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 강산도, 문자도, 소리도 우리나라만한 것이 없다. 대한민국은 지금 우리 소리와 우리 가락으로 만든 국악이 대세다. ‘조선판스타’나 ‘풍류대장’등 국악 프로그램이 이슈가 되고 퓨전 국악과 크로스오버 곡은 유튜브에서 수백만회 조회수를 기록하는 등 반응이 뜨겁다. 고리타분하다고 외면받던 국악이 편견을 깨고 대중들의 환호를 받고 있는 현 상황을 살펴보고 국악의 매력이 무엇인지 찾아본다.

◇K-뮤직의 뿌리 ‘국악’
국악은 한국음악의 준말이다. 한국에서 연주되는 모든 음악이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한국에 뿌리를 내린 음악, 한국적 토양에서 나온 음악을 의미한다.
국악은 분류하기에 따라 종류가 나뉘는데, 학창시절 음악시간에 배웠던 향악, 아악, 당악 등 전통적인 분류법으로 나눈 궁중음악을 의미하는 ‘정악’, 민간에서 즐겼던 민요나 판소리, 산조, 시나위, 잡가 등을 포함한 ‘민속악’으로 나눌 수 있다. 요즘 의미하는 국악의 대중화는 대체적으로 민속음악이 해당된다.
‘국악은 고리타분하다’, ‘전통음악은 지루하다’라고 말하는 이들은 우리 국악의 진면목을 아직 느껴보지 못했거나 일부만 알고 있기 때문이다.
‘싸구려 어허 어허 꿀꿀 엿이란다 정말 싸다 파는 엿 이화에 두견 울고 오동호 밤비가 울 제 청춘과부가 혼자 누워 잠 못 잘 적에 먹는 엿이란다 기름이 찍찍 흐른다 자 자 자자 꿀꿀 엿이란다 정말 싸다 파는 엿…’
지난 2월 KBS TV 설 기획으로 방송된 ‘조선팝 어게인’에 송가인, 조유아, 서진실이 출연해 ‘엿 타령’을 들려줬다. ‘엿 타령’은 장터에서 엿장수들이 부르던 민요로, 이날 공연은 백성들이 즐겨 불렀던 엿타령의 흥을 밴드 음악으로 극대화 해서 새롭게 해석한 무대로 꾸며졌다. 코로나19 언택트 시대에 걸맞게 뉴욕, 파리, 상파울로, 카이로 등 전 세계에서 실시간으로 방송을 보며 한국음악의 흥을 함께했다. 가사 한구절 한구절 들릴 때마다 시청자들은 재미있다고 박수로 화답했다.
이날 무대에 선 소리꾼 조유아는 진도 출신으로 중앙대 음악극과를 거쳐 국립창극단 창악부 단원으로 활동중이다. 2019년 TV 예능프로 ‘미스트롯’을 통해 핫스타가 된 송가인의 고향 절친으로 함께 방송에 출연하며 주목받은 국악인이기도 하다. 여러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엿 타령’이나 ‘만년필 타령’을 부르며 ‘국악은 지루하고 진부하다’는 대중들의 인식을 떨쳐내고 얼마나 흥이 있고 재미있는 장르인지 보여줬다.

◇‘조선팝’이 이끄는 국악 전성시대
‘얘 춘향아 나도 너를 업었으니 너도 나를 좀 업어다오 / 아이고 도련님도 도련님은 나를 가벼워 업었지만 나는 도련님이 무거워 어찌 업어요 / 얘야 그저 내 양팔만 네 어깨 위에다가 얹고 징검징검하고 걸어 다니면 그 속에 좋은 것들이 다 들어 있느니라 / 이리 오너라 업고도 놀자 우리 오늘 밤 업고도 놀자 ’
11월초 JTBC ‘풍류대장-힙한 소리꾼들의 전쟁’ 6회에서 공연을 펼친 서도밴드의 무대. 판소리와 R&B의 크로스오버 창작곡 ‘사랑가’를 열창하며 심사위원들의 극찬을 받았다. ‘사랑가’는 판소리 ‘춘향가’ 중 한 대목으로 춘향이 이도령과 사랑을 나누는 장면을 그린 노래다. 서도밴드는 전통 판소리를 편곡해 R&B와 판소리의 절묘한 크로스오버로 달콤하게 그려냈다.
지금의 대한민국 가요계는 국악 전성시대다. 국악 르네상스라고 표현해도 무방할 정도다. 국악에 여러 장르를 접목시킨 퓨전 국악이 생겨나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대중화 바람을 타고 새로운 트렌드로 부상하며 ‘조선팝’ ‘조선힙’ ‘국악팝’ ‘누모리 장단’ 등 신조어도 생겨났다.
‘조선팝’은 조선+POP(팝)의 합성어로, 국악을 기반으로 해서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접목시킨 문화 콘텐츠다. ‘조선힙’은 조선+힙합, ‘국악팝’은 국악+K팝의 합성어다. 그동안 창작 국악, 퓨전 국악, 국악 크로스오버로 불려왔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사실 이미 오래전부터 대중음악을 비롯한 다양한 장르의 음악에 국악을 접목시키는 움직임이 있었다. 1990년대 ‘서태지와 아이들’의 댄스곡 ‘하여가’는 힙합에 국악을 접목시켰다. 연주 중간에 흘러나온 태평소 가락은 오래도록 뇌리에 박혔다. 2000년도 힙합그룹 원타임의 곡 ‘쾌지나 칭칭’은 힙합에 경상도 민요인 ‘쾌지나 칭칭나네’가 결합해서 만들어진 곡이다. SG워너비의 ‘아리랑’ 역시 정통 발라드에 전통민요 ‘아리랑’을 오케스트라로 표현한 퓨전음악이다.
드문드문 보여줬던 국악과 대중음악의 조합은 지난해 퓨전국악밴드 이날치밴드의 ‘범 내려온다’로 날개를 달았다. 한국관광공사의 ‘필 더 리듬 오브 코리아’ 홍보영상에 등장하면서 대중적 관심이 폭발했다. 이후 ‘잠비나이’ ‘고래야’ ‘악단광칠’ 등 전통음악에 대중음악을 접목한 팀들의 중앙무대 등장이 두드러졌다.

◇아이돌 버금가는 인기 국악인들
국악인들의 유명세도 국악의 대중화에 가세했다. 박애리나 남상일, 송소희 등 국악인들의 활발한 방송활동은 대중들에게 친숙한 이미지를 전달하는데 도움이 되고 있다.
‘국악계의 아이돌’로 불리는 남상일은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판소리를 시작한 소리꾼이다. “판소리의 대중화를 위해서는 소리꾼이 먼저 다가가야 한다”고 생각한 ‘젊은 국악인’ 남상일은 ‘아침마당’ ‘생생정보’ 등 각종 방송에 출연하며 대중적으로 가장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국악인으로 꼽힌다.
국악인 박애리도 스타 명창 중 한명이다. 9살때부터 판소리를 시작한 박애리는 17년간 국립창극단 단원으로 활동하며 수많은 주역을 맡았다. 드라마 ‘대장금’의 주제가 ‘오나라’로 대중들의 사랑을 받기 시작한 그는 2005년 국가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춘향가’ 이수자로 선정될만큼 재능을 인정받은 명창이다. 2011년 댄서 팝핀현준과 결혼한 이후에는 팝핀, R&B, 트로트 등 타 장르와 어우러진 국악을 소개하고, 각종 방송에 출연하며 국악의 대중화에 앞장서 오고 있다.
최근 SBS의 ‘골 때리는 그녀들’ 시즌 2에서 ‘축구 소녀’로 등장한 송소희는 원조 ‘국악 소녀’다. 어린 시절부터 ‘국악 신동’으로 불리며 스타덤에 올랐고 이후 각종 방송에 출연하면서 인기를 얻었다. 경기민요 전공자인 송소희는 전통 국악 뿐 아니라 노래 경연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대중가요에서도 실력을 뽐냈다. ‘사랑, 계절’, ‘모던민요’, ‘오돌또기(둥그대당실)’, ‘아리라리’, ‘밀양아리랑’, ‘내나라 대한’ 등 앨범도 꾸준히 발매하며 대중들에게 국악을 알리는데 노력하고 있다.
트로트 가수로 전향한 국악 전공자들의 활약도 국악을 다시 보게 하는데 일조했다. TV조선의 ‘내일은 미스트롯’이 탄생시킨 트로트 스타들 중에 국악 전공자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1대 진(眞)을 차지한 송가인은 진도 출신으로 광주예고와 중앙대 음악극과를 졸업한 국악인이다.
시즌 2에서는 1~4위가 모두 국악인 출신이라는 놀라움을 안겼다. 1위 양지은은 전남대 국악과에 수석 입학한 경력이 있으며 2위를 차지한 홍지윤이나 3위 김다현, 4위 김태연까지 모두 국악을 공부했던 인재들로 알려지면서 ‘국악인 가수’에 관심이 높아지기도 했다.
/이보람 기자 bora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