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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일보) 마당극 전문 ‘놀이패 신명’ 창단 40주년…30일 ACC서 기념식·공연

8월1일~9월30일 기념전…첫 탯자리 동명동에 조형물 설치
극회 ‘광대’ 전통 이어 창단…11월 국립극장서 ‘언젠가 봄날에’ 상연
‘안담살이 이야기’ 시작으로 5·18 ‘일어서는 사람들’ 등 41회 공연

 

지금부터 꼭 40년 전 맡았던 배역이다. 마당극 ‘안담살이 이야기’의 주인공 안담살이. 김도일(60)씨는 옛 동료·후배들과 다시 땀 흘리며 연습중이다. 당시 일본 순사 역을 맡았던 윤만식(70)씨도 그 역할 그대로다. 스물 여섯살의 이채은 신명 단원은 코러스로 출연한다. 이들이 준비하는 공연은 ‘놀이패 신명 창단 40주년 기념-불혹: 흔들리지 않는다!’(30일 오후 5시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극장2)에서 만날 수 있다.

창단 멤버였던 김도일 신명 40주년 기념행사추진위원장과 정찬일 신명 대표와의 인터뷰는 신명의 마당극을 처음 접했던 대학시절을 떠올리게했다. ‘놀이패 신명’은 문화예술단체 그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 신명이 숱하게 공연했던 마당극 현장에서 함께 손 맞잡고 노래하던 기억들을 갖고 있는 이들이 많고, 신명의 작품을 보며 예인의 길을 꿈꾼 이들도 있다.
 

 

마당극 전문극단 신명이 창단 40주년을 맞아 기념식과 공연, 전시회, 조형물 설치 등 다양한 행사를 추진한다. 모두 다 어우러지는 ‘대동세상’을 꿈꾸며 기치를 올렸던 문화운동의 태동기와 성장기를 기억하는 자리이자, 새로운 출발을 모색하는 다짐의 자리이기도 하다.

“위원장을 맡아 이런 저런 분들에게 연락을 드렸는데 모두 신명에 대한 기억을 나눠주더군요. 엄혹한 시절에 우리를 하나로 만들어준 역할을 해준 것에 대한 감사의 말씀도 해주시고요. 신명이 당시 그런 역할들을 했었구나 새삼스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김도일)
 

 

“40주년 행사를 함께 나누면 좋겠다고 말씀 드렸을 때 어느 한 분 머뭇거리시는 이가 없었습니다. 참 많은 사랑을 받고 있구나하는 생각을 했지요. 선후배들, 후원자들, 시민들 모두들 모여 마음을 나누고 그날을 기억하자고 했습니다.”(정찬일)

 

 

놀이패 신명은 광주 최초의 사회·문화운동 단체였던 극회 ‘광대’와 기독교청년회 산하 문화선교단 ‘갈릴리’의 전통을 이어받아 1982년 창단했다. 두 단체 단원과 전남대·조선대 탈패, 전남대 연극반과 농악반 등이 어우러졌고 풍물, 탈춤, 민요, 소리, 연기 등을 소화하는 만능배우들이 모였던 신명은 언제나 민중과 함께였다.

창단 작품 ‘안담살이 이야기’ 이후 ‘호랑이 놀이’, ‘황토바람’, ‘일어서는 사람들’, ‘언젠가 봄날에’ 등 지금까지 41회 정기공연을 진행했고 농촌의 수세싸움 현장, 참교육 현장 등 길바닥에서 숱한 공연을 펼쳤다. 또 1988년부터는 문화교실을 열어 목판화 강좌, 미술사, 풍물, 노래 강좌 등을 진행했고 이태호·정세현 등이 강사로 참여했다.

이번 기념행사에서 의미있는 순서는 감사패 전달인데 그 면면을 보면 신명의 오늘은, 많은 이들이 ‘함께’ 만들어왔음을 알 수 있다. 판화 교실 강사로 참여하고 로고·포스터 제작을 도왔던 홍성담·김경주 작가, 단원들에게 탈춤을 가르쳤던 채희완 전 부산대 교수, 류재연 후원자, 신명에게 공간을 내어준 정은주씨, 그리고 전남도청 뒤에서 식당을 운영하며 신명 뿐 아니라 광주를 찾는 ‘전국의 딴따라들’에게 밥을 해먹였던 김도일씨의 모친 조화숙 여사 등이다.

 

 

인터뷰 중 접한 1982년 작 ‘안담살이 이야기’ 낡은 팸플릿에는 세월의 흔적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당시에는 출연배우들의 이름을 실을 수 없던 시절이기도 했다. 또 대본 검열을 받아야했고, 붉은 줄이 쳐진 대본을 넘겨받았지만 현장에서는 ‘원래대로’ 공연하곤 했다. 특히 전현직 단원 누구도 갖고 있지 않았던 ‘안담살이 이야기’ 대본을 이번 전시를 준비하며 고(故) 박인배 연출가가 간직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고, 이번 아카이브 전시에서 선보인다.

신명은 창단 후 10여차례 공간을 옮겼다. 중흥동에서 신명아트센터를 운영하기도 했고 2004년부터는 15년간 담양 폐교를 중심으로 활동했다. 지금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맞은 편 건물에 둥지를 틀었다.

‘신명’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게 5·18이다. ‘일어서는 사람들’, ‘언젠가 봄날에’, ‘꽃등 들어 임 오시면’은 오월 고정 레퍼토리로 감동을 전한다. 최근작 ‘식사 하세요’도 5·18 당시 식사 준비를 맡았던 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 작품들은 각지에서 공연되며 ‘오월의 전국화’에 기여했고 2007년에는 ‘일어서는 사람들’을 일본 6개도시 무대에 올렸다.

현재 상근 단원은 4명이며 작품에 따라 작업하는 이들까지 합치면 12명이다. 전임 단원들은 ‘따로 또 같이’ 작품을 한다. 문화판에서 벗어나지 않으니 서로 협업하며 마음을 모아 작업할 때가 많다.

“주 활동무대가 ‘현장’이다 보니 정형화된 무대에 작품을 올리는 것과는 다르죠. 무대 뒤로 사람들이 지나가고, 차도 다니고, 갑자기 공연에 개입하는 사람들도 있고요. 그 상황에서 흐트러지면 안되니 배우들의 몰입도가 좀 더 특화돼 있고 애드립 등으로 유연하게 대처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게 마당극의 묘미이기도 하구요.”(정찬일)

 

 

1982년 국립극장에서 ‘돼지풀이’를 무대에 올렸던 신명은 40년만인 올 11월 다시 한번 ‘언젠가 봄날에’로 국립극장 하늘마당 무대에 선다. 9월에는 신명의 탯자리였던 동명동 가족회관 앞 공터에 기념조형물을 설치한다. 신명을 아끼고 사랑하는 100여명이 십시일반 참여했다. 문화의 흔적, 기억의 흔적을 보여주는 것으로 그 기억을 통해 새로운 전환이 시작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30일 행사는 기념식과 함께 신명 40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총체극 ‘신명비나리’ 공연이 이어진다. 동학으로부터 시작해서 오일팔까지 민초들의 투쟁을 담은 신명의 대표작을 옴니버스식으로 구성한 작품으로 정진모·추말숙·장호준·지정남·김호준·김종일 등이 참여한다.

기념 전시는 8월1일부터 9월30일까지 오월미술관에서 열린다. 범현이 오월미술관장이 맡아 신명의 작품 사진, 광주민미협이 제작한 작품 걸개그림을 전시하며, 윤수안 감독이 제작한 신명 40년 역사 아카이빙 영상도 상영된다. 매주 토요일 오후 5시에는 후원회원을 초청, 이야기를 나누는 행사도 진행한다.

정찬일 대표는 “신명을 이정표 삼아 우리도 이렇게 가야지하는 마음을 동료 예술인들이 가질 수 있도록 어떤 책임감도 느낀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신명의 행보는 광주 문화예술의 과거와 현재, 미래로 이어지는 긴 여정의 등불일지도 모른다.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