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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 제주 서부 어디까지 가 봤니?

핫플 많은 제주는 권역별로 즐기는 게 답
물방울 거장 만나는 ‘제주도립 김창열미술관’
겨울에도 포근하고 푸른 ‘환상숲곶자왈공원’
기가 막힌 해안 절경 이어지는 ‘송악산 둘레길’
포토 명소 ‘사계해안’, 일몰 명소 ‘대정 노을해안로’

 

“제주도 간다고? 요즘엔 거기가 핫플이야.” 저마다 알려주는 ‘요즘 핫플’이 너무 많다. 제주도는 생각보다 넓고 볼거리가 넘치고 여행객들이 보는 눈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제주 한 달 살기’처럼 장기 여행객도 많지만, 많아진 항공편 덕에 1박 2일 가볍게 다녀오는 여행객도 많다. 일정이 길든 짧든 제주 여행 트렌드는 ‘깊게 즐기기’다. 그 많은 ‘요즘 핫플’은 권역별로 즐기는 게 답이다. 이번 여행길에선 ‘제주 서부’를 즐겨 보자.

 

제주에서 영롱하게 빛나는 김창열의 ‘물방울’

 

지난해 1월 작고한 물방울 화가 김창열. “난 화가나 그림 진짜 잘 몰라” 하는 사람일지라도 한 번은 들어봤을 이름이다. 이름은 몰랐더라도 물방울 그림을 보면 ‘아~’ 할 것이다. 제주시 한림읍 ‘제주도립 김창열미술관’은 김 화백이 6·25전쟁 때 제주에 1년 6개월 정도 머물렀던 인연으로 자신의 대표작 220점을 제주도에 기증해 건립됐다.

 

오는 3월 13일까지 타계 1주기를 즈음한 추모 전시 ‘투명의 미학’전이 열리고 있다. 김창열 화백의 화업 70여 년을 만날 수 있다. 빛·바람 등 자연을 실내로 들이는 통로인 회랑, 건물 중앙에 자리한 빛의 중정 등 건축물 자체도 볼거리다. 검은 현무암의 색을 낸 미술관은 숲속과 어우러져 있다. 미술관을 위에서 내려다보면 回(돌아올 회) 형상이다. 김 화백이 천자문을 도입한 작품 ‘회귀(回歸)’가 모티브가 됐다고 한다.

 

 

빛의 중정에는 검은 돌 위에 유리 구 3개를 얹어 놓은 작품 ‘삼신(三神)’이 있다. 중정으로 나와 경사로를 따라가면 옥상정원과 외부정원으로 연결된다. 매시 정각·20분·40분에 10분씩 중정 분수가 가동된다. 햇빛과 물이 만나 작지만 영롱한 무지개가 뜬다. 선물을 받은 듯 행복감이 든다.

 

매주 월요일은 휴관이며 오전 9시~오후 6시 문을 연다. 입장료는 성인 2000원, 청소년(13~24세) 1000원, 어린이(7~12세) 500원이다. 코로나로 인해 예약제로 운영 중이니, 관람일 전일까지 홈페이지에서 예약해야 한다. 인근 제주현대미술관과 함께 둘러봐도 좋다.

 

‘뇌경색으로 쓰러진 후 오른손이 마비된 아버지는 사람들의 눈을 피해 버려진 땅 곶자왈로 들어갔다. 4년 동안 맨손으로 돌을 들어 옮기고 가시덤불을 헤쳐 산책로를 냈다.’ 이곳은 인간극장에도 나왔던 한경면 저지리 ‘환상숲곶자왈공원’이다.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니, 매시간 정시에 이뤄지는 숲해설이 반갑다. 산책로 길이는 850m로 휙휙 걸으면 20분이면 충분하겠지만 자세히 듣고 들여다보니 50분도 짧다.

 

“곶 드레강 낭해오라 자왈 드레는 가지마라. 어릴 적 할머니가 하신 말씀이에요. 제주어로 곶은 숲이고 자왈은 쉽게 말해 가시덤불입니다. 숲에 들어가 나무 해 와라 가시덤불에는 가지 마라는 뜻이지요.” 숲 해설사가 곶자왈의 뜻을 단박에 이해시켜 준다.

 

 

찾아간 날은 분명 찬바람이 세차게 불었는데 곶자왈 숲길에 들어서니 포근한 기운이 느껴지고 사방이 푸르다. 지금이 한겨울 맞나 싶다. 여름엔 냉기를 내뿜고 겨울엔 온기를 내뿜는 숨골 덕이라고 한다. 울퉁불퉁 용암더미와 그 바위를 움켜쥐고 자라는 ‘근육질’ 나무 뿌리, 얽히고설킨 덩굴식물들. 그야말로 자연 그대로의 자연이다. 이곳에선 ‘갈등’을 눈으로 볼 수 있다. 나무를 오른쪽으로 감아 올라가는 칡(葛·칡 갈)과 왼쪽으로 감아 올라가는 등나무(藤·등나무 등)가 한 나무에서 자라고 있다. 곶자왈 숲에 인생이 있다.

 

운영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동절기엔 오후 5시)이며, 일요일은 오후 1시에 문을 연다. 입장료는 성인 5000원, 어린이·청소년 4000원이다. 올해부터 예약제로 바뀌었다. 네이버에서 예약하면 된다.

 

한 시간 내내 감탄사가 나오는 ‘송악산 둘레길’

 

서귀포시 대정읍 송악산 둘레길은 풍경 좋은 곳으로 이미 알려진 곳이다. 방문객들이 많아 호젓한 곳은 아니지만 꼭 가 보길 추천한다. 해안가 오름이니만큼 바람이 세차지만 바람을 뚫을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정상부 코스는 오름 생태계 복원을 위해 휴식년제로 출입이 금지돼 있다. 해안 둘레길은 길이 2.8km로 1시간 정도면 걸을 수 있다. 대부분 입구에서 시계방향으로 걷는다.

 

왼편으로 산방산과 한라산, 형제섬이 나란히 펼쳐진다. 해안절벽에는 일본군이 뚫어 놓은 동굴이 여러 개 남아 있어 아픈 역사를 보여준다. 이곳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이 중국 침략의 발판으로 삼았던 곳으로 동굴진지, 비행장, 포진지, 격납고 잔해 등이 흩어져 있다.

 

 

둘레길은 내리막길과 오르막길이 적절히 섞여 있어 단조롭지 않다. 바다로 쑥 고개를 내민 ‘부남코지’는 바람이 많이 부는 곶이라는 뜻이며 기암절벽이 장관이다. 가파도와 마라도도 바로 눈앞에 있는 듯 가깝게 보인다.

 

걷다 보면 말도 쉽게 만날 수 있다. 왼쪽으로 바다가 펼쳐지고 오른쪽 목초지에선 말이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다. 야자수 숲까지 더해진 색다른 풍광에 입이 떡 벌어진다. ‘제주’스러우면서도 이국적이다.

 

‘사계해안’과 ‘대정 노을해안로’도 놓치지 말자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 ‘사계해안’은 사진 명소로 핫하다. 자연과 오랜 시간이 만들어 낸 경이롭고 아름다운 곳이다. 용머리해안에서 사계포구를 지나자마자 만날 수 있다. ‘하모리층’이라고 불리는 적갈색의 퇴적암층으로 3500년 전 송악산에서 분출한 화산에서 흘러나온 화산재가 해안가에 쌓인 곳이다. 옛날 사계리 주민들은 이곳을 염전으로 이용했다고 한다.

 

독특한 풍경과 색감이라 사진 찍기 좋아하는 이들에게 추천한다. 최근 SNS상에서 인생샷 명소로 알려지며 관광객이 늘었다. 대만의 예류지질공원이 떠오른다.

 

 

 

노을과 드라이브는 생각만 해도 설레는 조합이다. 일몰이 환상적인 데다가 운이 좋으면 돌고래를 만날 수 있다고 했다. 더욱더 들뜬 마음으로 ‘대정 노을해안로’를 향해 차를 몰았다. 노을해안로는 서귀포시 대정읍 일과리에서 신도1리로 향하는 12km 해안 길이다. 제주환상자전거길에 포함돼 있기도 하다.

 

대정읍의 일몰시각은 오후 6시 10분경이었다. 일몰시각에 충분히 여유를 충분히 두고 도로에 들어섰다. 바다 위에 두껍게 내려앉은 구름이 지는 해를 가렸지만 해 질 녘 바다 풍경은 충분히 환상적이었다. 구름 사이로 삐져나온 붉은 빛과 검은 현무암 바위가 강렬한 대조를 이뤘다. 해안로 중간중간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있으니, 드라이브도 좋지만 차에서 내려 풍경을 즐겨 보자.

이날은 바다로 떨어지는 해도 바다에서 헤엄치는 돌고래도 만나지 못했다. 하지만 다시 이곳을 찾아야 할 이유가 됐으니 아쉬워하지 않기로 했다.

 

김동주 기자 nicedj@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