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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일보) 판화로 세계에 ‘5월’ 알린 일본 판화작가 도미야마 다에코 별세

인권·평화 연대 촉구한 예술가
‘광주 피에타’ ‘광주의 레퀴엠’ 등 제작
오월 단체 “광주의 등불” 추모
광주시립미술관 연작 40여점 소장
한국민주화운동 기여 국민포장도

 

‘예술가로서 그림을 그리는 것이 무엇인가를 오랫동안 생각한 끝에 깊은 슬픔과 만나는 것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지난 2018년 광주시립미술관에서 열렸던 ‘세계 민중 판화’ 전시장 벽에 적힌 작가의 육성은 강렬한 판화 작품 속에 생생히 살아 있었다. 희생자 앞에서 오열하는 여성의 슬픔이 생생하게 담긴 ‘광주의 피에타’는 단순한 터치와 붉고 검은 강렬한 색감으로 광주의 비극을 절실히 표현하며 마음을 울렸다.

 

 

광주의 오월을 전 세계에 알렸던 일본의 판화작가 도미야마 다에코가 100세의 일기로 18일 별세했다.

1921년 일본 고베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중국 만주 지방에서 보낸 도미야마는 평생을 전 세계 억압받는 민중들의 삶을 포착하는 작품에 천착해왔다. 또 일본의 전쟁 책임과 예술가의 역할에 대해 끊임없이 묻고 예술로 표현한 양심적 작가로 특히 광주 5·18을 비롯해 한국의 민주화 운동을 전 세계에 알리는 역할을 해왔다. 그는 한국 민주화운동을 지원하고 알린 공적을 인정받아 올해 6·10민중항쟁 기념일에 한국정부로부터 국민포장을 받았다.

도미야마의 대표작인 연작 판화 ‘쓰러진 자를 위한 기도 1980년 5월 광주’는 1980년 5월 광주에서 학살이 벌어지고 있다는 소식을 TV로 접하고 전 세계에 이를 알리기 위해 6월 한달간 집중적으로 작업했던 작품들이다. 연작은 1995년 광주비엔날레 국제전시회 특별초대로 광주시민에게 처음 공개돼 큰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
 

후 그의 작품은 영상과 달력으로 제작됐고, 전시회 등을 통해 5·18의 비극과 진실을 전세계에 알리는 역할을 해왔다.

 

 

손을 하늘로 뻗어 환희를 표현하는 다양한 인간 군상들을 통해 광주의 해방을 표현한 ‘자유 광주’와 ‘비상계엄 민주주의 만세’ ‘자유 민주’ 등의 플래카드와 다채로운 표정의 수천개의 얼굴을 함께 등장시킨 ‘시민의 힘’,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의 모습이 인상적인 ‘광주의 레퀴엠’ 등은 오월을 상징하는 작품으로 자리잡았다.

광주시립미술관은 하정웅컬렉션을 통해 5월 연작 작품 46점을 소장하고 있다.

도미야마는 한국의 민주화 운동에도 관심이 많았다. ‘재일동포 유학생간첩단 사건’에 연루됐던 서승 교수의 면회를 위해 1971년 한국을 방문하기도 했던 그는 이후 한국 양심수 구명 운동에 적극 나섰다. 김지하 시인의 시를 테마로 한 판화 작품집 ‘묶인 손의 기도’를 제작했고 이후 15년간 입국을 거부당하기도 했다. 또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진혼의 의미를 담아 ‘바다의 기억’ 작업을 했고 일본이 전쟁에 대해 책임지지 않는 것을 평생 부끄럽게 생각하며 일생 동안 전쟁에 대한 일본의 참회와 반성을 촉구하는 그림을 그렸다.

말년까지 후쿠시마 원전 문제 등 일본의 사회문제에 발언하는 작업을 해온 도미야마는 그의 작품 세계를 연구한 마나베 유코 도쿄대 교수와의 대담에서 “내 그림이 당도한 주제는 정의를 위해 목숨 바친 열사나 말없이 목숨을 잃은 사람들의 한을 그리는 일”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광주 5·18재단 등 광주의 오월 관련 단체들은 19일 추모 성명을 내고 “1980년 오월 광주를 섬세한 예술가의 시각으로 조명했던 도미야마 다에코 선생의 분투는 당시 고립된 광주에 외부로부터 힘과 희망을 준 등불과 같았다”며 “고인 스스로 보여준 삶의 궤적 또한, 현재 5·18민주화운동이 핍박받는 민중의 편에서 그들과 연대하고 소통하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고 말했다.

오는 30일까지 연세대 박물관에서는 유화, 판화, 콜라주, 스케치, 영상 등 약 170점을 선보이는 기획전 ‘기억의 바다로:도미야마 다에코의 세계’전이 열린다.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