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왜 쏘았니? 왜 찔렀니? 트럭에 싣고 어딜 갔니?”
지난 42년 동안 광주 시민들이 목놓아 외쳤던 5·18민주화운동 암매장 실체를 밝힐 ‘진실의 문’이 열렸다. 옛 광주교도소 부지서 발굴된 유골 40구 중 정부가 인정하는 행방불명자의 DNA와 일치하는 유골이 처음으로 확인됐다. 5월 희생자들의 시신 일부가 광주교도소 권역에 가매장·암매장 됐다가 모처로 옮겨졌다는 그동안의 주장이 사실로 확인됐다.
25일 국회와 5·18진상조사위원회에 따르면 광주교도소 유해 262구 가운데 DNA 검출 가능한 160구 중에서 우선 40구에 대해 5·18 행불자의 DNA와 비교한 결과, 1구가 동일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광주교도소 유해와 DNA가 일치한 행불자는 정부가 공식 인정한 85명 중 한 명이며, 향후 비교 작업을 통해 추가로 일치하는 DNA를 찾을 가능성도 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5·18진상조사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을 오는 10월 7일 국회국방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앞서5·18진상조사위원회는 지난 19일 제68차 전원위원회에서 긴급안건으로, 이 같은 암매장 사실을 논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5·18진상조사위는 새로운 조사 방식인 ‘SNP’조사에서 일치한 것으로 확인했으나 기존 공인된 조사 방식인 ‘STR’조사 결과를 기다린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SNP’방식은 새로운 방식으로 염기서열 추출을 더 많이 할 수 있어 사촌의 유전자까지 매치할 수 있지만, 아직 공인받지 않은 방식으로 전해졌다.
기존 유전자 검사 방식인 ‘STR’ (A-STR·Y-STR· mtDNA 등)조사는 부계·모계·형제 등의 유전자를 비교하는 것으로 다음달 5일 결과가 나온다는 것이 관계자의 전언이다.
또 진상조사위는 암매장이 확인된 행불자의 사망 경위도 조사할 방침이다. 광주교도소에서 발굴돼 DNA 검출 가능한 160구 가운데 검사를 하지 않은 120구의 유해에 대해서도 오는 11월 말까지 행불자와의 DNA 비교 검증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그동안 다양한 암매장 의혹와 관련 제보가 잇따라 광주교도소 등지에 대한 대대적인 발굴 작업이 진행됐지만 가매장·암매장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였다. 하지만 진상조사위가 이번에 암매장된 행불자 유해를 찾아내면서 ‘5·18 희생자를 암매장 했다’는 가장 확실한 ‘역사적 증거’를 찾아낸 셈이다.
이에 따라 진상조사위원회 추가 조사를 통해 광주교도소 발굴 유해에서 또 다른 행불자나 희생자의 DNA가 검출된다면 광주교도소 일대에서 광범위한 암매장·가매장이 있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일치하는 DNA를 더 이상 찾지 못하더라도 암매장이 확인된 만큼, 체계적인 정부 지원에 따른 5·18 암매장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진상조사위 한 관계자는 “암매장에 동원된 3공수의 한 간부가 ‘10여구 정도를 묻었다’고 진술했기 때문에 만약 추가 조사에서 행불자와 일치하는 DNA가 나오지 않는다고 해도 당시 사체처리반에서 재처리 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한편 2019년 12월 옛 광주교도소 무연고자 묘지에서 모두 261명의 유골이 발견됐고, 유골더미에서는 탄두가 발견됐다. 탄두의 상태는 찌그러져있어 정확한 생산연도 등은 알 수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임동욱 선임기자 tuim@kwangju.co.kr, 오광록 기자 kro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