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의 최대 승부처인 호남지역 경선(25~26일)을 앞두고 지난 21일부터 광주·전남지역 권리당원들의 온라인·ARS 투표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추석 연휴 기간 숙성된 호남 민심이 과연 어떠한 선택을 내릴 것인지 주목된다.
호남 지역은 대의원과 권리당원 규모가 전체(71만9000여 명)의 30%(20만3000여 명)에 이른다. 이는 충청, 대구, 경북, 강원지역 권리당원을 합친 수보다 두 배나 많은 수준이다. 그동안 호남 경선에서 1위를 기록한 후보가 대선행 티켓을 따왔다는 점도 주목도를 높이는 요인이다.
일단 관전포인트는 이재명 경기지사가 1차 슈퍼위크 과반 승리의 기세를 이어가며 호남에서도 1위를 차지해 ‘대세론’을 굳힐지, 전남 출신의 이낙연 전 대표가 호남의 지지를 발판으로 반전의 계기를 만들어 내느냐 여부다.
전반적인 분위기는 예측불허 양상이다. 이 지사의 ‘대장동 개발 논란’과 이 전 대표의 ‘의원직 사퇴’ 배수진에 호남 민심이 출렁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추석 연휴를 앞두고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 결과, 이 지사와 이 전 대표의 지지율은 혼전 양상을 나타냈다.
이 지사 측과 이 전 대표 측은 서로 호남에서의 승리를 자신하면서도 호남 민심 특유의 전략적 선택이 어떻게 이뤄질 것인지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호남지역 대의원과 권리당원은 정치적 감각이 뛰어나다는 점에서 일반 유권자를 대상으로 하는 여론조사 결과와 다른 결과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지사 측에서는 ‘호남민심의 방점은 정권재창출에 찍혀있다’는 점에서 이 지사가 대세론을 바탕으로 과반 지지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될 사람 밀어주는’ 결집력이큰호남 민심이 이 지사를 사실상 민주당 대선 후보로 만들어내면서 갈등의 경쟁 구도를 종식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호남지역 경선은 이 지사에게 정권재창출의 과제와 동력을 동시에 부여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보이고 있다.
반면, 이 전 대표 측에서는 호남의 전략적 선택을 기대하고 있다. 호남 민심이 이 지사의 대세론에 편승하기보다 전남 출신의 이 전 대표에게 기회를 주면서 경선 판을 뒤흔들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를 통해 결선투표 가능성을 높이는 등 역동적인 경선 판을 만들어 낼 것이라는 기대다. 이 지사의 대세론이 조기에 자리 잡는다면 경선의 힘이 빠지면서 정권재창출의 동력도 그만큼 약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전략적 선택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지역 정치권에선 광주에서는 이 지사가, 전남에서는 이 전 대표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전북의 선택에 ‘호남대전’의 승부가 갈리지 않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호남 민심이 ‘이 지사의 대세론을 유지시켜 주면서도 이 전 대표에 추격의 동력을 부여하는’ 황금 분할 양상의 지지를 보낼 가능성도 거론하고 있다. 이 지사가 1위를 차지하고 이 전 대표가 뒤를 바짝 쫓는 득표율을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두 자리 수 득표율 확보 여부도 관심사다. 추 후보의 선전은 이 지사의 개혁 표심을 잠식하면서 과반 지지 확보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하위권에 처진 박용진·김두관 의원이 호남 경선에서 의미 있는 득표율을 획득, 경선 완주의 동력을 확보할 것인지도 주목된다.
한편, 추석 연휴 기간 동안 나타난 이 지사 측과 이 전 대표 측의 날 선 경쟁에 대해 지역 민심이 어떠한 판단을 내리느냐도 변수로 꼽힌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모두가 어려운 코로나 19 대유행 상황에서 민주당 주자들이 통합과 비전의 리더십을 보이지 못한 것에 대한 불편한 민심이 있다”며 “이 지사와 이 전 대표의 이전투구에 호남 민심이 어떠한 판단을 내릴 것인지도 변수”라고 말했다.
/임동욱 선임기자 tu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