는 열차 위에 별빛 같은 하얀 눈이 내린다. 차창 밖으로 세상의 소음이 사그라든 고요한 세계가 펼쳐진다. 멀리 드문드문 보이는 마을의 불빛은 여행자의 상상력을 자극하기 마련이다. 그들은 어떤 사연을 간직하고 살아가고 있을까. 밤이 영원의 시간을 품고 무겁게 침잠하는 동안 야간열차가 그 사이를 꿈꾸듯 유영한다.

 

 

북극에서 약 145km밖에 되지 않는 키루나까지는 한참을 더 달려야 한다. 낮선 바깥 풍경을 자장가 삼아 잠이 들었다. 다시 덜커덩 거리는 소리에 잠이 깨어 시계를 보니 아침7시다. 창밖을 보니 세상이 온통 하얗다. 눈이 쌓인 침엽수림을 보고 나서야 엄청 북쪽에 와 있는 것을 실감 했다.

 

갑자기 열차 내 방송으로 안내가 나오더니 여행자들이 창문 쪽으로 몰려서 사진을 찍기 시작한다. 열차가 통과하는 이 지점이 바로 북극권 한계선(Arctic cicle)을 지날 때쯤 인 것 같았다. 동트는 아침 예쁜 풍경을 덤으로 본다. 붉은 태양의 기운이 지나치는 침엽수림 사이로 반짝이며 펼쳐진다. 순간, 차창에 기대고 있던 나는 어쩔 줄 모르고 탄성을 질렀다.

 

 

 

◆ 설국의 동화마을 키루나 품으로

 

아침 9시에 스웨덴의 작은 도시 키루나(Kiruna)에 도착했다. 분명 한 시간이나 지연 출발했는데 도착은 정시에 했다. 눈이 내리고, 많이 쌓여있는 철길을 기관사 아저씨는 얼마나 밟은 걸까? 북극아래 마을답게 눈이 하얗게 쌓여있어서 눈이 부시다. 저 멀리 보이는 낮은 산이 유명한 키루나광산이다. 기차에서 내리니 플랫폼에도 눈이 엄청나게 쌓여 있다. 키루나역에는 레일을 메고 있는 광부들의 동상이 세워져 있는데, 1885년 철광석 채굴을 시작해 20세기 들어 발전한 광산도시를 상징한다.

 

 

야간열차는 감동적인 로망의 여행과 휴식으로 심신이 정화되는 멋진 풍광을 덤으로 담을 수 있었다. 15시간의 꿈과 같은 야간열차여행, 아침에 눈을 뜨면 열차는 북극권을 지나 커튼 사이로 세어 들어오는 설원의 햇살과 그 사이로 보이는 침엽수림의 병풍과 눈으로 덮여있는 아름다운 풍경, 여행 마니아라면 꼭 한 번 도전해 보는 것이 좋다.

 

 

역을 나서자 스웨덴 대표동물 무스(Moose)가 눈 속에 지나간다. 버스를 타고가다 여기저기서 사슴 같은 무스를 발견한다. 생각보다 엄청 크다. 눈이 많이 내리고 쌓여서 무스들이 눈 위를 걷는게 아니라 헤엄치는 것 같다. 첫눈에 보이는 것이 지붕의 두께보다 더 두껍게 눈이 쌓여있는 집들과 도로를 제외한 부분은 눈이 허리 높이까지 올라와 보인다. 이래서 키루나에는 눈을 묘사하는 단어가 500개나 되는구나. 동화의 나라 설국속의 키루나가 기대된다.

 

안용모 대구가톨릭대학교 특임교수 · 전 대구시 도시철도건설본부장

ymahn1102@hanmail.net

 

매일신문 특집부 weekl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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