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결정 소식이 22일 전해지자 수산1번지를 자부하는 통영과 마산어시장을 비롯한 수산업계는 “올 것이 왔다”는 허탈감과 함께 현실화될 피해를 예상하며 불안해하고 있다.
내달 추석을 전후로 본격적인 수확철을 앞두고 있는 굴 양식업계는 이번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굴 소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두렵다는 반응이다.

통영 양식업계 ‘허탈’
본격 굴 수확 앞두고 직격탄 우려
고수온 폐사 양식어류는 이중고
“소비 얼어붙으면 올해 못 넘길 것”
◇통영 수산업계 허탈= 굴 양식을 하고 있는 김동욱(41)씨는 “내달부터 본격적인 굴 수확에 들어가는데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라는 대형 악재가 터지면서 굴 업계가 그 직격탄을 맞을까 벌써부터 두렵다”며 “우리 바다는 오염수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는 하지만 국민들이 이를 믿고 수산물을 소비해 줄지는 의문”이라고 걱정했다.
그는 “요즘은 공판장을 통하지 않고 택배 등을 통해 개인적으로 유통되는 물량이 많아 출하량 조절도 사실상 힘든 상황”이라며 “올해는 굴 작황이 유난히 좋아 홍수 출하가 예상된다. 굴 물량이 쏟아질게 뻔한데 소비 위축으로 팔리지 않으면 큰일”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한 수산가공업체 대표는 “미국 수출 물량의 경우 일부 바이어들은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가 불거질 것을 대비해 방사능 검사서를 요구하고 있다”며 “이번 오염수 방류 결정으로 통영 수산물의 수출에도 타격을 입을까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고수온에 따른 양식어류 폐사로 힘든 여름을 보내고 있는 가두리양식업계의 경우 이번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로 어류 양식업 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서남해수어류수협 김성훈(51) 조합장은 “올 들어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가 불거지면서 가장 크게 소비가 위축된 품목이 활어고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어종이 우럭”이라며 “그 결과 팔지 못하고 가두리에 있던 우럭이 고수온에 죽어나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보통 한 그물 안에 25~30t의 어류가 자라는데 팔 때는 한 번에 2~4t 정도 출하한다”며 “지금처럼 고수온으로 양식어류의 면역력이 떨어져 있을 때 고작 몇t 팔겠다고 그물을 들어 올렸다가는 그나마 살아있는 고기도 다 죽기 때문에 팔고 싶어도 팔 수 없는 형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 수온이 떨어지면 손해를 보더라도 울며 겨자 먹기로 처분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까지 결정돼 허탈한 마음”이라며 “이번 일로 수산물 소비가 더 얼어붙을 것이 뻔한데 올해를 넘기지 못하고 손드는 양식어민이 수도 없이 나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 어민은 “솔직히 후쿠시마 오염수가 얼마나 위험한지 알 수 없지만 소비자들이 불안해하는 게 문제”라며 “오염수가 방류되면 당연히 수산물 소비는 줄어들 수밖에 없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같은 어민들이 겪을 것이 훤한데, 이런 상황이 앞으로 얼마나 더 이어질지 모르니 정말 미칠 노릇”이라고 하소연했다.
한산한 마산어시장
뉴스 접한 상인들 근심 걱정 가득
방법 없어 장사 어찌할지 막막
“다 굶어죽을 판… 정부 대책 절실”
◇마산어시장 손님 없어 한산= “손님들이 생선을 사가면서 오염수 방류 전인 이틀 동안 생선 많이 먹어둬야겠다고 하시더라고요. 저희가 어떻게 할 방법이 없으니 착잡하죠. 그저 ‘세월이 약이다’라고 믿고 버티는 수밖에요.”
오후 4시께 마산어시장 횟집거리. 거리에는 드문드문 손님들이 지나다녔지만 대체적으로 한산한 분위기다.
“싸게 드릴게. 구경 한번 해봐요.”
점포 문을 활짝 열어 놓고 지나가는 손님들을 살갑게 맞이하는 상인들이지만, 정작 마음 한편에는 근심걱정이 가득했다. 일본이 24일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한다는 뉴스를 접했기 때문이다.
상인 김모씨는 “오염수 방류 결정이 났을 때부터 손님들의 발길이 뚝 떨어졌는데, 방류 이후부터는 장사를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라고 토로했다.
상인 이모씨는 “결국 올 것이 왔다”며 한숨 쉬었다. 이씨는 “일본의 오염수 방류 결정 소식을 들었을 때 상인들 사이에서 난리가 났었다”며 “일본 원전 사고가 났을 때도 어시장에는 한동안 손님이 오지 않았는데, 방류 이후에도 그때처럼 손님들은 이곳을 찾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 상인들은 이번 사안이 생계와 직결된 민감한 문제인 만큼 답변하기를 꺼리는 모습도 보였다.
상인 박모씨는 “이대로 가면 상인들이 다 굶어 죽을 게 뻔한데, 정부 차원에서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