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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일보) [경인 WIDE] 마약사범 붙잡아도, 중독은 잡지 못했다

절반이 재범… 치료·재활 부족한 마약대책

 

인기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 심각한 마약 중독 수용자로 출연해 극 중 별칭도 '해롱이'였던 '한양(배우 이규형)'은 수감생활 동안 갱생하며 단약에 성공하는 듯했다. 이 기대감에 가족들은 징역 10월 형을 마친 한양의 출소 날 교도소 앞 한 식당에서 약속 시간까지 한양을 기다리지만, 그는 나타나지 않았다. 교도소 문 앞 주차된 차량 안에서 자신을 기다리던 지인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한양이 자신의 팔에 주사기를 꽂아 현행범으로 또다시 체포됐기 때문이다.
남경필 전 경기도지사의 장남 남모(32)씨는 지난 3월 23일 용인의 한 아파트에서 필로폰을 투약해 법정 구속될 뻔한 상황을 겪었음에도 영장 기각 닷새 만에 예정됐던 경찰 조사에 출석하기는커녕 또다시 필로폰에 손을 대 결국 구속되기에 이른다.

 

사법당국 재활·치료처분 10%대
일각 "잡아 넣기 급급" 목소리도


이정근 한국만약퇴치운동본부 경기도지부장은 지난 9일 경인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상담이나 교육을 통해 만나는 수많은 마약사범들이 놀라울 만큼 공통적으로 하는 이야기는 '나는 중독자가 아니다'라고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만큼 마약에 중독된 당사자들이 중독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워할 만큼 마약에서 빠져나오기 힘들어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마약 중독자들을 대상으로 한 치료보호와 재활교육이 강화돼야 한다는 필요성이 커지지만 최근 정부와 수사·사법 당국은 마약 사범들을 '일단 잡아넣기'에만 급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달 15일 국회입법조사처는 '마약류 중독자에 대한 치료적 접근의 실효성 제고 방안(김은정 조사관)'이란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문제를 지적했다. "마약류 사범의 처벌적 접근의 효과가 크지 않은 가운데, 처벌을 내리기 전 치료단계로 전환할 수 있는 절차 마련으로 중독 위험을 낮추고 사회 복귀를 돕는 형사사법체계를 확장할 필요가 있다"면서다.

 

"미국·영국, 처벌보다 치료 중심"
"감호·보호 등 이행 자원 불충분"


대검찰청에 따르면 올해 1~3월 검거된 마약사범 수만 4천124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천80명) 대비 33.9% 늘었으며, 지난 2022년 한 해 동안은 총 1만8천395명이 붙잡혔다. 이들의 재범률(경찰청 자료 기준)은 지난 2020~2022년 동안 49.9~50.2%를 나타내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하지만 50% 수준의 재범률이 유지되는 지난 3년간 검찰이나 법원의 사법 처분으로 재활교육(기소유예 조건부)이나 약물치료강의(집행유예 조건부)를 받은 마약사범은 각각 연평균 1천214명, 969명에 그쳤다. 이 둘을 합친 수로 계산하면 2022년 기준 한해 검거된 마약사범 10중 1명 정도밖에 치료나 재활을 받지 못한 셈이다.

이에 김은정 조사관은 "미국과 영국은 처벌보다 치료 중심의 마약류 중독자 정책을 정부가 주도해 재범률 감소와 마약사범들의 재사회화를 도모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치료감호나 치료보호 명령을 통해 마약 중독자에게 재활기회를 제공하고 있으나 처분 이후 이행을 위한 자원이 충분치 않아 실질적인 활용이나 치료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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