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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일보) [강원의 맛·지역의 멋]‘정'이 그리워 ‘장'을 찾는다

 

 

동대문 밖 제일가는 시장
250년 역사 자랑하듯
규모만큼 인정 넘쳐나

 

몸 녹일 화롯불 내어주고
마음 배불리는 먹을거리
“뻥이요!” 구수한 외침은
팍팍해진 우리네 삶 위로


‘뻥이요!' 하는 외침과 함께 뻥튀기 기계 위로 하얀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깜짝이야.” 순간 튀어나온 한마디에 뻥튀기 파는 어르신은 피식 웃으며 “‘뻥이요' 라는 말 못 들었어요?” 천연덕스럽게 말을 건넨다. 고소한 냄새를 풀풀 풍기는 뻥튀기 가게 뒤로도 상인들이 빼곡하게 자리를 잡고 있는 모습이다. 지역에서 생산되고 있는 더덕부터 임금님 진상품으로 알려진 횡성쌀, 각종 산채나물이 즐비해 입이 떡 벌어진다.

횡성 전통시장은 옥수수 튀기는 소리만큼이나 놀라운 규모와 역사를 자랑한다. 상설 시장을 중심으로 5일장이 열려 횡성에서 생산되는 곡물과 채소뿐 아니라 어류, 해산물, 의류 등 온갖 물품을 볼 수 있다. ‘동대문 밖에서 제일가는 시장', ‘성남 모란시장의 더덕 값은 횡성시장이 결정한다'는 옛말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질 정도로 컸다. 이 정도면 한번에 다 둘러보기도 어려울 만큼 상인들이 빼곡히 들어찼다고 생각했는데 코로나19 여파와 추운 겨울 날씨로 외지 상인들이 이날 많이들 안 온 거란다. 지역 상인들뿐 아니라 원주, 충북 제천·청주, 경기 여주 등 전국 방방곡곡에서 상인들이 장을 찾아오고 있었다. 조선 영조 때인 1770년에 완성된 동국문헌비고에 횡성읍내에서 1·6일에 장이 선다고 기록돼 있는 만큼 250년 이전부터 역사를 이어온 5일장이다. 주민들도 군 단위 지역에 이 정도 규모 장은 없을 거라며 호언장담할 정도다.

주민들에게 횡성시장은 자부심으로도 자리 잡고 있다. 횡성시장은 강원도에서는 제일 먼저 독립운동이 벌어진 곳. 일제강점기였던 1919년 4월1일 횡성 장날을 기해 독립운동이 펼쳐졌다. 일본 상인들이 상권을 형성하려고 노력했지만 횡성 상인들과 주민들이 단합, 불매운동을 벌여 일본 상권이 들어서지 못하게 한 것도 주민들의 자랑거리다.

시장은 그 규모, 역사만큼이나 사람들 간의 정과 맛도 넘쳐난다. 추운 날씨에도 ‘정'이 그리워 ‘장'을 찾은 손님들에게 상인들은 몸부터 녹이라며 화롯불로 손을 이끈다. 그리고 떡을 얻었다며 그 손에 설탕 찍은 가래떡부터 쥐어 준다. 이러니 한 움큼 덤도 있고 재미도 있는 시장의 정을 끊지 못한다고. 몸을 녹일 뜨끈한 먹거리도 여기저기 넘치는 건 두말하면 잔소리. 한우 말고도 취나물밥, 더덕구이, 메밀총떡, 찐빵, 수수부꾸미와 올챙이국수 등 토속적이고 건강한 음식들이 사람들을 반긴다.

횡성전통시장은 세월이 흐르면서 변화를 고민하고 있다. 더 많은 방문객이 기분 좋게 시장에 올 수 있기를 바라면서 시장 별칭을 ‘우하하'로 지었다. 상인들은 횡성시장의 강점이 많지만 아직은 완벽하게 살리지는 못하고 있다고 말한다. 코로나19 이후, 도약을 꿈꾸며 가다듬고 있는 중이란다. 그래도 시장에 젊은 상인들이 조금씩 들어오고 있는 것이 힘이 되고 있다. 시어머니가 운영하는 ‘대화 메밀부침' 2호점을 낸 30대 며느리 한가영씨는 한우 전병을 개발, 인기를 얻으면서 시장에 젊음을 불어넣는 중이다.

크기와 역사에 한바탕 놀랄 수 있는 횡성전통시장에서 따뜻한 먹거리에 몸을 녹이고 ‘우하하' 한바탕 웃어 보는 건 어떨까. 깊은 맛과 정으로 얻은 웃음에 팍팍해진 삶을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횡성=이현정·김현아·박서화기자/ 편집=이왕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