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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일보) [2022 호랑이의 해] "검은 호랑이 포효로 코로나 팬데믹 저 멀리"

코로나19에 오미크론까지… 확산세 잠식시킬 용맹한 '검은 호랑이'
역사와 함께 걸어온 '호랑이'…충청권 내 '범골' 등 호랑이 연관 지명 57곳
계속되는 팬데믹, 이제는 '기호지세' 형국… '웅호지사'가 돼 맞서야

 

 

2022년 임인년(壬寅年) 새해가 밝았다. 위드 코로나의 단꿈에 잠시 젖어 2022년도는 '포스트 코로나'로 이어지는 해가 되기를 염원했건만, 코로나19에 델타, 오미크론 변이까지 불어닥치며 단계적 일상 회복도 멈춰섰다. 그럼에도 올해는 용맹한 호랑이의 기운을 받아 팬데믹을 딛고 일어서야 하는 해인 것만은 분명하다. 올해의 주인공, 검은 호랑이는 예로부터 나쁜 기운을 물리치고 복을 가져오는 동물로 여겨져 왔다. 진보와 독립, 용맹을 상징하는 호랑이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신성한 동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이를 반증하듯 지역 곳곳에서도 호랑이의 흔적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임인년을 맞아 '호랑이'의 역사를 조명해본다.

 

◇한반도 역사와 함께 걸어온 호랑이=우리나라의 지형은 예로부터 대륙을 향해 뛰어오르려는 힘찬 호랑이의 형상으로 인식돼 왔다. 백두산에서 지리산까지 끊어짐 없이 힘차게 달리는 백두산의 줄기는 마치 호랑이의 등줄기처럼 곧게 뻗어 있다. 발을 들고 대륙을 향해 달려드는 생기 있는 범의 모양은 진취적이고 팽창적인 한반도의 무한한 발전과 왕성한 원기를 꼭 닮아 있다.

 

우리의 옛 이야기 속에서도 호랑이가 자주 등장했다. 단군신화부터 '곶감과 호랑이 설화'까지, 이야기 속의 호랑이는 담배를 피우거나 곶감을 무서워해 도망치기도 하는 순진한 모습이기도 하고, 또 어떤 때는 용감무쌍하게 나쁜 사람들을 벌주기도 하는 의로운 동물로도 등장했다. 충청권에도 호랑이를 소재로 한 설화가 전해진다. 대덕구 회덕동에 전해지는 '유씨부인과 호랑이', 유성구 지족동에 전해지는 '호랑이에게 잃은 아기', 충남 공주시에 전해지는 '곰과 호랑이의 내기' 등이 그것이다. 불과 몇 십 년 전만 해도 서울 인근의 인왕산 등에 자주 나타났다는 기록이 존재할 만큼 우리 민족에게는 아주 가까운 동물이기도 하다.

 

호랑이는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마스코트로도 자주 활용돼 왔다. 1988년 서울 올림픽과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의 마스코트는 호돌이와 수호랑, 모두 호랑이였다. 한국관광공사의 홍보 영상도 이날치의 '범 내려온다'였다. 이처럼 호랑이는 명실상부하게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동물이다.

 

◇지역 곳곳에서 묻어나는 호랑이 흔적= 호랑이는 예로부터 우리나라 전문 화가들에 의해 자주 그려진 동물이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영물 중의 영물로 여겨진 호랑이에 대한 관심으로 인해 호랑이 그림이 자주 수요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표적으로 조선 후기 선비화가 심사정의 작품 '맹호도'는 호랑이의 정기를 선명히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몸을 살짝 튼 채 노랗고 밝은 눈을 크게 부릅뜨고 앞을 응시하는 모습은 금방이라도 천공을 향해 뛰어 오를 듯한 강렬한 기세를 뿜어낸다. 특히, 세밀하고 정교한 극사실주의 화법을 활용해 백수의 제왕다운 위풍당당함을 한껏 부각했다. 덩치가 크고 힘이 세기로 유명한 우리나라 호랑이만의 강한 생명력과 기품 있는 모습을 사실감 넘치게 표현한 수작으로 꼽힌다. 특히나 지역 내에서도 호랑이와 관련된 지명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듯 역사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검은 호랑이는 우리 민족과 연관이 깊은 관계다.

 

국토지리정보원이 전국의 고시 지명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호랑이와 관련된 지명은 389개로 파악됐다. 마을이 284개로 가장 많았고, 산 47개, 고개 28개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충청권을 놓고 보면, 대전 5곳, 충남 41곳, 충북 11곳 등 총 57곳이 존재한다. 대전지역 호랑이 지명 대부분은 대덕구에 집중돼 있다. 대덕구엔 범적굴, 범골, 복호(伏虎) 등 4곳이 있다. 중구 호동(虎洞)은 '호랑이가 살았던 마을'이라는 뜻에서 유래했다. 이 곳엔 사냥꾼이 호랑이 어미를 잡았는데 새끼 호랑이들이 사냥꾼을 어미로 생각해 결국 사냥꾼과 새끼호랑이는 사람이 없는 깊은 산속에서 살았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충남·북에도 호랑이가 물을 마시고 춤을 췄던 마을이라 해서 지어진 호무(虎舞)골을 비롯해 52곳이 있다.

 

◇임인년까지 이어질 팬데믹…'웅호지사(熊虎之士)'가 돼야='웅호지사'는 '곰과 호랑이 같은 선비'라는 뜻으로, 용맹한 무사나 장수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사자성어다. 연암 박지원은 열하일기 '호질전'을 통해 '호랑이는 착하기도 성스럽고, 문채롭고 싸움도 잘하고, 인자하기도 효성스럽고, 슬기롭고도 어질고, 엉큼스럽고도 날래고, 세차고도 사납기가 그야말로 천하에 대적할 자가 없다'고 호랑이의 성품을 설명하고 있다. 특히나 검은 호랑이는 힘이 넘치고 열정과 정직이 있으며, 모험과 명예욕이 강하고 용감하다고 알려져 있다. 끝이 보이지 않는 팬데믹에 좌절하지 말고, 용감하고 슬기롭게 극복해 가야 한다는 뜻이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올해 또한 전 세계가 절체절명의 해인 것만은 자명하다. 연일 1000명대에 달하는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속출하고 있는 데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일대에서 발생한 변이 바이러스 '오미크론'도 우리나라에 상륙하며 의료 현장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처럼 코로나19와 우리의 전쟁은 현재진행형이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물러설 수만은 없다. '기호지세(騎虎之勢)'의 형국을 헤쳐 갈 답은 '웅호지사'에 있다. 새로운 도약을 위해 기지개를 켜며 포효할 준비를 하는 검은 호랑이처럼,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될 때까지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며 당당하고 용맹하게 이겨나가야 한다는 의미다. 방역 체계를 구축하는 정부와 전면에서 맞서 싸우는 의료진 뿐 아니라 국민 스스로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하며 방역수칙을 지킨다는 전제가 성립돼야만 일상은 비로소 회복될 것이다.

 

이태민 기자 e_taem@daej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