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발생해 나흘째 지속되고 있는 울진·삼척 산불의 기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7일 하루 산림·소방당국이 자원·인력을 총동원해 작업을 벌였지만 진화율은 전날보다 10%포인트(p)가량 늘어나는데 그쳤다.
최병암 산림청장은 이날 오후 5시 브리핑에서 "이번 산불 진화를 위해 10개로 나눈 구역은 하나가 통상의 대형산불에 해당하는 면적"이라면서 "진화를 위해 한 구역당 30~40대 헬기가 필요한 여건이라 오늘 유의미한 진화를 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날 강풍이 잦아들고 남서풍이 불어 진화에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했지만 화선이 너무 긴 데다 연무가 심해 헬기 작업도 쉽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진화율은 전날 40%에서 10%p 늘어난 50%대에 그친다.
더딘 작업량에 산불영향구역 면적은 전날보다 더 늘어나 오후 5시 현재 약 1만7천685㏊로 집계되고 있다. 울진은 1만6천913㏊, 삼척은 772㏊의 산림이 피해를 봤다. 주택 260채 등 645개 시설이 화마를 입었고 주민 540명이 체육시설 등 16개소에 흩어져 지낸다.
산림당국은 이날 헬기 62대, 진화장비 295대, 인력 4천374명 등 자원을 집중시켰다. 하지만 산불의 강도가 여전해 8일 진화도 어려울 전망이다.
최 청장은 "8일 국방부에 요청해 추가로 지원받는 등 헬기 24대를 추가해 총 82대를 운영, 진화 작업을 벌일 계획"이라며 "국가적으로 중요한 금강송 군락지 방향의 사선을 잡는데 집중할 작정"이라고 했다.
경북도는 이재민 임시주거시설 확보 등 당장 지원이 필요한 주민을 위한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이철우 도지사는 이날 간부회의를 열어 "가능한 한 빨리 임시주거시설을 마련하고 주민에게 필요한 생필품 모두를 지원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도는 16개 대피시설에 머물고 있는 270여 명의 이재민을 대상으로 지역 내 임시거처로 분산하는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 경북도 관계자는 "친인척 집으로 간 이재민 등을 제외한 나머지 주민들이 임시거처에 머물게 된다"면서 "정부와 협의, 주민 의견을 종합해 덕구온천 등 임시거처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산불 원인 규명을 위한 경찰의 움직임도 속도를 내고 있다. 운전자가 버린 담뱃불 실화 가능성이 지목된 가운데 경찰이 발화 시점 주변을 지나간 총 4대의 차량 번호 등을 파악했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발화 시간 기준으로 10분 전후 총 4대의 차량이 지나간 사실을 확인했다. 차량 번호와 종류, 인적사항 등은 산림당국에 통보할 예정"이라고 했다.
한편, 8일 완진이 어려워지면서 산불은 대선 당일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여 선거에 차질을 빚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와 관련, 최병암 산림청장은 "현재 산불이 번지고 있는 곳은 민가가 많이 없는 산림 지역이어서 주민 대피 소요는 많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